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美 은행위기 같은 불안 재연 가능성…필요시 신속 조치”

이윤정
2023년 03월 23일 오후 1:13 업데이트: 2023년 03월 23일 오후 1:13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세계 경제가 장기간 지속된 저금리 상황에서 벗어나 고강도 통화 긴축이라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미국 중소형 은행 위기와 같은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이 재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추 부총리는 3월 23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이같이 밝히며 “높은 경계심을 갖고 상황을 예의주시하겠다”고 말했다.

추 부총리는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 불안에 대해 “각국의 신속한 대응으로 다소 진정되는 양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국내 금융시장도 전반적으로 안정을 유지하는 모습이라며 그 이유로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해외 금융기관들에 대한 국내 투자 규모가 크지 않다는 점뿐만 아니라 우리 금융회사들의 양호한 건전성과 유동성 상황이 뒷받침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주식시장은 이번 사태 이전 수준을 회복했고 외환시장도 변동성이 완화돼 환율이 1300원 수준에서 등락을 보이고 있다”면서 “회사채·단기금융시장도 큰 변동 없이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추 부총리는 미국 은행 위기와 같은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이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보며 “정부와 한국은행은 24시간 관계기관 합동 점검 체계를 통해 국내외 금융시장 동향을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우리 금융 시스템 및 금융회사 전반의 건전성을 상시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필요한 경우에는 이미 마련한 상황별 대응계획에 따라 시장 안정 조치를 신속히 시행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추 부총리는 또 “한계기업, 취약 부동산 사업장, 다중채무자 등 금융 취약 부문의 잠재 리스크가 시장 불안과 맞물려 현실화하지 않도록 관계기관이 함께 철저히 관리해나가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추 부총리는 금융권에도 불확실성에 대비할 것을 주문했다. 그는 “금융권 스스로도 불확실성에 대비해 철저한 리스크 관리와 함께 충분한 충당금 적립 및 자본 확충 등 손실 흡수 능력을 제고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0.25%p 인상에 대해서는 “오늘 새벽 국제금융시장에서 국채 금리는 하락했으나 연준의 정책 기조 변경에 대한 기대가 약화하면서 주가는 약세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앞서 미 연준은 3월 22일(현지 시간) 기준금리를 현재보다 0.25%p 인상하는 ‘베이비스텝’을 밟았다. 금융 불안이 지속하자 당초 예상(빅스텝)보다 인상 폭을 낮춘 것이지만, 연준의 기준 금리가 4.75~5.00%로 올라 한미 간 기준 금리 격차도 1.5%p로 확대됐다. 한미 간 금리 차이가 2000년 5~10월(1.50%p) 이후 22년여 만에 다시 최대 폭으로 벌어지면서 지난달 기준금리를 3.5%로 동결한 한국은행에 대한 금리 인상 압박이 커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