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당 살리려다 무너뜨린다…시진핑의 마지막 ‘부실 공정’

스산(石山)
2022년 12월 27일 오후 3:54 업데이트: 2024년 02월 19일 오후 3:09

시진핑 중국 공산당 총서기가 지난 10년간 ‘일대일로’, ‘AIIB(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10조 위안 반도체 굴기’, ‘천년대계 슝안신구(雄安新區)’ 등 대형 프로젝트를 잇달아 추진했지만 모두 성과 없이 지리멸렬한 상태에 빠졌다. 가장 최근의 프로젝트는 ‘제로 코로나’ 정책인데, 정책만 실패한 것이 아니라 당국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완전히 ‘제로(0)화’하는 결과를 낳았다. 시진핑에게는 마지막으로 추진할 초대형 프로젝트가 남아 있다. 바로 ‘중국 공산당을 무너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프로젝트다.

미국 외교 전문지 포린어페어스의 조너선 테퍼먼(Jonathan Tepperman) 전 편집장은 12월 19일 발표한 ‘중국의 위험한 쇠락(China’s Dangerous Decline)’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중국이 현재 매우 위험한 시기에 들어섰다”고 진단했다. 테퍼먼은 이를 지난 2개월간 발생한 3가지 큰 사건을 근거로 판단했다고 했다.

3가지 큰 사건은 시진핑이 20차 당대회를 이용해 몇 남지 않은 경쟁자들을 몰아내고 권력을 독점한 것, 중국 민중이 과도한 방역 조치에 불만을 품고 ‘백지운동’을 벌인 것, 중국 공산당이 3년간 고수해온 ‘제로 코로나’ 정책을 완화한 것을 말한다.

테퍼먼은 시진핑의 잘못된 정책으로 인한 피해가 여러 방면에서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경제 부문의 일관성 없는 정책과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중국 경제가 붕괴하기 시작했다고 진단했다. 또 2018년 이후 강경 외교로 돌아섬으로써 각국 국민들의 중국 호감도가 사상 최저로 떨어져 대외 경제·무역이 곤경에 처할 것으로 봤다.

그는 이런 대내외 압력이 중국 공산당 내 권력 불안을 초래해 내부 투쟁을 더욱 격화시킬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중국 공산당이 내부 문제로 갈등할 때 ‘내홍(內訌)’에 휩싸이는 경향이 있지만, 제1차 세계대전 이전의 독일이나 제2차 세계대전 중의 일본처럼 예측 불가능하고 호전적으로 변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중국 공산당 정권의 합법성을 뒷받침하는 요인은 경제의 고속성장과 민족주의 두 가지”라며 “이 때문에 경제 성장이 둔화하면 중국 공산당은 서방 열강에 도전해 국민적 공감대를 높이고 민중의 관심을 (대외로) 분산할 수 있다”고 했다.

중국은 지금 거대한 위기에 처해 있다. 결코 과장된 말이 아니다. 누구나 관심만 가지면 볼 수 있고 느낄 수 있다. 향후 중국 공산당은 어떻게 될까? 중국 사회와 정국은 어떻게 흘러갈까? 이는 전 세계가 주목하는 이슈다. 테퍼먼의 이 글은 이에 관한 예측 중 하나에 불과하다.

이런 이슈는 여러 가지 문제와 다양한 요소가 얽혀 있어 예측하기가 쉽지 않지만 테퍼먼의 진단은 기본적으로 맞아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 당국은 강경 진압으로 지금의 위기를 돌파하려 할 것이다. 우선 백지운동 참가자들을 포함한 민중의 항의를 엄중히 단속할 것이고, 그다음에는 내부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희생양을 찾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이런 진부한 패턴을 반복하기에는 문제가 있다. 지금까지 시진핑을 너무 치켜세워 진퇴양난에 빠졌기 때문이다.

중국 수도 베이징의 시민들이 11월 27일 밤 차오양구 량마허 거리에서 공산당의 검열·통제에 항의하는 의미의 ‘백지’(白紙)를 든 채 당국의 ‘제로 코로나’ 봉쇄 정책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 연합뉴스

우선 중국 당국은 백지운동을 희생양으로 삼아 비난하기 어렵다. 백지운동이 일어나지 않았더라도 제로 코로나 정책을 지속하기 어려운 상황에 이르렀고, 또 12월 들어 ‘10가지 추가 조치’를 발표하기 훨씬 전에 이미 코로나가 대규모로 확산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즉 봉쇄를 푼 것이 코로나 대폭발과 일련의 사회적 위기를 초래한 직접적인 원인이 아니기 때문에 책임을 밖으로 돌릴 수 없다는 것이다.

