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불투명한 中 기업…美 증시에서 퇴출 불가피

왕허(王赫)
2022년 08월 11일 오전 6:36 업데이트: 2024년 02월 19일 오후 3:10

7월 29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 등 4개 중국 기업을 ‘상장 폐지 예비 명단’에 올렸다. 이날 알리바바 주가는 11% 넘게 폭락하면서 2020년 말 이후 70% 넘게 하락했다.

SEC는 3월 11일 처음으로 중국 기업 5개를 ‘상장 폐지 예비 명단’에 올렸다. 지금까지 이 명단에 오른 중국 기업은 159개다. 이 가운데 153개는 상장 폐지 대상이 아니라는 사실을 기한(15일) 내에 입증하지 못해 확정 명단으로 넘어갔다. 이는 미국 증시에 상장한 중국 기업 전체가 상장 폐지될 상황에 직면했음을 의미한다. 올해 1분기 기준 미국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은 총 261개, 시가총액은 약 1조3800억 달러로 집계됐다.

회계감사를 둘러싼 미·중 간 힘겨루기 본격화

‘상장 폐지 예비 명단’은 SEC가 2020년 말에 통과된 외국기업책임법(HFCAA)에 따라 미 증시에서 퇴출할 기업을 정리한 명단이다.

미국 주식시장은 전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주식시장이다. 미국은 2001년 불거진 초대형 회계부정 사건인 ‘엔론 스캔들’이 있은 이후 2002년부터 사반스-옥슬리(Sarbanes-Oxley)법’을 도입해 엄격히 규제하기 시작했다.

이 법에 따라 설립된 미국 상장기업회계감독위원회(PCAOB)는 국내외 모든 법인의 감사보고서를 주기적으로 감사하고 이를 SEC에 알릴 의무가 있다. 하지만 일부 외국 상장사는 여전히 미국 증권거래소의 감독·감사 규칙을 지키지 않고 있다. 특히 중국 기업들은 회계 자료를 제출하지 않거나 회계가 불투명해 투자자들이 피해를 볼 위험이 높다. 2019년 나스닥에 상장한 중국 커피 체인 루이싱커피는 회계 부정 행위가 폭로되면서 2020년 5월 19일 상장폐지됐다.

HFCAA는 미국에 상장된 외국 기업에 미국 회계 감사 기준을 엄격히 따르도록 하고 PCAOB의 회계감사를 받도록 했다. 이에 따라 2021년부터 3년 연속 PCAOB에 회계 감사 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은 외국 기업은 상장폐지된다. 미 상원은 지난해 6월 이 기간을 3년에서 2년으로 단축하는 법안도 통과시켰다.

그러나 중국 당국은 ‘국가 안보’를 내세워 PCAOB의 감사를 거부하고 있다. 그런데도 이 문제는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았다. 클린턴 행정부에서부터 오바마 행정부에 이르기까지 대중(對中) 유화정책을 편 탓이다.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대중국 정책이 바뀌면서 미중 간 무역전쟁이 벌어지고 나아가 신냉전으로 치달았다. 이로 인해 중국 기업이 미국의 회계 및 감독 규정을 준수하지 않는 문제가 초미의 관심사가 됐다. HFCAA가 통과되면서 회계감사 자료 제출을 둘러싼 미중 간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중국 당국, 강경 입장 고수

중국 당국은 입법을 통해 회계감사 자료와 데이터 제출을 금지·제한하고 있다. 또한 차량공유 업체 디디추싱에 거액의 과징금을 부과하며 미국 증시 퇴출을 압박했다.

중국 증권감독위원회(CSRC)는 2020년 3월 증권법을 개정해 중국 기업이나 개인이 정부 허가 없이 외국 정부에 증권 활동 관련 서류와 정보를 제공할 수 없도록 규정했다. 2021년 6월에 통과해 9월부터 시행하는 ‘데이터 보안법(數據安全法)’에 따르면, 중국 기업이 외국 정부에 데이터를 제출할 경우, 중국 정부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한다.

회계 감사 자료를 ‘미중 간 감사 및 감독 협력 문제’로 규정하고 ‘중국 주권’을 강조하는 것이 중국 당국의 협상 전략이다. 중국 기업이 미국의 회계감사 기준을 엄격히 준수해야 한다는 원칙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한편 중국 당국은 미국과의 회계감사 관련 협상이 진전을 보이고 있다는 메시지를 일방적으로 내보내고 있다. 팡싱하이(方星海) CSRC 부주석이 2022년 보아오(博鰲) 아시아 포럼에서 “CSRC가 이끄는 중국 측 협상팀과 미국 측의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어 중·미는 머지않아 합의에 이를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고 했다.

회계감사 자료 제출과 관련해 중국 당국은 어느 정도 양보할 의사가 있다는 자세를 보여주기도 했다.

4월 2일, CSRC는 13년 만에 처음으로 ‘해외 상장 관련 보안 및 기록물 관리 강화에 대한 규정’ 개정안을 발표하면서 “회계감사는 중국 감독 당국의 감사 결과에 의존해야 한다”는 조항을 삭제하고 “외국 금융 당국이 중국 기업에 대한 감사를 실시해야 할 경우, 양국의 협력 시스템을 통해서 진행할 수 있다”는 규정을 추가했다.

