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체적 난국에 빠진 中 ‘일대일로’…점점 더 어려워 질 것”

2019년 02월 24일 오후 10:38 업데이트: 2019년 11월 26일 오후 1:16

최근, 페이민신(裴敏欣) 미국 클레어몬트 매케나 칼리지 교수가 ‘일대일로’ 프로젝트의 미래 방향을 분석한 글을 일본 언론에 올렸다. 그는 이 글에서, 일대일로가 직면한 국내외 요인과 최신 중국 당국이 드러낸 징후를 분석한 뒤 “중국이 일대일로를 조용히 끝낸다 해도 놀랄 일이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페이민신 교수는 미국 클레어몬트 매케나 칼리지의 정부(政府)학과 교수이자 케크 국제전략문제연구소 소장이다. 그는 중국의 정치, 경제, 미중 관계 및 개발도상국의 민주화 분야 전문가이다.

페이 교수는 지난 15일 ‘닛케이 아시안 리뷰’에 ‘중국은 일대일로를 조용히 끝낼 것인가’라는 제하의 분석 글을 올렸다.

‘일대일로’가 해외에서 직면한 곤경

페이 교수는 이 글에서, 중국의 일대일로가 최근 해외에서 직면하고 있는 어려움을 요약했다. 이미 여러 나라가 중국과 맺은 일대일로 프로그램을 중단했거나 재점검하고 있다. ▲마하티르 모하맛 말레이시아 총리는 200억 달러 규모의 철도 건설 프로젝트를 포함한 두 개의 대형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취소했다. 원가가 너무 높기 때문이다. ▲파키스탄의 새 정부도 중국-파키스탄 경제회랑(CPEC) 프로젝트를 재검토 하겠다고 밝혔다. CPEC은 중국 서부 신장지구와 아라비아해 인근의 파키스탄 과다르항을 잇는 대규모 인프라 건설 사업으로, 중국은 이 프로젝트에 600억 달러를 지원하기로 약속했다. ▲최근 미얀마 정부는 이미 중단된, 중국 자본으로 짓는 수력발전소 건설을 재개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베이징에 전했다. ▲인도양의 섬나라 몰디브는 채무 30억 달러를 줄이기 위해 중국 당국과 재협상하고 있다. 채무 규모는 몰디브 GDP의 3분의 2에 해당하며, 주로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지원하기 위해 중국으로부터 빌린 돈이다.

페이 교수는 “전 세계로 인프라를 확장하는 일대일로 프로젝트는 중국으로서는 자국의 영향력을 전 세계로 확대하는 비전을 대표한다”고 말했다. 암암리에 중국 내 많은 사람 사이에 일대일로에 대한 불안감이 점점 커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중국은 경기 긴축과 미국과의 무역전쟁을 벌이는 한편 일대일로 융자를 받은 국가들의 비난에 직면하고 있다. 학자, 경제학자 및 재계 인사들은 그들의 정부가 부족한 자원을 적절히 활용하고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충격에 휩싸인 ‘일대일로’   

페이 교수는 이 글에서 일대일로에 대한 경제적 역풍은 더욱 뚜렷하다고 했다. 지난 5년 동안 세상은 바뀌었다. 중국의 경기 둔화로 인한 자금 유출로 외환보유액이 1조 달러 넘게 빠져나갔다. 무역전쟁이 중국의 국제수지에 미칠 충격을 감안할 때 같은 규모의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지원할 만큼 충분한 외화 흑자를 낼 가능성은 크지 않다. 또 미국이 부과하는 관세와 미중 무역관계의 불확실성은 중국의 대미 수출을 크게 줄이고 여타 선진국 시장에 수출하는 물량도 줄일 수 있다.

페이 교수는 “중국의 대미 무역흑자가 중국의 전체 경상수지흑자와 거의 맞먹는 수준이다. 따라서 중국 당국이 대미 수출이 크게 감소하는 문제에 대비하지 못하면, 즉 다른 시장으로 수출을 늘려 위험을 분산하지 못하면(거의 불가능) 중국의 경상수지 적자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중국의 악화되는 국제수지 균형은 베이징 당국이 외환보유액을 동원해 중국의 전반적인 경제 안정에 대한 투자자의 신뢰를 유지하도록 압박할 것이다. 따라서 베이징 당국은 대외 공약을 조심스럽게 심사해 진행 중인 사업을 재평가할 수밖에 없고, 이 중 일부는 축소하거나 아예 포기할 수밖에 없다.

페이 교수는 일대일로는 앞으로 수년 동안 중국의 외화 수입 감소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베이징이 연금 지출 증가, 경제성장 둔화, 세수 감소 등의 후폭풍으로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 지적했다.

지난해 12월 말 류쿤(劉昆) 중국 재정부장은 연례 재무회의에서 중국의 심각한 재정 전망을 예사롭지 않게 전달했다. 류쿤 부장은 각급 정부가 허리띠를 졸라매고 행정 지출을 줄이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페이 교수는 베이징 당국이 감세를 통해 경제성장을 자극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2018년 재정수입 증가는 2017년에 비해 1.2%포인트 하락했다. 감세와 둔화한 경제성장으로 올해 재정 전망은 더 나빠질 것으로 보인다.

페이 교수는 “일대일로가 중국 공산당 최고위급 외교정책에서도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예산이 삭감되지 않을 수 있다는 시각도 있지만, 각종 수요 항목이 한정된 자원을 놓고 경쟁하고 있기 때문에 혹독한 경제 현실은 중국 지도자들에게 점점 더 씁쓸한 선택을 안겨줄 것이다”고 지적했다.

페이 교수는 또 “중국 고위층이 일대일로를 계속 지지할 수도 있지만, 중국 내에서는 소수의 사람만이 일대일로를 지지한다는 점과, 중국의 연금 수령자들의 돈을 가져가서 먼 땅에 아무런 소용이 없는 도로를 건설한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없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