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생신고 못해 유령처럼 지내야 하는 ‘미혼부’ 자녀들

이서현
2020년 02월 13일 오후 4:16 업데이트: 2022년 12월 20일 오후 5:15

“제 딸은 엄마가 없습니다.

도둑질도 강도질도 할 수가 없어서 이렇게 나왔습니다.

도와주세요. 목숨 걸고 제 딸을 지키고 키울 겁니다.”

지난 2014년, 강남역 일대에 유모차를 끌고 다니며 구걸하는 남성이 나타났다.

그는 대자보를 통해 거리에 나온 사정을 설명하며 도움을 호소했다.

SBS ‘궁금한 이야기 Y’ 제작진이 남성을 만나 무슨 사연인지 확인했다.

SBS ‘궁금한 이야기 Y’

남성은 갓난쟁이 딸을 둔 미혼부 아빠였다.

결혼 전 딸 사랑이를 임신한 아이 엄마는 사랑이를 낳고 집을 나갔다.

그 후, 사랑이 아빠는 생각지도 못한 어려움에 부딪혔다.

SBS ‘궁금한 이야기 Y’

아이 엄마의 인적사항이 없다는 이유로 사랑이의 출생신고를 할 수 없었던 것.

유전자 검사를 통해 친부임이 확인됐지만, 법 앞에서는 무용지물이었다.

사랑이 아빠의 사연이 알려지면서 지난 2015년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일명 사랑이법)이 시행됐다.

이전까지는 혼인 중 출생한 자 이외의 자(혼외자)는 원칙적으로 부모가 공동으로 출생신고를 하거나 친모가 혼인신고를 해야 했다. 친부라 해도 원칙적으로는 단독으로 출생신고를 할 수 없었다.

SBS ‘궁금한 이야기 Y’

‘사랑이법’은 친부도 예외적인 경우에는 단독으로 출생신고를 할 수 있게 했다.

하지만 친모와 달리 친부는 출생신고를 하기 위해 수많은 증명 과정을 거쳐야 한다.

게다가 친부가 친모의 인적사항을 모르는 경우에만 단독신청이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사랑이법’ 시행 이후 출생신고를 신청한 사람은 500여 명.

하지만 등록에 성공한 아이는 70명 남짓에 불과한 것도 이 때문이다.

친모의 인적사항이 확인된 경우, 친모가 나서서 출생신고를 도와주면 가장 빠르게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연락을 끊거나 반대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연합뉴스

그동안은 아이는 예방접종도 못 하고 양육수당이나 어린이집도 이용할 수 없다. 유령처럼 없는 사람이나 마찬가지.

이에 국회 교육위원회 서영교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서울 중랑구갑)은 2015년 대표 발의해 통과시킨 ‘사랑이법’ 후속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서영교 의원은 지난달 26일 “‘사랑이법’이 적용되는 과정이 순탄치 않아 태어난 아이가 여전히 출생신고를 하지 못하고 있다는 안타까운 사연을 전해 듣고 후속 입법에 나섰다”라며 법안 발의 배경을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