[칼럼] NATO의 운명 좌우할 프랑스 대선

박상후 /국제관계,역사문화평론가
2022년 04월 18일 오후 1:30 업데이트: 2022년 04월 18일 오후 1:30

우크라이나 북부를 출발한 러시아군이 동남부 돈바스 지역에 나타나고 있다고 미 CNN이 펜타곤을 인용해 보도했습니다. 또 도네츠크에서 가까운 항구도시 마리우폴에도 Z자가 그려진 러시아 군용차량이 속속 집결하고 있습니다. 마리우폴은 함락 직전입니다. 우크라이나군이 대함미사일 넵튠으로 공격했다고 주장한 러시아 흑해함대 기함 모스크바호는 수리를 위해 예인하던 도중 결국 침몰했다고 러시아 국방부가 시인했습니다.

우크라이나군이 넵튠 미사일로 모스크바호 순양함을 타격하는 영상도 공개됐습니다. 오데사의 기지에서 유도하던 미사일이 순양함에 적중하자 우크라이나군이 환호성을 지릅니다.

우크라이나군은 북부 국경 너머 러시아 브랸스크주의 한 마을에 포격을 가했습니다. 무차별 포격으로 민가 100여 채가 대파됐습니다. 러시아는 본토 공격 시에는 가만두지 않겠다고 경고한 바 있습니다. 러시아 측은 수도 키예프를 보복 공격하겠다고 예고한 상태입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자국의 친러 야당 당수 메드베주크를 체포해 러시아군 포로와 교환하자고 제의하자 분노하고 있습니다.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전보장회의 부의장은 젤렌스키에게 “네가 포로교환 대상이 되는 수가 있다”고 강하게 경고했습니다. 메드베데프는 또, “신변 안전에 신경 써라” “밤에 문단속 잘하라”고 노골적으로 젤렌스키에게 경고했습니다.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북구의 핀란드와 스웨덴이 NATO 가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습니다. 핀란드는 국경 1300킬로미터를 러시아와 접하고 있습니다. 핀란드는 1917년 러시아에서 독립했다가 1939년 소련의 침공을 받은 역사가 있습니다. 핀란드는 냉전 해체 이후에도 중립을 지켜왔습니다. 흔히 핀란드화를 단순하게 중립 유지라고 알고 있는데 중립도 거저 얻어지는 게 아닙니다. 핀란드는 과거 스탈린의 침략을 겨울전쟁에서 격퇴한 적이 있습니다. 건드렸다가는 피해가 만만치 않다는 인식을 심어줘야 중립도 가능합니다. 핀란드화는 최소한 고슴도치 같은 자위 전력에 기반하는 중립입니다.

이런 핀란드가 스웨덴과 함께 NATO 가입에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습니다. 36세의 핀란드 총리 마린과 스웨덴 총리 안데르손은 4월 13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향후 몇 주 내에 NATO 가입 결론을 내리겠다고 밝혔습니다. 핀란드 마린 총리는 인스타그램에 프랑스 마크롱, 미국의 바이든, 캐나다의 트뤼도 등 NATO 회원국 정상과 함께 찍은 사진을 올렸습니다. 그녀는 유럽의 방위력 강화와 관련해 EU 수뇌부들과 논의할 것으로도 전해졌습니다. 핀란드, 스웨덴의 움직임에 대해 메드베데프는 이들 국가가 NATO에 가입할 경우 러시아는 핵전력을 포함한 방위체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그러면서 두 나라의 NATO 가입과 관련된 여론은 프로파간다에 의해 갈라져 있다고 말했습니다. 함부로 여론에 휘둘려 러시아를 자극하지 말하는 거였습니다. 메드베데프는 러시아 이웃나라 사람들의 이성이 이길 것을 희망한다면서 기어코 두 나라가 NATO에 가입해 부담을 안게 되면 그것은 자업자득이라고 말했습니다.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유럽의 눈에 띄는 변화는 프로파간다 탓인지 실체적 위협이 있다고 여겨서인지 모르겠지만 중립이 사라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스칸디나비아의 두 나라가 NATO 가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데다 군사적 문제는 아니지만 비밀 은행으로 유명한 스위스마저 러시아 자산 동결 같은 제재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대공화기는 스웨덴의 보포스와 스위스의 에리콘이 유명한데 이 또한 방어에 치중하는 중립국의 특성에 기인한 것입니다.