주중 미국 대사관은 11월 28일 중국에 거주하는 자국민에게 “모든 미국 시민에게 본인과 가족을 위해 14일간 사용할 의약품, 생수 및 음식을 확보하길 권장한다”고 공지했다. 미국 정보당국은 분명 문제의 심각성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가장 중요한 것은 중국 민중에게는 제로 코로나 정책이든 위드 코로나 정책이든 모두 중국 공산당의 정책이라는 것이다.

12월 15일 인민일보의 런중핑(任仲平) 논평은 봉쇄 정책이 승리한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분위기를 조성했다.

“공장에는 기계 소리가 들리고, 거리에는 사람들이 끊임없이 오가고, 도로와 철도에는 차량들이 쉴 새 없이 드나들고, 슈퍼마켓과 상점의 물가는 안정적이고, 광활한 들판은 생기가 넘친다. … 임인연(壬寅年) 말, 중국 대지는 활기가 넘치고 장대하고 천변만화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 글에서는 위기라는 것은 찾아볼 수 없고, 중국의 상황이 그냥 좋은 것이 아니라 대단히 좋아 보인다.

런중핑이 이렇게 첫머리를 시작한 것은 물론 말미의 결론을 위해 포석을 깐 것이다. 결론은 다음과 같다.

“시진핑 동지를 핵심으로 하는 당중앙은 시종일관 인민지상, 생명지상을 견지하고, 시기와 상황에 따라 전염병 예방통제조치를 끊임없이 최적화하며, 전당(全黨)과 전국 각 민족 인민을 이끌고 흔들림 없이 전염병 퇴치 투쟁을 전개하며, 전염병 예방 및 통제와 경제 사회 발전을 총괄적으로 관리해 중대한 긍정적인 성과를 거두었다.”

그런데 실제 결과는 반대 상황이 아닌가? 그래서 지금 중국 공산당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에 빠졌다. 그럼에도 희생양은 반드시 찾아야 한다. 단지 어떻게 찾고 누구를 희생시키느냐가 문제일 뿐이다.

1958년 마오쩌둥이 ‘대약진’ 운동을 일으키고 3년이 지나자 3천만 명이 굶어 죽고 경제가 붕괴했다. 1962년 중국 공산당은 ‘7천인대회’로 불리는 확대 중앙회의를 소집했다. 성장·군장급 관료가 모두 참석한 이 회의에서 마오쩌둥은 잘못을 인정하고 2선으로 물러나면서 류사오치와 덩샤오핑에게 행정권을 넘겼다.

류사오치는 마오쩌둥이 일으킨 ‘문화대혁명’ 시기 타도됐다. | 자료사진

당시 중국 공산당이 찾아낸 희생양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자연재해’였다. 린뱌오의 말을 빌리면 “몇 년간 지속된 초대형 자연재해”였다. 다른 하나는 ‘소련의 빚 독촉’이였다. 사실 이는 모두 국민을 기만하는 선전선동에 불과했다.

류사오치와 덩샤오핑은 행정권을 넘겨받은 후 공공 식당을 폐지하고 농가 도급제를 실시하는 등 경제 정책을 조정해 경제가 서서히 살아났다. 그러나 마오쩌둥은 4년 뒤 권력을 되찾기 위해 문화혁명을 일으켰다.

이변이 없는 한 중국 공산당은 이 과정을 다시 한번 겪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중국 공산당은 노선 투쟁을 언급한 바 있다. ‘제로 코로나’ 정책 지지파와 반대파 간의 투쟁이다. 지금은 반대파가 득세하고 시진핑이 양보하겠지만 시진핑이 언젠가 기회를 잡으면 반드시 역공에 나설 것이다.

이것이 바로 테퍼먼이 언급한 공산당 내부 투쟁이다. ‘대약진’ 운동이 실패한 이후 중국 공산당은 두 차례 전쟁을 벌였다. 하나는 1962년 중국-인도 전쟁이고, 다른 하나는 1969년 중국-소련 전쟁이다. 이는 테퍼먼이 언급한 국내 갈등을 밖으로 돌리는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앞으로 중국 공산당이 세 가지 조치를 취할 것으로 보인다. 첫째는 ‘자연재해’를 희생양으로 만드는 것이고, 둘째는 내부 대숙청을 하는 것이고, 셋째는  극단적인 민족주의 정서를 자극하고 내부 모순을 밖으로 돌리기 위해 대외적으로 도발하는 것이다.

