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정치권, 중국에서의 인권탄압·장기밀매에 심각한 우려 제기

밀란 카지넥(Milan Kajinek)
2019년 12월 9일 오후 3:35 업데이트: 2020년 01월 2일 오전 11:51

체코 의회 본회의에서 5개 정당이 중국 내 반체제 인사와 종교 및 소수 민족 박해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이들 정당은 또한 중국 정권이 장기 이식을 위해 양심수를 집단으로 살해하고 있다는 영국의 NGO단체 독립시민법정(Independent People’s Tribunal) 판결에 대해서도 의회 차원에서 논의할 예정이다.

체코의 5개 정당은 지난달 28일 중국 제반 분야의 인권 침해를 규탄하는 결의안 초안을 제출했는데, 특히 중국 공산 정권이 수십 년 동안 박해한 파룬궁 수련자, 각 종교의 신앙인과 소수 민족에 관심을 보였다. 체코 의회는 3월에 비슷한 내용의 결의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체코의 정당 대표와 체코의 유력인사들은 지난달 28일 기자 회견에서 성명을 통해 그들이 이러한 활동을 하게 된 동기와 현재 중국 상황의 위급함을 설명했다.

바이올리니스트 이카 호스프로바와 배우 얀 포트미실이 체코의 유명 인사들을 대표해 발언했다. 두 사람은 2011년 구속된 중국 변호사 가오즈셩과 파룬궁 수련자를 지지하기 위한 콘서트를 연 이후로 중국의 인권 문제에 관심을 보여왔다.

호스프로바는 “우리가 역사에서 어려웠던 시간에 바깥의 사람들이 우리를 잊지 않았던 것처럼, 나는 체코의 지성인들이 사회적 관심과 이해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응원을 보내줄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배우 포트미실은 “우리나라에서 공산 독재 정권을 종식시킨 지 30년을 기념하는 시기에 민주주의 세계가 우리를 도왔다는 사실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체코 인민당 부대표 비트 칸코브스키 의원은 반정부 인사나 종교인 및 소수 민족에 대한 불법 투옥과 고문을 행하고, 불법으로 장기를 매매하는 등 중차대한 인권 유린의 범죄를 짓고 있는 중국 정권에 대해  의회에서 논의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체코의 마르틴 사멕 파룬궁 협회 대표는 “경제적 이익을 위해 도덕적 가치를 포기하지 말고 중국 내 양심수들의 끔찍한 인권침해에 대한 반대 입장을 표명하는 결의안을 채택하기 바란다”며 하원에 촉구했다.

올가 리히테로바 하원의원은 ‘장기 적출’과 ‘인권침해’가 멀리 있는 추상적인 단어가 아님을 강조하며 “장기를 강제로 적출당한 사람들이 있다. 그들의 가족은 그 시신이 어디에 있는지조차 모른다”고 말했다. 올가 의원은 중국 정권의 장기 적출에 대응하기 위해 ‘장기 이식법 개정안’을 모색하고 있다.

헬레나 랑그르드로바 하원의원 또한 중국이 자국민의 인권을 유린하는 행태가 끔찍할 정도라며 유럽에서 점점 영향력을 넓혀가는 중국이 바로 그런 나라임을 기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밖에도 하원의 비트 라쿠샨 의원과 마렉 비보니 의원도 외교를 경제적 이익에 국한하지 말고, 전통에 부응해야 하며, 더 이상 중국의 문제에 침묵해서는 안 된다고 뜻을 모았다.

장기 이식법 개정

최근 중국의 불법 장기 적출 및 인신매매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전 세계로 확산되는 가운데 체코도 함께 나섰다. 체코 의원들은 중국의 장기 이식에 대한 반인륜적 관행에 대응해 장기 이식법 개정안을 논의하고 있다.

이 개정안은 기증자의 동의 없이 장기를 이식받은 환자를 기소할 수 있다. 또한 특별히 중국을 지목하며, 장기 이식을 할 수 없는 나라를 명시하고 있다.

최근 몇 달 동안 체코와 중국의 관계는 악화됐다. 지난 10월 7일 체코의 수도 프라하 시의회는 중국 베이징과의 자매결연 협정을 해제했다. 협정에는 “‘하나의 중국’ 정책을 프라하 시의회도 계속 이행하도록 약속하고 대만을 중국과 뗄 수 없는 일부로 인정한다”는 조항이 포함돼 있다.

지난해 당선된 즈데넥 흐리브 시장은 ‘하나의 중국’ 원칙이 들어간 이 조항을 삭제하라고 요청했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프라하 시와 베이징 시는 갈라섰다. 지난달 29일(현지시간) 프라하 시장은 대만을 방문해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중국 당국이 대만 특사와 프라하 회담을 ‘용납할 수 없다’며 취소하라는 압력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은 자국 내 프라하 필하모니의 14회 순회 연주도 취소했다. 이에 대해 루보미르 자오랄렉 문화부 장관은 중국 대사에게 이번 행사를 취소한다면, 프라하 필하모닉 외에 프라하 사중주단과 프라하 라디오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연주 등 문화 교류는 없을 것이라고 맞대응했다.

2018년 말, 체코 사이버 감시단인 사이버네틱스정보보안청(NUKIB)은 중국 통신 업체 화웨이를 체코의 안보를 위협하는 기업으로 지목했다.

이에 맞서 화웨이는 올해 2월 NUKIB와 안드레이 바비스 체코 총리에게 서한을 보내 “화웨이와 ZTE를 ‘안보 위협’으로 지목한 것을 취소하라”며 이 사안을 법정에 기소하겠다고 위협했고 명예 훼손에 대한 국제 중재 절차를 시작했다.

2014년부터 체코는 중국과 정치경제 협력을 강화했으나, 최근 체코에 수백억 달러를 투자하며 사업체를 늘려가던 중국 최대 민영 에너지 기업 화신에너지공사(CEFC)가 무너지면서 양국 관계의 미래가 불확실해졌다.

화신에너지 최고 경영자 예젠밍(葉簡明)이 부패 혐의로 중국 당국에 구금돼 경제 사범으로 조사받고 있다고 보도된 후 이내 회장과 주주 권한을 박탈당했다고 확인됐다. 중국 정부는 화신에너지에 대한 전면적인 통제에 나서 체코에 해외 대출금을 상환을 요구했다.

체코 산업 연맹은 중국의 약속한 투자가 실현되지 않았다 주장하고 있다. 한편, 체코 기업들은 중국 시장 진출을 시도하는 중에 계속 장벽에 부딪히고 있다고 체코경제지 호스포다스케 노비니가 10월 7일 보도했다.

체코 싱크탱크인 시놉시스(Sinopsis)는 이제 중국과 정치적 노선을 같이하려는 외국 정당이 많지 않다며 “중국 공산당은 자국 기업·예술가·시민들에게 공개적이고 분명한 지원을 요청하고 있지만, (이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아) 외국의 지원을 점점 더 요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 정권의 항의에도 불구하고 자로슬라브 쿠베라 체코 상원 의장은 내년 초 대만을 방문할 계획이라고 체코 라디오가 전했다. 그의 결정에 대해 중국은 체코-중국 비즈니스 포럼을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중국 당국이 쿠베라 상원 의장과 프라하 시장의 행동 때문에 포럼을 연기했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체코 매체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