현재 표면적으로 보면 NATO는 러시아 포위망을 완성했습니다. 2017년 발칸반도의 소국 몬테니그로까지 가입해 친러 국가인 세르비아까지 가뒀습니다. 여기에 핀란드, 스웨덴까지 NATO에 가입하면 완벽한 그림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그게 그렇게 단순하지만은 않습니다. 유럽 대부분의 국가들이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러시아의 천연가스, 원유에 덜미가 잡혀 있습니다. 최근에는 NATO 회원국인 터키와 불가리아가 세르비아로 방공미사일을 운반하는 중공군 대형 수송기의 영공 통과를 허용했습니다. 터키, 불가리아가 유고슬라비아를 무차별 폭격한 NATO를 적으로 보고 있는 세르비아를 돕는 경천동지할 만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푸틴의 맹우인 알렉산드르 부치치 대통령의 세르비아는 NATO의 노골적인 압박을 받아왔습니다. 러시아 타스 통신에 따르면 NATO 전투기들은 열흘 동안 다섯 차례나 세르비아 민항기가 러시아 영공으로 들어가는지 감시한다면서 위협 비행을 했습니다. 4월 8일의 경우도 마찬가지 위협을 받아 NATO 회원국이면서도 러시아 푸틴과도 맹우인 오르반 총리의 헝가리가 하루에 두 차례나 전투기를 긴급 발진시켜 세르비아 민항기를 지켜주는 일도 발생했습니다.

NATO 회원국 전투기가 다른 NATO 회원국 전투기를 견제한 겁니다. 러시아와 중공은 철저히 세르비아 편입니다. 러시아는 세르비아에 저렴한 가격의 에너지 공급을 약속했고 중공은 중거리 방공미사일 FK-3를 세르비아에 인도했습니다. NATO 회원국이면서 러시아와도 등거리 외교를 하고 있는 터키의 협조를 받은 겁니다. 세르비아가 중공 무기를 인도받자 유럽은 발칵 뒤집혔습니다. 2008년에 독립한 코소보를 노리고 있다면서 세르비아를 비난하고 있습니다. 그러자 세르비아 부치치 대통령은 작심 발언을 했습니다.

세르비아는 군사적 중립 국가라면서 “외로운 늑대가 될지언정 NATO의 들개 집단에 합류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NATO의 들개들은 부끄러움도 모르고 도덕도 없다”고 말했습니다. 부치치 대통령은 NATO가 여러 차례에 걸쳐 세르비아를 협박하고 있다면서 “들개 주변을 윙윙 소리를 내며 들러붙고 있는 파리” “뭔가 주워먹을 게 없는지 남은 음식 찌꺼기를 기다리는 파리”와 같다고 맹비난했습니다. 부치치 대통령은 코비드 발생 당시 유럽에 지원을 요청했지만 싸늘하게 거절당한 적도 있습니다. 당시 그는 국제연대 유럽의 단결은 애당초 존재하지도 않는 것이며 종이에 씌여있는 동화에 불과하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이때 세르비아에 방역물자를 보낸 나라는 중공입니다. 그래서 중공과도 강한 연대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서방 측이 약소국이라고 홀대하고 무시하는 바람에 세르비아는 친러·친중 국가가 됐습니다. 우리 입장에서 ‘세르비아가 친중이니 나쁘다’고 해석하는 것은 단견입니다. 원교근공이란 단순한 이치를 이해하지 못하는 겁니다. 세르비아가 친중·친러가 된 것은 전적으로 유럽과 미국의 자업자득입니다.

