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중국, 상하이 말단조직부터 권력체제 무너지고 있다

스산(石山)
2022년 05월 3일 오전 10:26 업데이트: 2024년 02월 19일 오후 3:11

“중국 공산당 당국으로서는 코로나19 감염자 및 사망자 데이터가 ‘양날의 검’이다. 발표하는 수치가 낮으면 극단적인 봉쇄에 민중이 의문을 품게 되고, 높으면 정부가 무능한 것으로 비친다.”

니콜라스 토마스 홍콩시티(城市)대학 교수가 CNN에 한 말이다. 감염자수와 사망자수가 너무 적으면 신뢰에 문제가 생길 뿐 아니라 봉쇄 조치도 지나쳐 보이고, 너무 많으면 봉쇄 조치는 합리적으로 보이지만 당국이 바이러스를 통제하지 못하는 것으로 인식된다는 것이다.

중국 당국의 숫자놀음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의문을 제기해왔다. 그러나 국제사회의 큰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 원인은 간단하다. 대부분 의문은 중국의 경제통계에 국한됐는데, 경제수치는 중국이 통계자료를 독점해 어떠한 해외 단체나 기관도 제대로 조사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만일 누군가 이런 정보를 조사하려 하면 ‘국가기밀침해’로 취급됐다. 결국 중국 경제통계는 정부에서 발표한 ‘공식자료’만 남게 됐다. 외국 투자자 입장에서는 이런 자료라도 없는 것보다는 낫다. 일정 부분 차이가 있다는 점을 감안해서 분석하면 그만이다. 투자자들의 돈을 중국으로 끌어들이려는 월가는 오히려 고도 성장 수치를 내심 반겼다. 그래서 이를 눈감아줬다.

하지만, 코로나19 통계는 상황이 다르다. 축소·은폐 의혹이 짙은 데다가 자신들의 생명 안전에도 직결되기 때문에 각국에서 주목하고 있다.

예를 들면 이번 코로나19 확산으로 상하이에서 사망한 사람이 얼마나 되는가 하는 것 등이다. 초기 2주간 공식 발표에 따르면 양성 판정은 30만 명에 육박했는데 중증은 단 1건, 사망은 1건도 없었다. 도저히 믿기 힘든 수치다.

상하이와 홍콩을 비교해보면, 차이는 더욱 극명하다. 올해 초 홍콩에서 코로나가 재확산한 후 현지 사망률이 전 세계 최고치를 기록했다. 4월 23일 홍콩 정부 발표에 따르면, 누적 감염자수는 118만 8800명, 사망자수는 9023, 사망률은 0.76%에 달했다.

같은 오미크론, 같은 중국인, 같은 방역모델인데 홍콩은 사망자가 속출했고 중국은 사망자가 전무했다. 급기야 외신에서 상하이 사망 발생 소식을 보도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하루 한 자릿수였던 것이 지금은 수십 건이 됐다.

토마스 교수가 말한 ‘양날의 검’이다. 어떻게 분석해도 중국 당국이 숫자를 조작하고 있다는 것은 반박하기 힘든 일이 됐다.

소셜미디어에는 상하이에 거주하는 한 여성이 자신도 모르게 ‘방역지원 자원봉사자’로 등록됐다는 사실을 고발했다.

이 여성은 메신저 단체 채팅방에서 동네 주민들이 “내가 하지도 않았는데, 자원봉사자로 등록됐다”고 말하는 것을 보고 혹시 자신도 등록이 됐는지 궁금해졌다고 했다. 자원봉사자는 쓰레기 처리, 치안 유지 등을 돕는 역할이다.

그녀는 자신의 이름과 신분증 번호로 검색해 이미 등록됐다는 걸 발견했다. 마음에 안 드는 프로필 사진을 바꾸려 비밀번호 변경을 시도했지만, 불가능했다. 계정에 등록된 이메일이나 휴대전화 번호가 자신의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고스란히 자신의 계정을 누군가에 의해 도둑맞은 셈이 됐다.

이는 자신만의 일이 아니었다. 그녀는 “내가 사는 아파트 단지 단체 채팅방에 난리가 났다. 채팅방 인원이 200명인데 99명이 자기도 모르게 등록돼 있었다고 했다. 남의 개인정보를 누군가 무단 도용했는데 관리하는 사람도 책임지는 사람도 없다”고 했다.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게 ​당연하다. 왜냐하면 이런 일들을 감독해야 할 당국이 바로 개인정보를 몰래 등록한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상하이에서 벌어지는 이상한 일은 이뿐만이 아니다.

현재 상하이는 폐쇄식 관리로 주민들의 아파트 단지 출입이 엄격하게 제한돼 있다. 온라인으로 물건은 단체로 대리구매만 가능한데, 도착한 물건은 자원봉사자들이 해당 아파트 현관까지 가져다주게 돼 있다. 이러한 자원봉사는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봉쇄 기간에 자유롭게 돌아다니기 위해서는 구청이나 가도(街道)사무처(한국의 주민센터)에서 발급한 증명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중간 마진’이 생긴다. 필자가 전해들은 바에 따르면, 한 자원봉사자는 자신의 친구에게 자랑을 했다고 한다. 그는 봉쇄 직전 ‘인맥’을 통해 자원봉사자로 등록했고, 봉쇄 기간 내내 하루 500보루의 담배를 배달해주면서 1보루당 100위안(약 1만8천원)의 수수료를 챙겼다는 것이다. 한 달 넘도록 매일 5만 위안(약 940만원)을 벌어들인 꼴이다.

