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일로 中 ‘고용‧부동산’ 시장…회복 가능성은

허젠(何堅)
2019년 03월 13일 오후 1:47 업데이트: 2023년 08월 26일 오후 9:08

중국의 ‘2019 정부공작보고’는 고용 및 부동산 정책에 큰 변동을 예고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가뜩이나 심각한 중국의 고용 및 부동산 시장을 다시 흔들어 놓음으로써 중국인들에게 적지 않은 충격을 주고 있다.

중국, 세계 최초로 거시경제 고용정책 창안

중국 2019 정부공작보고는 올해 처음으로 고용 우선 정책을 거시 경제정책에 포함시켰으며, ‘중국의 독특한’ 거시경제 정책수단으로서의 고용정책을 입안할 것을 명시했다.

세계 각국의 거시경제 정책은 통화정책과 재정정책뿐이며, 고용은 거시경제 정책의 목표 중 하나일 뿐 정책수단이 아니다. 그런데도 중국 당국이 2019년에 독창적으로 ‘고용 우선’을 거시경제 정책수단으로 격상한 것은, 중국 경제가 시장경제가 아니며 정부 간섭이 사회경제적 측면을 관통하고 있음을 스스로 증명한 것이다.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중국의 심각한 고용 문제를 부각했다.

중국 대륙에서 ‘취업’은 국민의 생활 안정과 관련돼 있으며, 나아가 중국 정권의 부정부패와 불공평에 대한 중국인의 인내가 걸려 있는 문제다. 따라서 정권의 합법성이 부족하고, 부정부패가 심한 공산당이 통치하는 중국에 있어 고용 문제는 정권의 안전이 걸린 최우선 사안이다. 지난해 7월부터 중국이 내놓은 6대 안정대책인 ‘육온(六稳)’ 방침 중에서 고용안정이 최상위에 놓여 있다.

하지만, 미·중 무역전쟁과 경기 하강으로 중국의 고용 상황은 엎친 데 덮친 격이다. 2018년에, 무역전쟁으로 인한 수출산업 불황과 고용 연쇄 악화, ‘국진민퇴(國進民退‧국유기업은 약진하고 민영기업은 후퇴함)’ 압박으로 인한 민영기업의 위축 등은 모두 대량 실업을 초래한 직접적 원인이 됐다. 2019년 들어 이 추세는 심화되고 있다.

이런 배경에서 중국은 고용을 거시경제정책으로 격상해야 했다.

‘호적 개방’이라는 숨은 노림수

이번 2019 공작보고서는 ‘재정‧통화‧고용 정책의 수단을 다양하고 융통성 있게 활용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어떤 고용정책 수단을 채택할 것인지에 관해서는 설명하지 않은 채 대학졸업생, 퇴역군인, 농민공 등 중점 대상 집단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빈곤층 및 실업자를 채용하는 기업에 일정액의 조세감면을 해주고 직업교육 등의 문제를 잘 처리할 필요가 있다는 일반적인 얘기만 하고 있을 뿐이다.

이러한 조치들이 ‘거시경제정책’에 해당하지 않는 것은 분명하다. 실제로 중국의 ‘고용정책’은 공작보고서가 아니라 최근에 발표된 새 정책에 숨어 있다.

2월 19일, 중국 국무원의 지원을 받는 ‘경제일보’는 ‘고용 안정화를 위한 정책 우선순위 및 이행 원칙’이라는 글을 실었는데, 여기에는 도시와 농촌 이중구조 및 호적제도 등에 정책 변동 여지가 크다는 내용이 있었고, 이것이 약간의 암시를 주었다.

2월 21일 중국의 국가발전개혁위원회(中共發改委)는 ‘현대적 도시권 육성에 관한 지도의견’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개별 대도시를 제외한 일반 도시에 대한 정착 제한을 완화하고, 도시와 농촌지역 간 호적 장벽 철폐를 가속화한다는 점이 명시됐다.

국가발전개혁위원회의 이 문서는 중국 정부의 거시경제 정책수단으로서의 고용 문제의 핵심이 호적제도라는 점을 명시한 것이다.

중국의 호적제도는 구소련으로부터 이어받은 것으로, 국민을 통제하기 위한 가혹한 수단이다. 수십 년간 중국 사회 각계에서는 호적제도 취소를 촉구했지만 중국은 이를 거부해 왔다.

최근에는 중국의 적지 않은 도시들이 경제와 주택시장을 키우고 인재를 끌어들이기 위해 ‘정착 가구를 위한 우대정책(落户优惠政策)’을 앞다퉈 발표했지만, 중국은 여전히 호적제도를 취소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경제위기의 압력으로 중국이 호적 개방을 고려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머잖아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선전 등 4개 대도시(超大城市) 이외의 중국 곳곳에서는 정착 규제를 풀거나 최소한 정착 문턱을 낮춰야 할 것이다.

