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나토(NATO) 정상회의와 한국의 안보

김태우/ 한국군사문제연구원 핵안보연구실장, 전 통일연구원장
2022년 07월 14일 오후 2:47 업데이트: 2022년 07월 14일 오후 2:47

  윤석열 대통령이 6월 28~29일 마드리드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NATO Summit)에 참가했다. 한국은 나토 회원국이 아니지만 일본, 호주, 뉴질랜드와 함께 아시아 태평양 파트너국으로 초청되었고, 윤 대통령은 동맹국·파트너국 정상회의 연설, 아시아태평양 파트너 4개국 정상 회동 등 14개 일정을 소화했다. 미·일, 영국, 캐나다, 호주 등 10개국 정상과 회담을 가졌으며 샤를 미셸 EU 상임의장,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 등과도 만났다. 그 외에도 스페인 국왕 내외 주최 만찬, 스페인 경제인들과의 간담회, 재스페인 동포 간담회 등의 일정을 단독 또는 김건희 여사와 함께 소화했다.

  윤 대통령의 나토 정상회의 참가에 대한 국내 평가는 엇갈린다. 긴요한 안보외교 겸 경제외교를 펼친 것으로 평가하는 시각도 있고, 한국의 안보나 국익과 관련성이 적은 먼 지역의 동맹행사에 참가할 필요가 없었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해 나토 외교의 필요성을 과소평가하는 주장은 잘못된 것이다. 이번 나토 정상회의는 급변하는 국제 안보질서에 부응하는 새로운 전략을 수립한 분수령적인 이벤트였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안보 문제의 탈지역·글로벌화가 확연해지는 가운데 신냉전 대결의 격화, 세계적인 군비경쟁 확산, 핵질서의 불안정성 확대 등에 대응하고자 하는 나토의 변신 노력은 동북아와 한반도 안보 그리고 한국의 최대 당면 위협인 북핵에 대처하는 문제와 결코 무관하지 않다.

  탈(脫)지역 협력안보를 향한 나토의 변신  

  나토 정상회의는 급변하는 안보환경에 대처하기 위해 향후 10년간 지향할 새로운 전략 개념(strategic concept)을 채택했다. 이를 통해 억제와 방어(deterrence and defense), 위기 예방 및 관리(crisis prevention and management), 협력안보(cooperative) 등 3대 핵심적 과제(core tasks)를 설정하고 이를 수행하기 위해 지역과 공간을 뛰어넘는 전방위적 접근(360-degree approach)을 선언했다. 이와 함께, 나토는 22개 항으로 구성된 공동선언을 채택했는데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나토는 유럽 안보와 세계 평화가 중대한 국면에 들어선 상황에서 방어동맹(defensive alliance)으로서 동맹조약 제5조가 명시한 자동개입 공약을 재확인하고 민주주의, 자유, 인권, 법치, 국제법, 유엔헌장, 규범에 입각한 국제질서 등을 수호한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1,2항). 둘째, 러시아를 유럽·대서양의 평화와 안정에 대한 가장 심각하고 직접적인 위협(the most significant and direct threat)로 규정하면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강력 규탄하고(condemn in the strongest possible terms) 우크라이나의 전쟁 수행 및 전후 복구를 위한 지원을 약속했다. 동시에 동 전쟁이 야기하는 반인륜적 잔혹행위, 식량 및 에너지 문제 등에 대한 러시아의 책임을 지적하고 러시아군의 즉각적 철수와 벨라루스의 불개입을 촉구했다(3,4,5항). 셋째, 사이버, 우주, 유해한 기술 등 제(諸) 분야에서의 위협을 인식하고 중국을 이들 분야에서 나토의 이익, 안보, 가치에 도전하고 규범에 입각한 국제질서를 해치는(undermine the rules-based international order) 위협세력으로 정의했다(6항). 

  넷째, 새로 채택된 전략개념하에서 나토의 억제력 및 방어력 증강, 지대공 및 우주와 사이버 공간을 커버하는 전방위적 접근, 대테러 대응, 동부 유럽에 나토 신속대응군 추가 배치, 에너지 안보 강화, 화생방 및 핵방어를 위한 새로운 전략, 공중경보통제 능력 향상, 기후변화 대응, 인권 신장, 방위비 증액, 국방 개혁 등에 노력하기로 했다(7~13항, 19항). 다섯째, 나토는 한국을 위시한 아태지역 국가들 및 스웨덴, 핀란드, 조지아, 우크라이나 등 파트너국들과 나눈 교류를 중시하여 공동의 안보 도전(shared security challenges)에 대처하기 위해 협력과 지원을 강화하기로 했으며, 나토의 개방정책(open-door policy)에 입각하여 핀란드와 스웨덴의 나토 가입을 결정했다(18항).       