전체주의 체제도 사실 나름대로의 특징이 있다. 중국 역대 왕조의 첫 번째 황제는 ‘말(馬) 등 위에서 천하를 얻은’ 사람이었고, 전쟁을 승리로 이끌어 권위를 얻고 조정을 세웠다. 그래서 황제가 관료 시스템을 통제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후 관료체계가 복잡해지고 관리 업무가 많아지면서 관료체계가 황제를 통제하게 되고, 말기에 이르면 황제는 사실 관료체계의 노예가 된다. 황제가 조정의 기강을 하루아침에 바로 세우려 하다가 정권을 잃는 경우가 많았다.

지금 시진핑이 직면한 상황이 바로 이러하다.

사실 시진핑은 고대 황제보다 훨씬 더 엄중한 상황에 처해있다. 고대 황제는 ‘하늘로부터 권리를 받았다(君權神授)’는 합법성을 갖고 있지만, 현대 독재자에게는 그런 신성성(神聖性)이 없다. 이 때문에 현대 독재자는 엄격한 비밀경찰 시스템으로 통치해야 하고, 정밀한 통제술로 관료 집단을 통솔해야 한다.

문제는 관료계를 통제하는 시스템 자체도 관료 사회가 돌아가는 메커니즘의 일부라는 점이다. 중·하급 관리들이 조정에 대한 신뢰를 잃고 자신감을 잃으면 아무리 정밀한 통제 수단도 소용이 없다.

타오주(陶鑄)와 천보다(陳伯達)는 마오쩌둥의 중앙문혁소조의 핵심 인물이었지만 마오쩌둥의 절대 권력에 위협이 돼 숙청됐고, 마오쩌둥을 적극 지지하면서 2인자로 급부상한 린뱌오(林彪)는 나중에 마오쩌둥을 반대하는 핵심 인물이 됐다. 마오쩌둥이 사망하자 화궈펑(華國鋒)·왕둥싱(王東興)·예젠잉(葉劍英) 등 마오쩌둥이 가장 신뢰했던 인물들이 결국 손잡고 마오쩌둥의 부인 장칭(江靑)을 체포했다. 이들은 모두 마오쩌둥이 관료 시스템을 통제하기 위해 이용했던 인물들이지만 마오쩌둥에 대한 불신으로 그의 적으로 변했다.

20차 당대회에서 시진핑은 중요한 자리를 모두 자기 진영의 사람들로 채웠지만, 이것으로 공산당 고위층 내부의 투쟁이 종식되는 것은 아니다. 지금의 동지는 언제든지 적으로 돌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진핑의 권위는 마오쩌둥에 비할 바가 못 된다. 권위는 임명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직위와 필연적으로 연결되는 것도 아니다. 서구의 기업 경영 이론에서 리더와 매니저는 차이가 있다. 한 팀의 매니저가 반드시 그 팀의 진정한 리더는 아니다. 만약 리더십을 갖춘 사람이 매니저라면 이 팀은 높은 성과를 낼 확률이 높고, 매니저가 있어도 실질적으로 팀을 이끄는 리더가 따로 있다면 이 팀은 효율적으로 운영되지 않는다.

지난 10년간 시진핑은 리더가 아니라 매니저에 불과했음이 입증됐다. 그가 직접 결정하고 지휘한 대형 프로젝트는 거의 모두 부실 프로젝트가 됐다. 특히 지난 3년간의 제로 코로나 정책은 완전히 실패했고 14억 중국인에게 막대한 피해를 끼쳤다. 그래서 그에게 가장 위협적인 것은 진정한 리더가 나타나는 것이고, 그런 인물은 반드시 제거해야 한다. 독재체제에서 이런 과정은 지극히 폭력적이고 피비린내 나는 것이어서 일반인은 상상하기 힘들다.

이 때문에 필자는 시진핑이 민족주의 전쟁을 벌일 단계까지 가지 못할 것이라고 본다. 권력을 2~3년 더 유지할 수 있으면 그에게는 최고의 결말이 될 것이다. 이번에 시진핑은 마지막 프로젝트를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바로 초대형 부실 프로젝트로 중국 공산당 정권을 무너뜨리는 공정이다. 중국인들은 마음의 각오를 단단히 해야 할 것이다. 중국 공산당이 몰락하면 코로나19 사태와 마찬가지로 중국인들은 사회적 불안과 위기를 크게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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