4월 24일 치러지는 프랑스 대선 결선 투표도 NATO의 운명과 직결될수 있습니다. 국민전선의 르펜 후보가 1차 투표에서 24.5대 28.5로 마크롱 대통령과 접전을 치렀습니다. 2017년에 34대 66으로 패한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따라잡은 겁니다. 프랑스 선거도 우크라이나 사태가 관건입니다. 대러시아 제재로 물가가 오르고 민생이 엉망이 되자 친러 성향인 르펜 후보의 지지율이 꾸준히 올랐습니다. 마크롱도 대러시아 강경 제재 입장에서 벗어나 중재역을 자처했던 것도 우크라이나 사태가 프랑스 경제에 미치는 영향 때문이었습니다. 마크롱은 지금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같은 민족이니 화해를 하라고 촉구하고 있습니다. 흔히 르펜을 극우라고 하는데 극도로 비정상적인 사회에서는 정상적 스펙트럼이 가장 오른쪽으로 밀리게 돼 있습니다. 그래서 극우이지 무슨 폭력을 휘두르거나 극단적이라서 극우가 아닙니다.

르펜은 NATO의 존재 이유 자체를 부정하는 입장을 2017년 BBC와의 인터뷰에서도 밝힌 적이 있습니다. NATO는 소련에 대항하기 위해 만들어진 건데 소련이 사라진 마당에 왜 있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이 러시아와 인접하고 있는 나라를 무장시키면서 전쟁 위험을 높이고 있다고도 경고했습니다. 쓸데없이 러시아를 자극할 필요가 없다고도 했습니다. 르펜은 유럽이 러시아에 폐해를 끼쳤는지 아니면 그 반대인지를 반문해봐야 한다고도 했습니다. 그리고 푸틴이 러시아의 경제를 부흥시켜 국민의 인기도 높다고 평가했습니다. 더 뭐라 말할 나위가 없다고 했습니다.

또 러시아의 시리아 개입도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시리아를 뒤흔들고 있던 ISIS를 푸틴이 격파했기 때문에 극단주의 세력의 발호를 막을 수 있었고 그 덕분에 난민의 유럽 유입을 늦출 수 있었다고 냉정하게 평가했습니다. 시리아가 사악한 독재국가인 것은 맞습니다. 그러나 ISIS는 말 그대로 재앙입니다. 사람을 멋대로 참수하는 극단 테러분자보다는 독재가가 상대적으로 선량한 겁니다. 국제 정세도 이렇게 최악과 차악을 선택해야 하는 게 다반사입니다. 선과 악으로 단순하게 구분되지가 않습니다.

그러면서 독일의 메르켈에는 전적으로 반대한다고도 했습니다. 메르켈의 경제, 통화 난민정책은 유럽에 해악만 끼쳤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150만의 난민 수용은 그야말로 유럽에 독을 풀어놓은 것이나 다름없다고 호되게 비판했습니다. 르펜의 세계관은 대체로 트럼프와 일치합니다. 이민자를 받아들여 자국민을 희생시킬 필요가 없고 대외적으로는 러시아와 친하게 지내고 중공을 고립시켜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르펜은 24일 결선 투표를 앞두고 어떻게든 표를 모아야 하기 때문에 강경 입장은 다소 누그러뜨렸습니다. NATO와 러시아가 더 서로에게 다가가야 하고 프랑스의 EU탈퇴(프렉시트, Frexit)는 없을 거라고 했습니다. 너무 극단적으로 가다가는 득표에 마이너스가 된다는 계산 때문입니다.

그러나 미국은 기본적으로 르펜이 만약 당선될 경우 NATO의 재앙으로 보고 있습니다. 대러시아 화해라는 르펜의 입장 때문입니다. 현재 큰 그림을 보면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폴란드, 발트3국, 그리고 영국 정도가 미국에 동조해 대러시아 초강경 입장입니다. 나머지 여러 나라는 결국 에너지에 발목이 잡혀 이중 플레이를 하거나 하는 수 없이 군중 심리에 따라가고 있습니다.

-박상후의 시사논평 프로그램 ‘문명개화’ 지면 중계

*이 기사는 저자의 견해를 나타내며 에포크타임스의 편집 방향성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