  이 외에도 주목해야 할 것들이 많다. 새로이 채택된 전략 개념이 중국의 악의적인 하이브리드 및 사이버 작전과 군사력 증강(malicious hybrid and cyber operations), 중·러 간 전략적 밀착(deepening strategic relationship), 러시아에 의한 국제질서 문란(international disruption) 등을 주요 위협으로 적시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공동선언에 포함되지는 않았지만 4만 명 규모인 나토신속대응군을 30만 명으로 늘리기로 한 것, 북한, 이란, 시리아 러시아 등이 핵 또는 화학무기에 의존하는 국가로 거명된 것, 미국이 우크라이나 전쟁 전까지 6만 명이었던 유럽 주둔 미군을 10만 명 규모로 증강하여 유지하기로 발표한 것, 이와 함께 유럽에 F-35 스텔스기와 이지스함을 증파하고 내년 초까지 Dark Eagle 극초음속 미사일을 독일에 배치하기로 한 것도 절박성을 대변하고 있다.

 간과하지 않아야 할 경제외교의 중요성

  이번 나토 정상회의에서 윤 대통령이 한·미·일 북핵 공조를 확인하고 영국, 캐나다, 프랑스, 호주 등 주요 서방국 정상들과 나토 사무총장에게 북한의 핵실험 재개 가능성을 경고하고 공감을 확대한 것을 안보 분야에서 얻어낸 주요 성과라고 한다면, 이와 함께 펼친 국가별 맞춤형 세일즈 외교는 경제 분야의 성과라 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서는 한국 무기를 수입하기를 원하는 폴란드와의 방산협력 및 원전 건설 협의, 네덜란드와의 반도체 협력 합의, 스페인 경제인들과의 간담회, 체코와의 산업협력 강화에 합의한 10개 양해각서 체결 등이 눈에 띈다. 특히, 폴란드가 6기 그리고 체코가 4기의 원전을 발주할 예정이어서 이들 국가들과의 원전협력 전망은 밝아 보인다. 

  다양한 무기들을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이후 공백을 메우기를 원하는 폴란드와의 방산협력 전망은 더욱 밝다. 지난 6월 30일 폴란드는 브와슈차크 국방장관을 한국에 보내 이종섭 국방장관과 국방·방산 협력을 협의하게 했으며, 이어서 6월 5일에는 육·공군 평가단을 보내 방산업체 및 군 당국자들과 무기 구입 논의를 했었다. 폴란드가 관심을 보이는 한국산 무기는 K-2 전차, K-808 차륜형 장갑차, K4 고속유탄기관총, K-9 자주포와 K-21 보병전투차, 자주대공포 비호, 천무 다연장로켓, 보병용 대전차 유도무기 천궁, FA-50 경공격기 등으로 매우 다양하며, 현재 폴란드 육군이 사용 중인 크랩 자주포는 한국산 K-9 자주포 차체에 자국산 155㎜ 곡사포 포탑을 얹은 것이다. 

  나토는 한국 안보를 위한 사활적 외교 무대

  이번 정상회의는 나토가 러시아와 함께 처음으로 중국을 주요 위협으로 규정한 회의였으며, 나토가 전통적 안보와 비전통적 안보 모두에 대처하면서 유럽을 넘어 글로벌 차원에서 권위주의 독재세력의 안보위협에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모은 계기였다고 할 수 있다. 아태지역 4개국을 초청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였을 것이다. 나토의 이런 변신은 동북아 및 한반도 안보와 무관하지 않다. 동북아와 한반도에서도 중·러·북 대륙세력과 자유민주주의 해양세력 간 신냉전 파고가 높아지고 있고 특히 한반도에서는 북핵과 중·러의 북핵 비호 그리고 전랑외교를 앞세운 중국의 팽창주의 기조가 한국에 당면 위협 또는 미래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요컨대 한국 입장에서 나토는 한국의 외교적 위상을 높이는 다자외교의 장을 넘어 한국이 당면한 위협과 미래 위협에 대처함에 있어서도 한미동맹 및 한미일 공조를 강화하는 동시에 글로벌 차원에서 서방 국가들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북핵의 위험성에 대한 국제적 공감을 넓히는, 국익에 사활이 걸린 외교무대가 될 것이다.

  당연히 한국의 친서방 행보는 북한, 중국 그리고 러시아와의 관계에 있어서 새로운 도전을 안겨줄 것이다. 자유민주주의적 가치를 공유하는 서방 국들과의 협력만이 한국의 국가 생존과 번영을 가져다 줄 것이 분명한 상황에서 한미동맹 강화, 한일관계 개선, 나토 외교 강화 등 윤석열 정부가 보여주고 있는 대외 기조는 불가피한 것이지만, 동시에 북한을 관리하고 중·러와도 비적대적 우호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고난도 외교전략을 펼쳐나가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track 1.5와 track 2를 최대한 활용하여 한국의 친서방 행보를 촉발한 것이 북핵, 신냉전, 중국의 팽창주의 등 한국의 의사와 무관한 외부 요인들이라는 사실을 설명해 주어야 할 것이다. 

*이 기사는 저자의 견해를 나타내며 에포크타임스의 편집 방향성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