물론 5만 위안이 전부 자기 주머니로만 들어가지는 않았음이 분명하다. 이러한 특혜를 제공해준 이들에게 일부를 상납해야만 했을 것이다. 이 ‘자원봉사자’는 구체적인 것은 밝히지 않았지만 자신의 윗선은 하루 30만 위안(약 5700만원)을 벌어들이고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담배뿐만이 아니다. 봉쇄된 상하이의 시민들은 고기, 쌀·야채, 식수, 휴지 등 품목별로 모두 단체구매를 해야 했다. 상점은 모두 닫았고, 온라인 쇼핑몰 택배는 큰 길까지만 가능하다. 외출이 금지된 채 집안에 갇힌 주민들은 꼼짝 없이 구청 등에서 발급한 증명서를 소지한 소위 ‘자원봉사자’들의 대리구매에 생필품을 의존해야 했다.

상하이 시민들 사이에서는 물건 값이 너무 비싸고 품질은 엉망이며, 다른 지역에서 상하이의 소식을 듣고 기부한 물품은 도중에 어디론가 빠져나간다는 원성이 자자하다.

한 주택 단지의 단체주문 주민대표는 “어떤 사람이 자신에게 충분한 수량을 주문 넣어주면 물건을 구매해줄 테니, 비용의 5%를 수수료로 가져가겠다고 했다”고 토로했다.

상하이는 인구 2600만 명이 한 달째 봉쇄됐다. 한 사람이 먹고 사는 데 하루 평균 100위안(약 1만8천원)을 쓴다고 하고 중간에서 수수료로 5%만 가져간다고 하면 한 달간 39억 위안(약 7400억원) 가까운 돈이 누군가의 주머니로 굴러들어가는 셈이다. 수수료는 적게는 5% 많게는 10% 이상 붙는다. 지역에 따라 20% 이상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 이익이 100억위안 이상(약 1조8천억원)이 될 수도 있다.

담배를 배달하는 자원봉사자는 수익 중 상당 부분은 ‘윗선’으로 들어간다고 했다. 이 ‘윗선’은 어떤 사람들일까? 그리고 그 윗선의 끝은 누구일까?

이미 물가도 천정부지로 오른 상태다. 지난 14일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에 올라온 한 글에는 바나나 1송이, 토마토 20개, 오이 20개, 가지 5개, 콜라 한 팩(24병)을 찍은 사진에 대리구매 수수료 70위안을 포함해 715위안(약 14만원 줬다)는 글이 달렸다. 이전에는 2만원 정도면 구입할 수 있는 양이었는데 7배 비싸게 줬다는 것이다.

문제는 바가지 요금, 중간 수수료 착복에만 그치지 않는다. 이런 높은 비용을 주고도 음식물을 구할 수 없거나 비용을 감당할 수 없어 굶어죽는 사람들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 17일 공산당 원로 2세인 메기 입(葉靜子·예징즈)는 웨이보에 “가장 빠른 속도로 따야만(大亞灣 ·광둥성 남쪽 만)에서 물류 인력을 데려오자. 누군가 고의로 혼란을 일으키지 않고서는 이런 물류 대란은 불가능한 일이다. 광저우, 선전에서도 이처럼 엉망은 아니었다. 어째 마귀의 도시(大魔都·상하이)가 이렇게 된단 말인가? 피해가 우크라이나를 능가한다”는 글을 올렸다.

홍콩 엔터테인먼트 업체 BCG의 상무이사로 재직 중인 메기 입은 중국의 유명인사다. 그녀는 중화인민공화국 개국 원로 중 한 명인 엽검영(葉劍英·예젠잉) 인민해방군 원수의 손녀로 고위층 다수와 인맥 관계를 맺고 있다.

그녀의 웨이보 글은 상하이 물류 관리가 엉망이니, 광둥성에서 인력을 데려오자는 이야기다. 그러면서 ‘누군가 고의로 혼란을 일으킨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했다.

이는 봉쇄된 상하이의 물류가 혼란에 빠졌다는 방증이다. 상하이는 수도 베이징을 제치고 중국에서 가장 번화한 도시이지만, 봉쇄 기간 굶어죽는 사람들까지 나타났다.

필자는 의도적으로 혼란을 일으키려 했다기보다는 개인의 욕망이 원인이라고 본다. 실권을 가진 이들이 위기를 틈타서 한몫 챙기려 물자를 빼돌리면서 이번 사태가 초래됐다고 생각한다.

