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美 하원, 대중 견제 법안 무더기 통과…어떤 내용 담겼나

탕징위안(唐靖遠)
2023년 03월 7일 오후 1:11 업데이트: 2024년 02월 19일 오후 3:08

2월 28일(현지시간)은 미·중 외교사에 기록될 역사적인 날이다. 훗날 돌이켜 보면 미-중 관계, 미-대만 관계에 큰 변화를 몰고온 날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미 하원은 이날 중국 관련 특별위원회와 상임위원회 등 4개 위원회를 잇달아 열고 중국 관련 법안을 무더기로 통과시켰다.

먼저 연방하원 외교위원회가 중국 공산당의 위협에 대응하고 대만을 지지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 8개를 단숨에 통과시켰다. 이날 외교위원회는 약 3시간 만에 11개 법안을 심의했고, 이 중 8개는 구두 표결로 신속하게 통과시켰다.

하원 금융위원회도 이날 오전에 중국 공산당을 압박하고 대만을 지지하는 법안 3개를 통과시켰다. ‘2023년 대만 갈등억제 법안(Taiwan Conflict Deterrence Act of 2023)’, ‘2023년 대만 차별금지법(Taiwan Non-Discrimination Act of 2023)’, ‘대만 보호법(H.R. 803 PROTECT Taiwan Act)’이 그것이다.

이들 3개 법안은 각각 40:0표, 38:0표, 37:0표로 통과됐다. 일부 의원은 기권했지만 반대표를 던진 의원은 없었다.

대만을 지지하고 중국 공산당을 반대하는 내용의 법안을 하루에 11건 심의하고 그중 8건을 통과시켰다는 것은 현재 미국 정책의 무게중심이 어디에 있는지 한눈에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날 심의한 법안은 외교·금융·경제·과학기술·인권 등 전방위적인 분야를 다루고 있다.

이날 통과된 법안 가운데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2023년 대만 갈등억제 법안(H. R. 554)’, ‘중국 개발도상국 배제법안(PRC is Not A Developing Country Act)’, ‘강제 장기적출 금지법안(Stop Forced Organ Harvesting Act)’ 등 세 개다.

◇2023년 대만 갈등억제 법안

‘2023년 대만 갈등억제 법안(H. R. 554)’은 많은 내용을 담지 않았지만 의미가 매우 크다.

미 하원 금융위가 통과시킨 ‘2023년 대만 갈등억제 법안(H.R.554 – Taiwan Conflict Deterrence Act of 2023)’. | 미 하원 홈페이지 캡처

이 법안에 따르면, 중화인민공화국이 대만을 침략할 경우 미 재무부 장관은 중국 공산당 고위 관리와 관련된 금융기관 및 계좌에 대한 보고서를 발행하고, 또 고위 관료의 직계 가족에 대한 금융 서비스를 제한한다.

법안이 규정한 제재 대상에는 ▲중국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 ▲중국공산당 정치국 위원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위원이 포함됐다.

법안은 또 ‘직계 가족’에 대한 정의를 (A)당사자의 배우자·아버지·어머니·자녀·형제자매·손자녀, (B)당사자 배우자의 아버지·어머니·형제자매, (C) AB항의 자녀·형제 또는 자매의 배우자 등으로 규정했다.

H.R.554 법안의 ‘직계 가족’에 대한 정의. | 미 하원 홈페이지 캡처

이 법안을 발의한 아칸소주 공화당 하원의원 프렌치 힐 (French Hill)은 “미국은 (중국 공산당이) 대만에 무모한 행동을 할 경우 중국 공산당 지도자들로 하여금 대가를 치르게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노골적으로 경고했다.

이 법안의 위력은, 대러시아 제재에서 입증됐듯이, 매우 클 것이다. 중국 공산당이 대만을 침공한다면 미국은 중국 공산당 고위관리들이 미국에 은닉한 부정한 재산을 공개하고 동결하는 제재를 가할 수 있다.

중국공산당 관리들의 해외 자산이 공개되면 엄청난 정치적 폭풍이 몰아칠 것이 분명하다. 중국공산당은 통치의 합법성을 상실할 뿐만 아니라, 중국공산당의 대만 침공을 선동하는 여론전도 철저히 실패할 것이다.

중국 공산당 고위층이 자신들의 자산을 지키기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두 가지다. 그들이 결집해 시진핑의 무모한 대만 침공을 막든지, 아니면 미국과 손잡고 시진핑을 제거하든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길밖에 없다.

