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여가부, ‘여성친화도시’ 확대 어디까지 할 것인가

오세라비 /작가·미래대안행동 공동대표
2022년 06월 8일 오후 5:11 업데이트: 2022년 06월 8일 오후 5:11

2022년 자치단체 여성친화도시 96개 지정, 조례 제정 137곳, 여성친화도시 지정 열풍

여성가족부(이하 여가부)가 지정하고 지원하는 사업 가운데 여성친화도시 조성이 있다. 22년 1월 기준 여성친화도시는 전국 자치단체 96곳이 선정되어 있다. 그리고 현재 자치단체 중 ‘여성친화도시 조성에 관한 조례’가 제정된 곳은 137개에 이른다. 속속 여성친화도시로 지정되기 위해 대기 중이다. 가히 여성친화도시 열풍이라 할 수 있다.

한국의 여성친화도시 선정은 이명박 정부 때인 2009년 전북 익산시와 전남 여수시 2개 지역을 지정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이후 2년마다 평가를 거쳐 새롭게 지정하며, 여성친화도시로 선정되면 5년간 운영할 수 있다. 또 성과평가를 통해 인정받으면 재지정을 받을 수 있다.

그렇다면 여성친화도시(Woman-Friendly Policies)란 무엇이며 어떤 과정을 거쳐 예산을 투입하는 사업인지 알아보자. 먼저 최초의 여성친화도시 용어는 덴마크 사회학자인 아넷 보코스트, 버르테 심이 2008년 공동으로 쓴 페미니즘 이론 논문에서 처음으로 사용하였다. 북유럽은 국가가 주도하는 ‘국가 페미니즘(state feminism)’이 성 평등 정책 실현과 복지국가 강화로 이어진다는 기조로 여성친화 관점을 오래전부터 주창하였다. 이러한 여성친화도시 정책을 여가부가 적극적으로 도입하여 실천에 옮기면서 오늘날에 이르고 있다. 특히 여성친화도시 사업은 친페미니즘 정책을 내세운 문재인 정부 들어 대폭 확대되기 시작하여 17년 86개, 19년 92개, 22년 96개가 현재 선정되어 있다.

필자가 사는 지역도 지난해 여성친화도시로 지정되자 환영 플래카드가 동네 곳곳에 내걸리며 여성친화 공공시설 건축을 위한 가이드라인 제작 등 여성친화도시 공모사업 추진을 알렸다. 여성친화도시로 선정되기 위해 수년 전부터 ‘여성친화도시 서포터즈’를 모집하는 등 활동을 했다. 여가부에 의해 여성친화도시로 선정되면 여성친화도시 협약 서명식을 맺는다. 향후 성과에 따라 여가부는 매해 우수도시를 지정해 대통령 표창, 국무총리 표창식을 실시한다.

양성평등기본법에 근거, 그러나 여성만을 위한 사업

여성친화도시 선정에 있어 법적 근거를 살펴보자. 먼저 헌법의 양성평등 이념을 구현하기 위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무 등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을 규정하기 위해 1995년 제정된 「여성발전기본법」이 있다. 「여성발전기본법」은 2015년에 「양성평등기본법」으로 명칭을 바꾸며 전면 개정되었다. 「양성평등기본법」안에 여성친화도시를 조성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는 조항이 있다. 관련 법령은 다음과 같다.

[양성평등기본법.2015 7. 1.]
제39조(여성친화도시) 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지역정책과 발전과정에 여성과 남성이 평등하게 참여하고 여성의 역량강화, 돌봄 및 안전이 구현되도록 정책을 운영하는 지역(이하 이 조에서 “여성친화도시”라 한다)을 조성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② 여성가족부장관은 특별자치시ㆍ특별자치도 또는 시ㆍ군ㆍ자치구를 여성친화도시로 지정하고 이를 지원할 수 있다.
③ 여성친화도시의 지정 기준ㆍ절차, 지원 내용 등에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이 법제화를 토대로 여가부는 여성친화도시를 지정·지원하고 있다. 지자체는 먼저 여성친화도시 조성에 관한 조례를 제정해야 한다. 여성친화도시에 선정되기 위해서 지자체들은 다양한 여성 관련 사업을 추진한다. 지자체별 사업 내용 사례 몇 가지를 소개해 보겠다. 충남 아산시는 여성의 다양한 사회활동을 지원하는 공동체 센터, 여성인권 자료저장소 양성평등거리 조성 등을 대표사업으로 추진하였다. 충북 제천시는 각 부서와 읍면동 업무의 여성친화도시 성과평가 제도 운영을 거쳐 여성의 계속 일하기와 경제활동 활성화를 위한 창업 지원 사업, 다양한 동아리 육성을 지원하고 있다.

또한 부산 수영구는 2015~2020년 1단계 지정에 이어 성과를 인정받아 2022~2026년까지 재지정되었다. 재지정을 받기까지 78개 사업을 발굴하였으며, 여성친화도시 도시재생사업 추진, 다함께 돌봄 센터 및 공공형 키즈카페 조성 등을 추진할 예정이다. 전남 강진군은 여성농업인 경제소득 향상을 위해 농촌민박 및 영농체험, 1박2일, 2박3일, 일주일 살기 등의 프로그램 운영을 대표사업으로 진행하고 있다.

