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팬덤정치·포퓰리즘 난무에 유권자들 후보 ‘도덕성’ 주목

오세라비 /작가·미래대안행동 공동대표
2022년 01월 11일 오후 10:40 업데이트: 2022년 01월 12일 오전 9:54

정치가는 선의든 악의든 거짓말을 하게 되어 있다.

정치가의 거짓말에는 여러 유형이 있다. 국가의 이익과 사회 전체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속임수에 준하는 방침을 시행할 때도 있다. 정치판은 자잘한 거짓말과 큰 거짓말이 난무한다.

손쉬운 이미지 조작, 과장과 유권자들의 환심을 사기위한 호언장담도 마찬가지다. 그런 가운데 진실과 정치적 원칙에 벗어난 문제점을 찾아내기란 쉽지 않다. 유권자 입장에서 정치가들이 쏟아내는 발언과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평가하는 것도 여간 피곤한 일이 아니다.

특히 선거 국면에서 쏟아지는 선심성 공약과 정책 남발이 그러하다. 유권자는 알고도 속아주고, 모르고도 속는다. 팬덤정치, 컬트정치가 유독 극성인 우리나라는 지지하는 정치인이 거짓말을 하더라도 “그럴 수 있지”라며 넘어간다. 하지만 정적일 경우 격렬한 반대 현상이 벌어진다. 하지만 결국 보통의 유권자들은 덜 거짓말을 한다고 판단하는 정치인에게 1표를 행사한다.

올 3월9일로 다가온 대통령선거를 D-60여 일을 남기고 여야 대선 주자들은 각종 공약을 앞다투어 발표하고 있다. 공약이란 의회정치를 담당하고 있는 정당의 정책으로, 권력을 장악했을 때 실천할 약속이요 방침이다. 유권자 개개인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공공정책이기 때문에 정책 수립 전에 예산 확보 근거를 포함한 면밀한 연구검토 및 토론회, 공청회를 거친 후 발표되어야 한다.

매니페스토운동 실종된 선거문화, 포퓰리즘과 사이버포퓰리즘 현상

근래 정치계는 매니페스토운동이 실종된 선거문화가 되었다. 특히 2022년 제20대 대통령선거도 마찬가지로 제대로 된 공약인지 검증·평가하며 따져보는 활동을 찾아보기 어렵다. 한국의 매니페스토운동은 2006년 지방선거를 계기로 시민단체들이 중심이 돼 시작되었다. 이후 10여 년 정도 선거 시기마다 주목받는 역할을 하다 최근 들어 매니페스토운동은 갈수록 시들해져 이제는 매니페스토라는 말조차 생소하게 들릴 정도로 공약 검증은 관심 밖으로 밀려나고 있다.

매니페스토의 효시는 1834년 영국 보수당이 제대로 된 공약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시작되었다. 영미권은 현재도 인물과 당의 정책을 동시에 선택하는 선거문화가 기본적인 토대를 이루고 있다. 결국 정치의 발전은 선심성 공약 남발이 아닌 출마자의 투명한 정책 제시와 그에 따른 치열한 토론과 구체적인 실현 계획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자칫 선동과 인기에 영합한 포퓰리즘이 난무하는 정치가 된다. 더구나 인터넷으로 모든 것이 연결되고 소셜 미디어의 정치적인 힘을 무시하지 못하는 현실은 선동과 인기에 영합한 극단적인 사상을 전파하는 사이버포퓰리즘(cyberpopulism)이 확장되고 있다. 대중선동과 인기에 영합한 포퓰리즘 정치인의 극단적인 인물이 나치 독일의 지도자 히틀러였다. 1인 1표를 행사하는 선거를 통한 민주주의 정치문화의 정착은 어렵고, 민주주의 자체 역시 불안정하고 결함이 많은 제도이다. 민주주의 정치가 약화될 때 파시즘은 고개를 든다.

여성가족부 폐지, 탈모약 건강보험 적용, 가발 공약, 골프장 요금 인하

여가부 폐지는 야권 대선후보 경선이 치러지는 동안 홍준표·유승민 후보가 공약으로 내세웠다.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선출된 윤석열 후보 역시 폐지 공약을 며칠 전에 전격 발표했다. 여가부 폐지는 성인 10명 중 6명은 동의할 정도로 폐지론이 우세하다. 특히 2030 남성들은 압도적으로 폐지에 찬성한다. 2022년 여가부 예산은 1조4650억 원으로 예산 대부분이 여성 편향적이고 세금낭비에 타 부처와 업무 중복이라는 비판이 늘 붙는다.

야권 대선후보가 여가부 폐지 공약을 발표하긴 했지만 후보 경선 동안 급부상한 공약으로, 야당은 여태 단 한 번도 이에 따른 토론회·공청회를 개최하지 않았다. 야권 정치담론장에서 금기시 여겨 공론화조차 않던 여가부 폐지가 대선 국면에 공약으로 등장한 것이다. 중앙행정부 18부 중 하나인 부처의 존폐가 달린 일인데 실현 가능한 공약인지 실천 계획은 제시되지 않았다.