이 법안은 중국 공산당의 내분을 일으키는 기폭제가 될 것이다. 이 측면에서 볼 때, 중국 공산당 정권을 내부에서부터 허물어뜨리는, 그야말로 중국 공산당의 급소를 찌르는 ‘핵폭탄’급 법안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 개발도상국 배제법안

‘중국 개발도상국 배제법안(PRC is Not A Developing Country Act)’은 중국을 개발도상국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중국이 국제기구나 협상에서 개발도상국 지위를 누리는 것을 금지하고, 이미 그런 지위를 누리고 있는 경우 이를 박탈하는 것이 골자다.

중국은 현재 G2로 올라섰고, 최대 제조업 국가 및 최대 교역국, 주요 자본수출국이다.

시진핑이 걸핏하면 ‘대국굴기(大國崛起)’, ‘동승서강(東升西降·동양이 떠오르고 서양은 진다)’을 부르짖고, 아프리카 국가 등에 수백억 내지 수천억 위안을 살포하면서도 경제적 이익을 노려 ‘중국은 개발도상국’이라고 강조한다.

WHO에서 개발도상국 지위가 인정되면 관세와 보조금 등에서 혜택을 받을 수 있고, 국제기구 납부금도 할인받는다. 선진국에 부과하는 여러 의무가 면제되거나 경감되는 특혜를 누리는 것이다.

파리기후협정의 경우, 개발도상국에 대한 에너지 절약 및 탄소 배출 규제가 선진국들에 비해 훨씬 느슨하다.

또한 세계은행은 매년 막대한 무이자 대출을 통해 개발도상국의 인프라 건설 및 농업생산·교육·의료를 지원한다. 게다가 중국은 세계은행의 최대 대출국이다.

중국 공산당은 아시아·아프리카·동유럽 등지에서 수천억 달러를 투입하는 일대일로 대형 프로젝트를 벌이면서도 매년 세계은행, 아시아개발은행 등에서 수십억 달러씩 대출을 받고 있다.

중국이 개발도상국 지위를 박탈당하면 지금까지 누려온 특혜를 잃게 되고 중국 경제가 크게 의존하는 제조업과 수출이 큰 타격을 받게 될 것이다.

◇강제 장기적출 금지법안

세 번째 주목할 만한 법안은 ‘강제 장기적출 금지법안(Stop Forced Organ Harvesting Act)’이다. 이 법안은 하원 외교위원회를 통과해 본 회의에 상정됐다.

중국 공산당 주도하에 살아 있는 사람의 장기(臟器)를 적출하는 만행이 자행되고 있다는 사실은 이제 비밀도 아니다. 파룬궁 수련자들을 상대로 시작한 이 국가적 범행은 이제 신장 위구르족, 반체제 인사는 물론 일반인에게까지 확대됐다.

최근 몇 년간 발생한 중고등학생·대학생 실종 사건들과 지난 해 말부터 큰 파문을 일으킨 고등학생 후신위(胡鑫宇) 실종 사건 등은 이제 강제 장기적출의 검은손이 일반 시민들에게까지 뻗쳤음을 보여준다.

이날 통과한 ‘강제 장기적출 금지법안’은 매년 미 국무부에 외국의 강제 장기적출 문제에 대한 연례 보고서를 제출하도록 요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보고서에는 강제 장기 적출 범행에 책임이 있는 외국 관리 및 실체(기관)의 목록이 포함돼야 한다. 이 범행에 종사하거나 지원하는 외국 관료와 실체도 제재를 받게 된다.

또한 강제 장기적출 범죄에 연루된 병원에 장기 이식 수술 장비 및 재료를 수출하지 못하게 하고, 불법 장기 구매자의 여권을 취소할 수 있는 권한을 미국 정부에 부여하는 등의 내용도 포함됐다.

이 법안이 최종 통과되면 중국 공산당의 강제 장기 적출 범죄를 법적으로 응징하는 세계 최초의 법안이 될 것이다.

◇미·중 관계는 같은 하늘 아래 공존할 수 없는 관계

중국 공산당과의 전략적 경쟁 문제를 다루기 위해 이번 118대 의회에서 설립된 ‘미국과 중국 공산당 간 전략 경쟁에 관한 특별위원회(특위)’도 이날 오후 첫 공개 청문회를 열고 본격적인 활동에 나섰다.

이날 청문회에서 공화당과 민주당 의원들은 ‘중국 공산당이 미국과 국제사회 전체에 미치는 심각한 위협’이라는 주제를 놓고 여러 증인의 진술과 증언을 듣고 바이든 정부에 대응을 호소했다.