그 밖에 여성친화도시 재지정을 받기위해 지자체별로 경쟁적으로 도입하고 있는 여성안심귀갓길 조성, 경력단절여성 성공창업 지원 등이 여성친화도시 선정 기준에 해당된다. 또한 여성친화도시를 위해 지자체별로 ‘양성평등전문관’을 두고 있다. 구청장은 여성친화적 정책 추진에 노력한 주민, 공무원, 단체 등의 사기 진작을 위해 포상 조례에 따라 포상할 수 있다. 여기서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 있다. 전국 여성친화도시사업은 관련 내용을 보더라도 말 그대로 여성만을 위한 사업이다. 여가부도 여성친화도시 조성 목표는 “지자체 여성정책에 기반한 여성친화적 도시 조성”이라 밝히고 있다.

여성가족부가 지난 1월 28일 발표한 ‘2022 예산 기금운용계획’을 보면 여성친화도시 조성 사업비와 용도는 다음과 같다.(여가부 자료 참고)

○ 여성친화도시 조성 사업 : 총 예산 131백만원
여성친화도시 이행점검 및 컨설팅 : 100백만 원
여성친화도시 정책형성 교육 : 31백만 원

다음은 지자체의 여성친화도시조성 사업에 드는 예산으로 재지정을 받은 부산 수영구 조례에 따른 예산이다.

<부산광역시 수영구 여성친화도시 조성에 관한 조례>

제6조(성별영향 평가의 시행) 여성친화도시 조성 업무의 효율적 추진을 위해 다음 각 호에 해당하는 공사·용역·행사·축제 등을 진행하는 구 해당부서는 사전에 여성친화도시 조성 업무 담당부서에 성별영향평가를 의뢰하고 그 평가 결과를 반영한다.

1. 추정금액 2억 원 이상 공사
2. 추정금액 8천만 원 이상 용역(단, 제1호에 포함될 경우 제외한다.)
3. 추정금액 2천만 원 이상 행사 및 축제

위와 같이 여성친화도시조성 사업에 여가부 예산 및 지자체 예산이 투입되고 있다.

여성친화도시는 페미니즘 도시 조성 사업인가?

그렇다면 지자체별로 경쟁적으로 확대하고 있는 여성친화도시 조성사업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따져보자. 우선 명칭부터 서두에서 밝힌 페미니즘 정책에서 비롯된, 즉 페미니즘 도시를 지향하고 있다. 정확히 말하면 여성친화도시는 대표적인 성차별 제도다. 도시란 남녀노소 모두가 한데 어울려 사는 공동체다. 그런데 한쪽 성별에 특성화된 도시를 만들고 여성 편향적인 시설을 늘리는 데 정부 및 지자체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이는 인권의 보편성에 위배되며 대한민국 헌법과 배치된다. 헌법 제11조 ①항은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 라고 돼 있다. 앞서 말했듯 여성친화도시 조성은 「양성평등기본법」에 근거를 두고 있다. 하지만 이 법 자체가 명칭만 양성평등이지 실제로는 여성관련 법령에 따른 여성친화도시 조성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다. 예컨대 여성친화도시에 재지정된 경기도 고양시 조례 제2조 ②항은 “여성관련 법령이란 양성평등의 촉진, 여성의 사회참여 확대 및 복지증진에 관한 일체의 법령을 말한다.” 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여성친화도시에 선정된 지자체는 경쟁적으로 여성 일자리 창출, 여성친화 기업 증대, 지역 여성 커뮤니티 공간 마련, 경력단절 여성 취업 상담, 직업 교육 훈련, 인턴십, 취업 후 사후관리까지 종합적인 취업 지원 서비스 원스톱 제공 등 지자체마다 천편일률적으로 사업을 나열하고 있다. 여성친화도시 지정 지자체가 얼마나 여성 권익 신장에 실효성 있는 정책과 이에 따른 예산을 사용하는지 지금부터라도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여성친화도시 조성에 남성들이 얼마나 균형 있게 참여하는지도 의문이지만, 효과 없는 여성친화도시라면 행정적 낭비요, 남녀갈등의 요인이 된다.

결론적으로 말해, 여가부가 전국 지자체의 여성친화도시 지정을 어디까지 확대할 것인지가 의문이다. 전국의 도시가 여성친화도시가 되는 그날까지 이 사업을 계속한단 말인가. 필자는 「양성평등기본법」에 명시된 여성친화도시 조성에 관한 조항이 삭제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해당 법에 “여성친화도시를 조성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지, 반드시 여성친화도시를 만들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임명된 여가부 장관에게 다음과 같이 제안한다. “성차별을 야기하는 여성친화도시 지정을 더 이상 확대하지 말고 중단해 달라.” 왜냐하면 여성친화도시 지정 최종 승인을 하는 사람이 여가부 장관이기 때문이다.

*이 기사는 저자의 견해를 나타내며 에포크타임스의 편집 방향성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