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화대 부총장 “중국 정부, 돈 떼일 가능성 크다”…부메랑 된 일대일로

한동훈
2020년 06월 17일 오후 7:23 업데이트: 2020년 06월 17일 오후 7:23

우한 폐렴(중공 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세계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일대일로 참여국들이 채무 탕감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어 중국 정부가 곤란한 상황에 직면했다.

최근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파키스탄, 키르기스스탄, 스리랑카와 몇몇 아프리카 국가가 자금 상환을 늦추거나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수백억 달러의 차관을 면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신문은 중국 정부가 진퇴양난에 빠졌다고 했다. 채무를 면제해주면 본토의 금융 시스템에 압박을 줘 자국민의 분노를 살 수 있고, 돈을 갚으라고 고집하면 중국 정부의 글로벌 영향력이 약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중국 정부의 차관을 도입한 130여 국 중 다수가 이자 면제, 지급 기간 연장 또는 중도금 지급 전면 중단 등 다양한 형태의 채무 탕감을 요구하고 있다.

아프리카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에티오피아는 채무 일부를 탕감해 달라고 요청하면서 동시에 아프리카 국가들을 대표해 중국 정부와의 부채 협상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양빈(楊斌) 칭화대 부총장은 중공이 채무 탕감을 해줄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양빈 부총장은 에포크타임스 계열사인 위성채널 NTD와 인터뷰에서 “일대일로 참여국들이 대부분 약소국인데, 중국공산당이 부채를 빌미로 자신들 나라의 땅과 항구를 차지하면서 주권마저 가져가려고 하니, 이들 국가는 이때(코로나 사태)를 이용해 빚을 탕감해달라고 하는 것”이라고 상황을 진단했다.

이어 “이 돈을 돌려받기 쉽지 않다. 아프리카 1천억 달러, 유럽은 1조 달러다. 이들 국가에서는 바이러스 피해 배상금으로 처리하자는 이야기도 나온다”고 했다.

공산당 지도부 입장에서 신경 쓸 여력이 없어 협상을 빨리 끝내고 싶어 한다고 양빈 부총장은 설명했다.

그는 “빚을 받아낸다고 그 돈이 대중을 위해 쓰이는 건 아니다. 그래서 대중은 (받든 못 받든) 개의치 않는다”며 “현재 공산당 지도층은 내부 문제를 겪고 있다. 이들 국가와의 협상을 포기하고 그 시간에 내부 권력 투쟁에 힘을 쏟을 것이다”라고 예측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바이러스 유행에 대한 책임 추궁, 미·중 관계, 대만 문제가 채무 탕감 보다 훨씬 더 중요한 문제”라고 덧붙였다.

양빈 부총장은 참가국에 빚을 안기는 일대일로 프로젝트의 부작용도 지적했다. 그동안 서서히 쌓인 불만이 중국 이탈 현상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했다.

독일 키엘세계경제연구소는 현재 전 세계 개도국들의 대중국 부채가 5200억 달러를 웃돈다고 집계했다. 그중 일대일로 사업을 통해 대출된 3500억 달러의 부채 가운데 절반 이상은 상환이 거의 불가능한 고위험 대출로 알려졌다.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프로젝트란 2013년 시진핑 국가주석이 제시한 전략으로 중앙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육상 실크로드와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유럽을 연결하는 해상 실크로드를 의미한다.

중국을 중심으로 주변의 60여 개국을 포함한 거대 경제권을 구성해 대규모 물류, 에너지, 금융 네트워크를 건설한다는 구상이지만, 공산주의 이념 확대를 위한 교두보 확보 사업이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중국 정부의 공식 통계에 따르면 일대일로 계획은 지구상 인구의 63%에 해당하는 44억 인구를 대상으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