중국의 방역, 봉쇄는 이미 2년간이나 지속됐다. 전국 곳곳에서 유사한 상황들이 나타났다. 타 지역 주민들이나 자선단체에서 지원한 물자는 돌고돌아 주민들이 비싼 값을 주고 산 생필품 박스 안에 들어가 있었다. 다만 상하이에서 더 많이 집중됐을 뿐이다. 상하이 사람들이 두뇌 회전이 빠르고, 그냥 앉아서 당하고만 있지 않으려 했다는 점도 작용했을 것이다.

대다수 중국인들은 상하이 정부와 공무원들의 업무능력을 중국에서 첫손가락으로 꼽아왔다. 필자 역시 여기에 동의해왔지만 이제는 동의를 철회해야 할 것 같다.

눈길을 끄는 점은 상하이 물류대란을 비판한 메기 입이 상하이를 ‘마귀의 도시’라고 부른 점이다. 이는 상하이의 별칭이다. 사람들이 언제부터 상하이를 마귀의 도시라고 부르기 시작했는지는 확실치 않다.

다만 어렴풋하게 2014~2015년부터 이런 표현이 등장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당시 많은 중국인들이 강택민(江澤民·장쩌민) 전 총서기를 대마두(大魔頭), 강마두(江魔頭)라고 불렀다. 이 말이 퍼지다보니 장쩌민이 근거지로 삼은 상하이 역시 마귀의 도시로 바뀌게 됐다.

중국에서 가장 발전된 도시인 ‘경제수도’ 상하이로서는 다소 억울할 일이다. 상하이는 경제수도라라는 별칭답게 중국 경제 전반에서 극히 중요한 위치에 있다. 옛날 등소평(鄧小平·덩샤오핑)이 개혁개방 시범도시를 선정하려 할 때 경제 책임자 진운(陳雲·쩐윈)이 상하이를 제외하자고 했다. 만약 상하이에서 문제가 생긴다면 중국 전역에 미칠 파급효과를 수습할 수 없다는 게 이유였다. 결국 상하이에서 멀리 떨어진 광둥과 푸젠에 경제특구 4곳이 지정됐다.

상하이는 그 영향력으로 인해, 가장 통제된 도시이기도 하다. 방역 통제 이전부터 상하이는 철저한 이념, ‘사회관리’ 통제가 이뤄지던 도시였다. 동시에 이익에 가장 민감한 도시다. 이번 코로나19 확산 사태가 터지자 상하이 관료사회는 밑바닥에서 상층부까지 전부 자기 밥그릇부터 챙기고 있다. 중앙정부 정책 이행보다는 자기 자리 보존이 먼저다. 이는 매우 모순적으로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통제가 심한 곳일수록 내부에서는 더욱 썩어가게 마련이다. 이는 비단 중국에만 해당되는 현상은 아니다. 전 세계가 마찬가지다. 외국도 독재가 심한 곳은 손바닥만 한 권력을 쥔 이들도차 어떻게든 부당한 이익을 챙긴다. 중국 공산당 체재는 더욱 그렇다.

우리는 상하이 고위층이 매우 부패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전 상하이시 당서기 황국(黃菊·황쥐)와 진량우(陳良宇·천량위)가 모두 부패 혐의로 척결됐다. 장쩌민 가문이 판치는 상하이에서는 ‘조용히 때돈을 버는(悶聲發了大財·장쩌민이 한 말)’ 장쩌민 가문은 물론 구청, 가도사무처, 심지어 자치 조직인 주민위원회까지도 주민들을 갈취해왔다.

홍콩 기업인 임준량(任駿良·런쥔량)은 1990년대에 상하이 부동산에 투자해 26층 건물 완방센터(萬邦中心)을 건설했다. 당시 시가는 7억 위안(약 1329억원)에 달했다. 그 후 상하이 관료계가 일련의 물밑 공작을 했고, 런쥔량은 결국 수천만 위안의 빚을 지고 상하이를 떠나야 했다. 그는 이 일을 중국 최고 사정기관인 중앙기율검사위원회(중기위)에 고발했고, 2006년 최고검찰원에서 조사팀을 파견했다. 하지만 두 법관과 경찰 한 명을 포함한 핵심 증인이 갑자기 비명횡사했고, 중기위와 최고검찰원의 수사도 흐지부지됐다.

지방 고위층이 이처럼 부패하니 하층 정부 관료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코로나 재확산 이후 상하이에서 발생한 일련의 혼란상은 중국 공산당 전체주의 체제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음을 반영한다고 본다.

상하이는 중국 공산당 체제의 전형이자 축소판이다. 중국 공산당 전체주의 체제의 붕괴는 필연적으로 하층 정부의 붕괴에서 시작되고, 하층 정부의 붕괴는 필시 최고 권력자에게서 비롯된다. 공산당 체제의 특성상 최고 권력자는 권력을 등에 업고 부패를 일삼는 관료를 양산할 수밖에 없다. 그들이 최고 권력자를 대신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모든 것을 평정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부패는 결국 권력자 자신을 멸망시키고 만다. 이것은 전체주의 체제가 해결할 수 없는 난제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이 악순환의 고리에서 벗어난 독재자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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