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인플레이션에 정전 덮친 레바논, 사실상 ‘경제 붕괴’ 상태

2021년 08월 9일 오후 1:50 업데이트: 2021년 08월 9일 오후 2:32

중동의 작은 거인 레바논 경제가 초인플레이션과 전력 부족으로 사상 최악의 국가위기를 맞고 있다고 세계은행(WB)이 보고서에서 밝혔다.

작년 8월 수도 베이루트 인근 항구에 7년간 방치되다시피 보관됐던 질산암모늄이 원인으로 200명이 넘는 사망자와 6천명 이상의 부상자를 낸 대폭발 사고 이후 레바논은 잦은 전력 공급 제한과 정전을 겪고 있다.

작년 4월부터 물가가 수백퍼센트씩 치솟는 초인플레이션(Hyperinflation)단계에 들어선 경제 상황도 레바논을 위협한다. 분쟁과 폭력에 대한 취약성과 정부의 무대책이 주된 요인으로 지목된다.

세계은행 보고서는 “레바논의 국내총생산(GDP)은 2018년 550억 달러에서 2020년 330억 달러로 급감했으며, 1인당 GDP는 약 40% 감소했다”며 “이토록 잔인하고 빠른 위축은 보통 분쟁이나 전쟁과 관련이 있다”고 덧붙였다.

보고서는 “슬프지만, 정부의 고의적이고 재앙에 가까운 무대책으로 인해 뚜렷한 전환점이 보이지 않는다”며 “이미 심각한 수준의 사회적 위기는 급속도로 악화될 수 있다. 인구 절반이 빈곤선 아래로 추락할 것”이라며 비관적 전망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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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8월 6일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항구 지역 폭발 현장 모습. | Issam Abdallah/Reuters/연합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레바논의 열악한 상황 일부는 150억 달러 이상의 피해를 낸 지난해 대폭발 사고 때문이라면서 수도 베이루트에서조차 정전이 일상적이며 식당에서는 이동식 발전기로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1년 넘도록 이어진 국정 공백도 문제다. 지난해 대폭발 당시 하산 디아브 총리는 사태에 책임을 지고 내각 총사퇴를 발표했다. 후임 무스타파 아디브 총리는 한 달만에 정부 구성을 그만두고 사퇴했으며, 지난해 10월 두 번째로 지목된 사드 하리리 지명자도 대통령 측의 동의를 얻지 못해 내각 구성에 실패하고 사퇴했다.

그 사이 레바논은 화폐 가치가 비공식 시장에서 90% 가까이 폭락했고 인플레이션은 400%에 달했다. 사람들은 생필품을 구하지 못하게 됐으며 연료와 의료품도 품귀 사태를 빚고 있다.

세계은행은 보고서에서 “400% 인플레이션에 사람들이 빵, 설탕, 기름 그리고 다른 상품들을 앞다퉈 사려고하면서 슈퍼마켓에서는 싸움판이 벌어졌다. 살인율과 다른 범죄들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경제 붕괴로 나라가 붕괴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레바논 아메리칸대학의 정치학과 이마드 살라미 교수는 WSJ과의 인터뷰에서 “국정 공백뿐만 아니라 국가의 기본적인 기능에 심각한 균열이 생기고 있다”며 “한치 앞도 알 수 없는 상황에 들어서고 있다”고 말했다.

/한동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