그러나 중국 당국의 강경 기조는 변함이 없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23일 다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당국이) 미국에 상장한 중국 기업을 ‘민감하지 않은 데이터를 가진 기업’, ‘민감한 데이터를 가진 기업’, ‘공개할 수 없는 데이터를 가진 기업’ 등 3개 그룹으로 나눈 후, 저위험 데이터를 가진 기업들이 (미국) PCAOB에 회계 자료를 공개할 수 있도록 회계 처리 규정을 바꾸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CSRC는 7월 25일 성명에서 “(3단계 분류 방안을) 검토한 바 없다”면서 “어느 국가에 상장되어 있든, 모든 중국 기업은 국내(중국)뿐 아니라 상장된 지역의 데이터 정보 관리에 관한 법률과 규제를 따라야 한다”고 말을 바꿨다.

중국 당국이 강경하게 나오는 이유

중국 당국이 미국에 맞서 강경한 입장을 유지하는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월가가 도와줄 것으로 믿기 때문이다.

월가의 투자은행들은 중국 기업의 상장을 주관하면서 막대한 수수료를 챙겼다. 월가는 미국에 있는 중국 공산당의 ‘마지막 친구’로 불릴 정도로 중국 정부와 밀월 관계를 유지해왔다. 월가는 정치적 영향력을 제대로 행사할 수 없었던 트럼프 행정부 시대에도 미·중 1단계 무역합의에 큰 힘을 보탰다. 중국 당국은 중국 기업들이 미국 증시에서 퇴출되면 월가가 막대한 손실을 보기에 월가가 중국 기업들이 퇴출되지 않도록 적극 도울 것으로 믿고 있다.

다른 하나는 앞으로 미국이 내놓을 수 있는 전면적인 제재에 대비해 선제적인 행동을 이미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파괴적인’ 전면 제재를 가하고 있다. 중국 공산당은 대만을 무력으로 통일하려는 야심을 버린 적이 없다. 대만해협에서 전쟁이 발발하면 미국이 가만있지 않을 것이다. 중국 당국은 러시아를 거울삼아 미국이 향후 가할 수 있는 제재에 대비하는 일련의 행동을 취하고 있다.

미국 국채 보유량을 줄이고, 공기업들에 서방 국가에서 철수할 것을 요구하고, 중국 고위 관료들의 해외 자산 보유를 금지한 것 등이다.

미국 재무부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중국의 미국 국채 보유 규모가 2010년 5월 이후 처음으로 1조 달러 아래(9808억달러)로 떨어졌다. 6개월 연속 줄어들어 지난해 동기 대비 1000억 달러 가까이 감소한 것이다.

중국 기업의 미 증시 퇴출은 불가피

중국 당국이 월가에 기대를 거는 것은 오판이다.

제로 코로나 정책, 대만해협의 전쟁 리스크 등이 중국 경제를 근본적으로 흔들어 놓았고, 미중의 ‘전략적 경쟁’이 격화하면서 미국의 대중 정책에 대한 월가의 영향력이 크게 약화됐다. 중국에 대한 월가의 태도도 갈리고 있다. 월가에서는 시진핑 당국과 중국 공산당에 비우호적인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월가는 이제 미국 SEC와 중국 당국의 협상 결렬을 막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 점은 최근 발생한 몇몇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다.

5월 6일, PCAOB 대변인은 ‘PCAOB 관계자들이 협상을 하기 위해 중국에 있다’는 매체 보도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 PCAOB는 2017년 이후 중국에 인력을 한 명도 파견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그는 PCAOB가 중국 당국과 소통하고 있지만 “최종 합의 결과를 추측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며 “PCAOB는 여러 시나리오에 대비하고 있다”고 했다.

7월 19일, 게리 겐슬러(Gary Gensler) SEC 위원장은 블룸버그 TV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당국과의 협상 타결이 “불투명하다”고 했다. 중국 당국은 양국의 협상 타결 가능성에 대해 늘 미국보다 낙관적인 태도를 보여 왔다.

7월 27일, 겐슬러 SEC 위원장은 미중이 모든 감사권에 합의하지 않으면 중국 본토나 홍콩에 회계감사원을 파견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겐슬러 위원장은 “우리 시장에서 주요 투자자에 대한 보호가 보장되기를 기대한다”며 “법이 지켜진다면 중국 (주식) 발행인이 있을 것이고, 법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중국 발행인이 없을 것이다”라고 했다.

8월 1일, 에리카 윌리엄스(Erica Williams) PCAOB 의장은 ‘자진 상장폐지’를 통해 회계감사를 회피하려는 중국 기업들에 찬물을 끼얹는 발언을 했다.

윌리엄스 의장은 “(어떤 회사든) 그 회사가 올해 상장폐지를 결정하고 말고는 나에게 정말 중요하지 않다. 나는 그 회사가 ‘작년에 사기를 쳤느냐 치지 않았느냐’만 파악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완전한 권한이 필요하다. 빈틈도 없고 예외도 없다” “중국 측과 합의할 때 (추징) 기한도 우리가 논의할 내용이다”라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당국이 근본적인 양보를 하지 않는다면 협상은 결렬될 수밖에 없고, 중국 기업들은 미국 증시에서 퇴출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중국 공산당이 근본적인 양보를 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점이다. 중국은 현재 빈사상태에 처해 있어 강경하고, 경직되고, 의사결정 능력이 결여돼 있기 때문이다. 만약 정말 파국으로 치닫는다면, 미 증시에 상장한 기업들은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이고, 중국 하이테크 업계도 미국 자본시장의 지원을 받지 못해 곤경에 빠질 것이다.

중국 기업들의 미국 증시 상장폐지가 현실이 되면 그 영향은 거대하고 심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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