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 최전선 종사자들이 코로나19 백신에 가장 회의적”

한동훈
2021년 03월 19일 오후 1:00 업데이트: 2022년 12월 26일 오후 4:19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백신 접종이 각국에서 진행 중인 가운데, 미국의 여론조사기관 갤럽이 눈길이 가는 조사결과를 내놨다.

방역 최전선에 있는 의료진의 절반이 백신 접종에 무슨 장점이 있는지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는 결과였다.

미국 갤럽은 지난해 12월 의료계 종사자들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백신이 ‘무료’로 접종 가능하고 △식약처로부터 허가를 받았으며 △90% 이상의 예방 효과가 있다고 하더라도 “응답자 51%가 백신 접종의 장점을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같은 결과에 갤럽은 우려를 나타냈다. 백신 접종에 부정적으로 답한 51%의 응답자 가운데 34%가 전미과학공학의학한림원이 규정한 “1A 등급(티어)”에 속한 의료종사자들이었기 때문이었다.

갤럽의 이번 조사결과는 코로나19에 노출될 위험이 가장 큰 전문가들의 절반이 백신 접종을 납득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최전방 의료계 종사자들이 백신 접종에 거부감을 나타내고 있다는 언론 보도 역시 이어지고 있다.

LA타임스에 따르면 캘리포니아 엘리자베스 커뮤니티 병원의 경우, 지점별 직원들의 백신 접종 거부율은 최저 20%에서 최고 50%였다.

조지아 매체 애틀랜타 저널 컨스티튜션(AJC)은 지역 내 보건의료계 종사자의 백신 접종률을 30%로 추산했고, 오하이오에서는 마이크 드웨인 주지사가 요양원 직원 60%가 백신 접종을 거부했다고 발표했다.

텍사스에서는 요양보호사들의 백신 접종 거부율이 높아 일부 시설 운영이 어려울 정도라고 텍사스 트리뷴이 지난 2월 보도했다.

미국의 백신접종은 현장 의료진과 요양원 거주 고령자 및 직원들을 우선 대상으로 실시되고 있다.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지난달 조사 결과, 요양시설 직원들의 1차 이상 접종비율은 40%에 미만에 그쳤다. 미국 전체 코로나19 사망자 가운데 약 38%인 약 11만명이 요양원 거주자나 직원들인데도, 이들의 백신 접종에 대한 호응도는 높지 않다.

미국 외의 국가에서도 최전방 종사자들은 백신 접종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로이터통신은 지난 2일 스위스 의료분야 간호인력의 약 절반, 독일 베네비트 그룹 케어홈 운영자 70%, 프랑스 요양시설 의료 종사자 절반 가량이 백신 접종에 부정적이라고 보도했다.

같은 날 미 공영방송 PBS는 인도의 백신 접종 소식을 전하며, 2주 전부터 2차 접종이 시작됐지만 최전방 종사자 절반, 의료진 40% 가량이 접종을 받지 않았다고 했다.

캐나다 CTV 방송에서도 몬트리올의 여러 요양시설 종사자들이 접종을 거부하고 있다고 전했다.

백신 접종, 직접 목격한 최전방 종사자들의 머뭇거림

세계 각지 의료진이 백신 접종에 회의적인 이유에 대해서는 다양한 분석이 나온다.

각국 정부와 백신 제조사들은 백신 접종의 장점이 단점보다 훨씬 크다고 주장하지만, 현장에서 눈으로 목격한 이들은 결정에 주저하고 있다는 설명이 유력하다.

통상적으로 백신 개발기간은 평균 10년 이상이다. 하지만, 현재 사용되고 있는 백신들은 개발기간이 1년 이내다.

개발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시켰다고는 하지만, 사망 등 부작용이 이어지고 있고 심지어 접종 후에 감염된 사례로 나왔다. 노르웨이에서는 백신 접종 후 23명이 사망했고, 이스라엘에서는 2차 접종을 마친 수백 명이 감염됐다.

백신 접종 후 무력감, 어지러움 등 다른 부작용도 일손이 부족한 의료진이 접종을 꺼리게 되는 요인이다.

로이터 통신은 지난 2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으로 의료 종사자들이 부작용에 시달리게 되자, 유럽이 접종 거부에 나섰다”며 각 병원들이 기능 유지를 위해 직원들의 접종을 기피하고 있다고 전했다.

프랑스 보건당국은 병원 직원들의 접종에 시차를 둘 것을 병원들에 권고했고, 스웨덴은 전국 21개 보건기관 가운데 2곳에서 접종 대상자 25%가 발열이나 독감 유사 증상을 보이자 접종을 중단했다.

오스트리아에서는 백신 접종을 받은 간호사 한 명이 사망하고, 또 다른 한 명이 부작용으로 입원 치료를 받자 백신 접종을 잠정 중단했다.

월스트리저널에 따르면, 독일에서는 접종이 예정된 의료진의 약 절반이 현장에 나타나지 않은 일도 있었다.

의료진의 회의적 반응에도 불구하고, 주요 언론과 소셜미디어 기업들은 백신 접종에 관한 부정적인 소식이 나가지 않도록 주의하는 모습이다.

페이스북은 백신에 관한 잘못된 정보를 삭제하고, 백신 접종에 관한 언급이 담긴 게시물에는 세계보건기구(WHO)의 지침을 링크하기로 했다.

저널리즘 비평으로 유명한 ‘컬럼비아 저널리즘 리뷰’는 지난 5일 “잘못된 정보에 관한 첫 번째 보도지침은 잘못된 정보를 아예 언급하지 않는 것”이라는 글을 게재했다.

이 글에서는 언론사들에게 “대중의 질문과 우려를 예상하며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리뷰를 발간하는 컬럼비아대 언론대학원은 퓰리처상을 선정하는 곳이다.

언론과 소셜미디어 기업의 이같은 ‘백신 접종 캠페인’은 큰 효과를 내지는 못하고 있다.

갤럽은 “백신에 대한 직업별 수용비율은 작년 11월 이후 거의 변화가 없다”고 분석했다.

CDC 역시 이에 동의하며 “의료진과 백신 접종 사이의 장벽을 지속적인 의사소통과 홍보와 전략 개발로 극복해야 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의사소통과 홍보로 백신에 대한 의료진의 의구심이 완전히 거둬들여질지는 확실하지 않다. 의료진이 백신에 대해 몰라서 접종을 기피하지 않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미국 칼럼니스트 로렌스 솔로몬은 “‘믿어달라’는 식으로 무작정 설득하기보다 오히려 최전방 의료진이 백신에 대해 거부감을 스스로 극복하도록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언론 검열을 해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논평했다.

* 이 기사는 로렌스 솔로몬이 기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