그러나 중국은 호적 개방을 고용정책의 수단으로 삼을 계획이지만, 중국의 경제 발전이 부진하고 지역 간 격차가 커진 점을 감안하면 전체 중국 고용에 자극이 될지, 반대로 타격을 줄지는 알 수 없다. 도시의 상주인구 8억3000만 명을 제외한 2억8800만 명 농민공이 자유롭게 정착하면 각 인구 유입지와 유출지의 경제와 서민 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측하기 어렵다.

비록 호적 개방이 호적제도를 폐지하는 것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중국인들은 거주와 이전 등에서 기본적인 생존권을 좀 더 누릴 수는 있게 될 것이다. 2017년 말 베이징(北京) ‘하층민 정리’ 파문에서부터 호적을 개방해 고용을 조절하려는 지금의 행태에 이르기까지, 중국 당국이 국민을 기본적 인권을 누리는 인격체로 보지 않고 가치를 착취할 자원 및 수단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이것이 중국의 거시적 고용정책의 실체다.

특히 중국은 호적을 한 번에 개방하지 않고 ‘국가 감시시스템’의 진척에 맞추어 단계적으로 개방해나갈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언급해 둘 필요가 있다.

애초에 호적은 중국 공산당이 대중을 억압하고 감시하는 도구였으므로, 호적을 개방한다는 것은 이를 대체할 수 있는 더 효과적인 감시제도가 있다는 전제하에서 가능하다. 호적을 고용정책의 주요 수단으로 사용하면서도 이를 드러내지 않는 또 다른 이유이기도 하다.

예컨대 1월 28일 중국 인사부(人社部‧정식명칭은 인력자원사회보장부)는 ‘인재의 원활한 이동을 위한 의견’을 발표하면서, 건제진(建制鎭‧소규모 행정구)과 소도시에 대한 입주 규제를 전면 개방하자고 제안했다. 이 중에는, 호적 개방에 맞추어 중국 국민의 최대 관심사인 양로보험과 의료보험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에 대해 ‘공안 정보 등을 통해 사회보험 자격 인증 모델을 확대하자’는 인사부 의견도 있다.

인사부의 이 의견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중국은 호적 개방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국민 감시시스템과 서민 사회보험제도를 결합함으로써 대대적인 감시시스템을 전국적으로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주택투기 금지’라는 말 사라지고 주택시장 세분화

중국의 2019 정부공작보고서에는 부동산시장 정책의 표현에도 중대한 변화가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방주불초(房住不炒‧주택 투기 금지)’와 ‘규제’라는 말이 사라졌다는 점이다.

정부공작보고가 발표된 것은 3월 5일 오전이었다. 당일 오후 톈진에서는 ㎡당 2000위안(약 33만원)으로 가격이 오를 것이라고 외치는 부동산 분양 매물이 있었고, 분양센터에서는 이번 정부공작보고로 부동산 가격이 오를 것이라고 선전했다. 이런 사례가 시장의 추세를 대표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사실상 중국이 경기 부양을 위해 돈과 재정을 푼다는 점을 고려하면, 2019년 부동산시장에 대한 규제는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3월 5일 중국의 정부공작보고 발표 후, 톈진에서는 ㎡당 2000위안(약 33만원)으로 가격이 오를 것이라 외치는 부동산 분양 광고가 있었다. | 이동통신 화면 캡처

하지만, 부동산 시장에 대한 규제 완화가 반드시 중국의 집값 상승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2019년 정부보고서와 최근 정부 정책을 분석해 보면, 중국 각지의 집값은 세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당국의 보고서 ‘중심도시 견지로 주변 도시군 발전선도’ 및 국가발전개혁위원회의 2월 21일 자 ‘현대적 도시권(都市圈) 육성에 관한 지도의견’을 함께 살펴보면, 2019년에는 ‘도시권’으로 발전할 수 있는 중심도시에 중국의 정책과 자금이 쏠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국가발전개혁위원회가 말하는 도시권(都市圈)은 대도시를 중심으로 1시간 통근권을 기본으로 하는 도시화된 공간을 의미한다.

이 말은 1, 2선 대도시 및 주변 1시간 통근권 내에 있는 위성 소도시가 올해 주택시장의 관심거리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나머지 3선, 4선, 5선 소도시의 주택시장은 좋지 않을 것이다. 특히 올해 중국 당국 보고서는 예년과 달리 ‘판자촌 재개발(棚戶區改造)’에 관해 구체적 목표를 제시하지 않아 소도시의 부동산 투기 꿈은 거의 사라졌다.

한편, 중국 당국은 2019 정부보고서에서 ‘부동산세 입법의 점진적 추진’을 언급했는데, 이는 지난해 보고 ‘부동산세 입법의 타당한 추진’과는 중국어로 단 한 글자 차이다. 이 차이는 중국이 부동산세에 관한 분위기 조성 단계에서 실제 입법 단계로 접어들었음을 의미한다.

부동산 경기침체로 당분간은 부동산세의 전국적인 입법 및 시행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입법 절차 정도는 대부분 시작될 것이고, 개별 과열 지역은 시범지역으로 미리 부동산세를 고시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