한편, 여당의 이재명 대선후보는 화제를 모은 탈모약 건강보험 적용 공약 제시에 이어 가발·모발이식까지 건보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구체적인 재원 규모는 밝히지 않았다. 주지하다시피 건강보험 적립금은 문재인 케어 정책 영향 등으로 재정 수지 적자폭이 크게 늘어 2024년쯤이면 고갈된다. 여당 후보의 탈모약 공약보다 더 시급한 건보 적용 영역은 이를테면 사적 간병비 부담이다. 간병비는 환자·보호자 부담이 가장 큰 영역으로 건강보험 급여화 필요성이 늘 제기되고 있다. 사적 간병비는 1일 12만 원 정도로 한 달이면 350만 원가량 들어 엄청난 부담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건강보험공단이 간병비를 급여화할 경우 약 9조원의 재정이 필요하다. 우선 단계적으로 현재도 시행 중에 있으나 태부족인 간호간병통합병상을 확충하여 간병비 부담을 줄여야 한다. 게다가 향후 3년 후면 65세 노인인구 1천만 명을 돌파하여 젊은 세대는 줄어들고 고령인구는 늘어나 의료비용 지출이 큰 폭으로 증가한다.

게다가 코로나19와 같은 신종감염병 사태로 환자가 대량으로 늘어 건강보험 재정은 크게 악화되고 있다. 대선 주자들의 무분별한 공약은 결국 개인 건강보험료율 인상으로 이어지고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을 해친다. 국민연금·건강보험 재정 건전성은 다음 세대가 살아갈 사회안전망이요 기초적인 복지다.

이뿐 아니라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는 올해 초 모든 국민에게 코로나19 재난지원금을 1인당 최하 50만 원을 지급해야 한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이틀 만에 철회했다. 30조원이라는 재원이 필요함에도 선심성 공약을 마구 남발하는 것이다. 이 후보는 지난해 11월에도 재난지원금을 모든 국민 1인당 30~50만원 주겠다는 공약을 냈다 철회하는 등 오락가락 행보를 보이고 있다. 또 골프장 요금 인하 공약까지도 내걸어 포퓰리즘 정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포퓰리즘 공약 남발은 정치발전 퇴보

한국 경제는 코로나19 사태 이전부터 이미 저성장 터널로 진입하여 침체 국면에 들어선 상태다. 불황의 위협과 맞닥뜨린 시민들의 미래는 불안하다. 근로자는 근로자대로 기업체 동향에, 예금자들은 금융계의 소식에 귀추를 주목한다. 다들 공통적으로 “대선 후 경제 상황은 나빠질 것”이라는 근심 어린 의견이 지배적이다.

지난해 한국은 실질 GDP 성장률 1%대를 기록하며 저성장 국면과 일자리 창출이 거의 안 되고 있어 한국 경제의 엔진이 꺼지고 있다. 경제 성장은 부의 축적으로 이루어지고 민간 기업의 성장이 일자리를 만들고 경기를 견인한다. 이번 대선이 중요한 이유는 한국 경제가 재반등할 마지막 기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표를 얻기 위한 포퓰리즘 공약은 자제해야 한다.

한국 사회의 아킬레스건은 저출생·고령화 문제다. 우리나라는 2017년을 기점으로 고령사회가 되어 앞으로 2~3년 후 노인 인구가 20%를 돌파하는 초고령사회에 도달한다.

지난해부터 60대 인구가 20대 인구를 추월했다. 청년인구(15~29세) 감소도 본격화되어 지난해 1년간 청년인구 13만6천명이 감소했다. 2020년 출생아 수 약27만 명에 이어, 2021년은 약 26만 명대를 기록했다. 이대로라면 머지않아 출생아 수 20만 명대도 무너질 것이다.

청년층은 설상가상 “이생에는 내 집 마련은 망했다”는 ‘이생집망’이라는 말을 할 정도로 미친 집값 상승에 주거 사다리마저 붕괴되었다. 청년 실업률은 30%에 육박할 정도로 심각하다. 앞서 말했듯 곧 닥칠 건강보험 적립금 고갈, 국민연금 제도 역시 현행대로 유지될 경우 기금은 2054년이면 고갈된다. 고용보험 기금 적립금도 이미 바닥을 드러냈다.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 10조원에 달하던 고용보험 기금 적립금이 무리한 실업급여 확대로 적자로 돌아서 빚으로 연명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민들의 기본적인 사회안전망 그물인 4대 보험이 위태로운 지경으로 대선후보들은 이에 대한 개혁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눈앞의 정치권력 유지가 아닌 차기 세대가 살아갈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어야 할 임무도 막중하다. 그만큼 책임정치가 요구되는 시기에 포퓰리즘 정치는 위험하다. 국가채무 1000조 원 시대, 대한민국의 거의 모든 분야가 비정상적이고 위태롭다.

거듭 강조하지만 2022년 대통령 선거의 중요성은 한국 경제 재반등의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 대중 영합적인 포퓰리즘 정책이 아니라 국민소득 4만 달러, 5만 달러를 향한 정책과 시스템 확립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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