미국 하원 중국 특별위원회의 마이크 갤러거 위원장이 28일(현지시간) 워싱턴DC 하원에서 열린 특위 공개청문회를 주재하고 있다. | 연합뉴스

공화당 소속인 마이크 갤러거(Mike Garager) 특위 위원장은 청문회 모두발언에서 미·중 관계의 본질에 대해 매우 정확하게 설명했다.

그는 “우리는 이것을 ‘전략적 경쟁’이라고 칭할 수 있지만, 이것은 예의를 차리는 테니스 매치가 아니다. 21세기 우리 삶이 어떻게 될지를 결정하는 실존적 투쟁이다”라고 강조했다.

필자는 그동안 바이든 정부가 미·중 관계에서 중대한 오판을 하고 있다고 여러 차례 언급한 바 있다. 바이든 정부는 항상 미·중 관계를 일종의 전략적 경쟁이라고 표현했고, 테니스 매치나 달리기 경기를 하는 것처럼 미·중이 선의의 경쟁을 하고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왔다.

이런 일방적인 포지셔닝은 그가 어리석거나 순진한 데서 비롯된 오류다. 중국 본토에 살았던 사람들은 중국 공산당은 결코 미·중 관계를 그렇게 보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중국 공산당은 마오쩌둥 시대부터 미국을 같은 하늘 아래서 살 수 없는 원수로 규정해 왔다. 이런 관계의 본질은 ‘네가 있으면 내가 없어야 하고, 내가 있으면 네가 없어야 하는’ 공존 불가의 관계다.

덩샤오핑 시대에는 적극적으로 미국과 친하게 지냈지만 그것은 당시 중국 공산당의 힘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국력 차이가 엄청났기에 도광양회(韜光養晦·빛을 숨긴 채 실력을 키움) 전술을 펼치며 도전 의도를 숨겼을 뿐이다.

사실상 개혁·개방 40년은 중국 공산당이 전략적으로 미국에 사기를 친 기간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을 지낸 매슈 포틴저는 청문회에서 “그동안 중국 공산당은 국제사회가 ‘중국이 선하다’고 믿도록 속여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 공산당 지도부는 자신들의 실제 의도를 숨기는 데 귀재다. 마르크스·레닌 정권의 해리 후디니이자 공산주의의 데이비드 카퍼필드”라고 꼬집었다. 해리 후디니는 헝가리 마술사이고, 데이비드 코퍼필드는 미국 마술사다.

그렇다면 중국 공산당은 왜 갑자기 위장막을 벗어 던졌을까? 중국 공산당이 갑자기 포악해져서도 아니고, 덩샤오핑은 친미(親美)였는데 시진핑이 반미(反美)로 돌아서서도 아니다. 중국 공산당은 본래부터 포악하고, 중국 공산당의 영도자는 하나같이 반미주의자다.

사실 중국 공산당은 오랫동안 실력을 쌓았고, 이제 미국을 격파할 정도로 강해졌다고 자신하는 데서 나온 전략 변화다. 이는 중국 공산당 고위층 전체의 공통된 인식이다.

그래서 중국 공산당은 미국에 침투하고, 미국을 공격하고 파괴하는 활동을 전방위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이러한 적대 행위는 이제 막 시작된 것이 아니라 이미 수십 년 동안 진행돼 왔다. 즉 중국 공산당은 오래전부터 미국을 상대로 무제한 전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중국 공산당은 미국과의 관계를 사실상 준전쟁 상태로 간주하고 있다. 단지 열전(熱戰)이란 마지막 선을 넘지 않았을 뿐이다. 이 선을 넘지 않는 유일한 이유는 중국군의 현재 군사력이 미국에 크게 뒤지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도 중국 공산당은 “미국이 중국과 서로 마주보고 나아간다면(相向而行) 윈윈할 수 있다”는 등 관계 개선을 바라는 듯한 표현을 종종 쓴다. 하지만 그것은 전략적 기만으로, 중공이 미국의 군사력을 따라잡을 때까지 시간을 벌기 위한 완병지계(緩兵之計·적의 공격을 늦추는 계략)일 뿐이다.

하지만 이제 이 기만 전술도 효용가치가 소멸한 듯하다. 미국 정계 엘리트들이 중공의 의도를 꿰뚫어 보고 있을 뿐만 아니라 미중 관계의 본질을 정확히 짚고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어서다.

지난달 28일 미 하원이 중국 관련 법안들을 일사천리로 통과시킨 것은 미국이 미-중 관계를 재설정하고 ‘중국 공산당 숨통 죄기’에 나섰음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볼 수 있다.

*이 기사는 저자의 견해를 나타내며 에포크타임스의 편집 방향성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