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강 中 외교부장 포츠담 방문 “대만과 통일 실현해야”… 왕이 전 부장도 유사 발언

최창근
2023년 05월 11일 오후 2:52 업데이트: 2023년 05월 25일 오후 3:27

친강(秦剛) 중국 국무원 외교부장이 제2차 세계대전 전후 처리를 논의한 독일 포츠담회담 현장을 방문하여 “중국 국가 통일은 반드시 실현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 공지에 따르면 친강 부장은 독일 순방 중이던 지난 5월 10일, 포츠담회담 현장을 둘러본 후 이같이 말했다. 그는 “1945년 포츠담회담 후 발표된 포츠담선언은 일본이 탈취한 대만을 포함한 중국 영토를 중국에 반환해야 한다는 카이로선언의 규정을 재확인했다.”고 강조했다.

친강 부장은“오늘날 미국은 규범에 기초한 국제질서를 수호해야 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하지만 당시 스스로 초안을 만든 포츠담선언은 뒷전으로 미룬 채 대만 독립·분열 활동을 지지하고 방임하며 전후 국제질서를 파괴하고 중국의 주권과 영토 완전성을 훼손하는데 중국 인민은 이를 절대 용납하지 않는다.”며 미국이 대만을 분리·독립시키려 한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이어“제2차 세계대전 전후(戰後) 국제질서는 반드시 수호해야 하고 국제 공평·정의는 반드시 신장돼야 하며 대만을 독립·분열시켜 국제 공리와 질서에 도전하고 역사의 조류에 역행하는 것은 반드시 막다른 골목에 도달할 것이라는 역사의 경고를 확실히 기억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날 포츠담에서 친강 부장은 방명록에 “전후 국제질서를 수호하고 세계 평화와 번영을 촉진하고, 중국의 국가 통일을 실현할 것”이라고 썼다.

친강 부장이 언급한 포츠담선언은 1945년 7월 26일 발표됐다. 미국, 영국, 중화민국이 독일의 포츠담에서 발표한 선언으로 포츠담 회담에 참석한 소련의 스탈린은 서명하지 않았고 장제스(蔣介石) 중화민국 국민정부(國民政府) 총통은 회담에 참석하지 않았으나 전신을 통해 선언 참가를 밝혔다.

포츠담 선언은 ▲제1~5항 일본의 무모한 군국주의자들이 세계 인민과 일본 인민에 지은 죄를 뉘우치고 이 선언을 즉각 수락할 것 ▲제6항 군국주의를 배제할 것 ▲제7항 연합군의 일본 영토 점령을 보장할 것 ▲제8항 카이로 선언을 실행하고 일본 영토를 한정할 것▲제9항 일본군 무장을 해제할 것 ▲제10항 전쟁범을 처벌하고, 민주주의를 부활·강화하고, 언론·종교·사상의 자유 및 기본적 인권을 보장할 것 ▲제11항 군수산업을 금지할 것 ▲제12항 민주주의 정부를 수립할 것 ▲제13항 무조건 항복할 것 등 총 13항으로 구성돼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추축국(樞軸國) 중 이탈리아·독일이 항복한 후에도 항복을 하지 않는 일본제국에 무조건 항복을 촉구하는 최후통첩이었다. 선언의 요지는 “일본제국이 항복하지 않는다면 즉각적이고 완전한 파멸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라고 경고하는 것이었다. 선언에서는 “일본제국 점령하에 있는 만주, 대만, 펑후(澎湖)제도 등을 중국에 반환할 것”이라는 카이로선언 내용을 재확인했다.

다만 중화인민공화국 외교부장인 친강이 포츠담 선언을 언급하며 ‘대만 통일’ 의지를 밝힌 것은 정당성에 의문을 낳는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영국·소련(러시아)과 더불어 ‘연합국’의 일원으로 추축국 일본제국에 맞섰던 것은 중화민국 정부이기 때문이다. 1945년 8월 15일 일본의 무조건 항복 선언으로 제2차 세계대전 종전 후 성립한 유엔(UN)에 ‘중국’ 대표 자격으로 참여한 것도 중화민국(中華民國) 정부였다. 중국 공산당의 중화인민공화국(中華人民共和國) 정부가 중화민국 정부를 대신하여 유엔 회원국이 된 것은 1971년에 이르러서이다.

한편 친강 외교부장의 포츠담 발언은 전임 외교수장 왕이(王毅)의 발언과 맥이 닿아있다.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중앙외사판공실 주임)은 5월 8일, 팀 배로우(Tim Barrow) 영국 국가안보보좌관과의 전화 통화에서 “중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가운데 완전한 통일을 실현하지 못한 유일한 대국이다.”라며 대만 통일 의지를 강조했다. 왕이는 “대만은 중국의 일부라는 것은 역사적 사실이자 국제사회의 공감대이다.”라고도 말했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왕이 정치국 위원은 “평화통일은 14억 중국 인민과 전 세계 화교의 공동 숙원이다. 영국 측이 계속해서 ‘하나의 중국’ 원칙을 엄수하고 중국의 주권과 영토 완전성을 존중하며 상호 내정 불간섭 원칙을 견지하고 서로의 핵심 이익과 중대 관심사를 존중하기를 희망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팀 배로우 국가안보좌관은 “영국은 지속해서 ‘하나의 중국’ 정책을 이행할 것이다.”라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