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펠로시 의장, 대만 방문 이뤄질까…美·中·대만의 셈법은?

왕허(王赫)
2022년 07월 29일 오전 6:37 업데이트: 2024년 02월 19일 오후 3:10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이 8월 초 대만을 방문한다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의 보도로 대만해협이 다시 격랑에 휩싸이고 있다. 미국·중국·대만 3국의 힘겨루기가 시작됐다.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 소식에 중국 공산당 당국은 과격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후시진(胡錫進) 전 환구시보 편집장은 25일 웨이보 계정에 “펠로시 의장이 대만을 방문한다면 중국이 대만에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하거나 인민해방군이 군용기를 보내 그를 맞아야 한다”고 했다. 한편 자오리젠(趙立堅) 외교부 대변인은 19일 정례브리핑에서 “만약 미국이 독단적으로 행동하면, 중국은 반드시 강력한 조치를 취해 단호히 대응할 것이며, 우리는 말한 대로 할 것”이라고 했다. 자오 대변인은 25일 정례 브리핑에선 “우리는 엄진이대(嚴陣以待·전투태세를 갖추고 적을 기다림) 중”이라고 강조하기까지 했다. 이처럼 중국 당국은 물러설 여지를 전혀 남겨두지 않았다.

이 같은 중국 당국의 반응이 자못 의아스럽다. 시진핑의 3연임을 결정짓는 20차 당대회를 앞두고 미국 정부가 바이든-시진핑 화상회담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시진핑의 치적으로 선전할 수 있는 호재다. 그 치적은 미중 관계에서 ‘경쟁은 하되 파국은 피하는(鬪而不破)’ 최적의 상태를 유지하면서도 중국이 주도권을 쥐고 있다는 것이고, 이를 미국이 회담을 ‘요청’했다는 사실이 입증한다는 것이다.

펠로시 의장이 대만을 방문하는 것은 미국의 ‘하나의 중국 정책’을 깨는 수준이 아니다. 또 미 하원의장이 대만을 방문하는 것도 1997년 뉴트 깅리치 당시 공화당 하원의장에 이어 두 번째여서 크게 문제 삼을 일도 아니다. 중국 공산당이 이처럼 과격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바이든-시진핑 회담을 하지 않고 미·중 관계를 위기로 몰아넣으려는 것일까? 시진핑의 3연임을 둘러싸고 중국 공산당이 치열한 파벌 싸움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시진핑에게 대미(對美) 관계의 치적은 매우 중요하다.

中 공산당, 과격한 반응으로 경직된 분위기 노출

중국 당국이 이런 과격한 반응을 보이는 데는 나름대로의 계산이 있다.

첫째, 억만장자 조지 소로스를 위시한 미국의 반(反)시진핑 세력이 중국 공산당 내부의 반시진핑 세력과 손을 잡고 있다는 점과 관련이 있다. 시진핑 당국이 미국에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바로 양국 반시진핑 세력의 연대를 끊기 위함이다.

중국 당국은 미국에 ‘리스트’를 두 차례 전달한 바 있다. 한 번은 지난해 7월 말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 미국 측에 전달했고, 여기에는 이른바 ‘시정 리스트(미국이 고쳐야 할 대중국 정책 리스트)’과 ‘중점 사안 리스트(중국 측이 관심을 갖고 있는 리스트)’가 담겼다.

또 한 번은 지난 9일 20개국(G20) 외교장관 정상회의에서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장관)이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에게 건넸다. 여기에는 미국의 잘못된 대중 정책과 언행, 중국이 우려하는 중요 사안, 중국이 우려하는 중국 관련 법안, 양국이 협력할 8개 영역 등 4개 리스트가 담겼다.

둘째, 중국 공산당에 대한 미국 정치권의 단합된 인식을 깨려는 계산이 깔려 있다. 중국 당국은 바이든 정부에 ‘충돌 공포증’이 있다고 보고 이를 극대화해 바이든을 위시한 민주당 인사들을 반중공 대열에서 이탈시키려 한다. 그래서 바이든 정부 4년을 두 번 다시 찾아오기 힘든 ‘호기(好期)’로 판단해 벼랑 끝 전술로 몰아붙이는 것이다.

셋째, 대미 강경책을 20차 당대회를 앞두고 여론 조성을 하기 위한 ‘대내 선전’에 이용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계산은 지나치게 강경하고 융통성이 없어 중국 공산당이 경직돼 있음을 드러냈다.

지난 20일 바이든 대통령은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 계획에 대해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군에서는 지금은 좋은 아이디어가 아니라고 본다”고 답해 여론이 들끓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3일 평론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언론에 불쑥 나올 때 항상 문제를 일으키는 습관이 있다”고 했다. 또 이 발언 이후 중국 공산당은 미국의 약함을 감지한 듯 갈수록 대응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했다.

펠로시 의장은 대만 방문 계획에 대한 말을 아끼며 “대만에 대한 지지가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만 강조했다.

펠로시 의장은 바이든의 발언에 대해 “대통령의 말은 아마도 군 당국이 우리 항공기가 중국군에 의해 격추되거나 그와 비슷한 일이 발생할 것을 우려한다는 뜻일 것”이라면서 “그런 얘기를 들었지만 대통령으로부터 들은 것은 없다”고 말했다.

지난 몇 주 동안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 마크 밀리 합참의장 등은 펠로시 의장과 그의 참모들에게 이 방문이 초래할 여러 위험과 방문할 경우 필요한 군사 계획을 통보했다.

바이든 정부, ‘충돌 공포증’로 인해 오판

3월에 대만을 방문한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은 25일(현지시간) 트위터에 “낸시, 나도 당신과 함께 가겠다. 중국 입국은 금지돼 있지만 자유를 사랑하는 대만은 갈 수 있다. 거기서 보자”라고 썼다.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을 바라보는 미국 정치권의 시각이 엇갈리는 것은 사실이다. 미국은 삼권이 분립돼 있어 바이든 행정부는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을 막을 권한이 없다.

그러나 “군에서는 지금은 좋은 아이디어가 아니라고 본다”는 발언으로 인해 바이든 정부의 약점 두 가지가 노출됐다.

첫째, 바이든 정부는 중국 공산당에 대한 ‘충돌 공포증’이 있어 충돌을 피하려 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는 점이다. 중국 공산당은 바로 이 점을 이용해 벼랑끝 전술을 펼치고 있다.

둘째, 미군 지보부가 ― 최소한 일부는 ― 중국 공산당과 싸울 의지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그들은 중공군과의 전쟁을 피하려 애쓰고 있지만 이는 일방적인 바람에 불과하다. 역사적으로 볼 때 한국전쟁 때도 그랬고 베트남전쟁 때도 그랬듯이, 공격하고 말고는 중국 공산당 의지에 달렸지 미국이 싸움을 피하려 한다고 해서 중공군이 공격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는 바이든 정부가 중국 공산당을 평가하는 두 가지 판단과 관련이 있다.

하나는 중국 공산당은 미국과 다르긴 해도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대상이라고 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중국의 부상은 막을 수 없다고 보는 것이다. 이것은 그야말로 엄청난 오판이다.

첫째, 중국 공산당 정권은 파시즘을 능가한다. 그래서 자유민주주의 미국과의 관계를 ‘네가 죽어야 내가 사는(你死我活)’ 관계로 보고 있다. 따라서 중국 공산당이 ‘평화공존’을 내세우는 것은 그들이 코너에 몰렸을 때 살아남기 위한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둘째, 중국 공산당은 지금 부상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종말을 향해 질주하고 있다. 이 점은 올해 들어 특히 두드러지게 드러나고 있다.

시험대에 오른 대만의 외교역량

대만 외교부는 펠로시 의장의 8월 방문 가능성에 대해 “관련 소식을 듣지 못했다”며 말을 아꼈다. 대만 당국은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을 반기고 있을까? 이는 대만 당국이 중국 공산당의 위협을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2020년 미중 갈등이 고조되고 있을 당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과 대만의 관계를 대폭 격상했다. 당시 대만 정부는 대만과 미국의 관계가 “사상 최고의 상태에 진입했다”고 거듭 주장했다. 하지만 오자오셰(吳釗燮) 대만 외교부장은 “현재로서는 미국과의 전면적인 외교관계를 추구하지 않는다”며 “중국 공산당은 과거보다 더 위협적이고 강력해졌다. … 대만에 대한 군사행동의 위험이 높아져 대만이 희생양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따라서 대만 당국이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이 군사적 충돌을 야기할 수 있다고 판단하면 그의 방문을 완곡히 거절할 것이고, 중국 공산당이 허세를 부린다고 판단하면 적극 성사시킬 것이다.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은 한 마당 전쟁게임처럼 미국·대만과 중국이 각자의 전술·전략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중국 공산당이 어떤 공격을 하든 승패는 미국과 대만이 중국 공산당의 전략을 얼마나 정확히 판단하느냐에 달렸다. 정확한 판단에 따라 대응하지 않으면 중국 공산당의 손아귀에서 놀아날 것이다.

*이 기사는 저자의 견해를 나타내며 에포크타임스의 편집 방향성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