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각장애 어머니에 대한 사랑, ‘전화기 발명’으로 이어지다

김연진
2023년 04월 21일 오전 11:11 업데이트: 2024년 01월 19일 오후 5:27

미국의 과학자이자 발명가인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Alexander Graham Bell)은 ‘최초의 실용적인 전화기’에 대한 특허권을 가진 인물이다.

벨이 특허권을 확보하긴 했으나, 사실 ‘최초의 전화기 발명가’는 따로 있었다. 이탈리아의 발명가 안토니오 무치가 무려 21년이나 앞서서 전화기를 발명한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지난 2002년, 미국 의회는 이 사실을 받아들여 최초의 전화기 발명가를 안토니오 무치로 공식 인정했다.

다만 ‘최초의 발명가’ 타이틀이 사라진다고 해서 벨의 업적과 헌신까지 물거품이 되는 것은 아니다.

1876년 그는 소리를 멀리 전송할 수 있는 초기 형태의 ‘음파 전송’ 기술을 발명했다. 이는 곧 세계 최초의 전화기를 상용화하는 데로 이어졌으며,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통신기술의 근간이 됐다.

청각장애 어머니에 대한 사랑

벨이 ‘소리’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계기는 그의 어머니 엘리자 그레이스에 대한 사랑과 애정이었다.

어머니는 청각장애로 인해 소리를 제대로 알아듣지 못했고, 벨은 그런 어머니와 대화하기 위해 수화를 배우고 발성에 대해 연구했다.

1892년 뉴욕에서 시카고까지의 장거리 노선 개통 당시 벨의 모습 | Public Domain

아버지의 영향도 컸다. 런던대 교수였던 그의 아버지는 청각장애인에게 발성을 가르치는 언어치료사로 활동하기도 했다.

벨은 아버지의 뒤를 이어 청각장애인학교의 교사 훈련을 받고, 청각장애인들의 언어재활을 돕는 일에 헌신했다.

또한 호기심 많고 발명에 관심이 많았던 벨은 틈틈이 시간을 내어 청각장애인을 돕기 위한 ‘음성 전달 기구’를 제작하는 데 매진했다.

위대한 발명품의 탄생

1870년대 벨은 일방향 신호만 보내던 전신(電信)에서 양방향 통신이 가능하도록 하는 기술을 연구했다.

벨은 수차례 시행착오를 겪으며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전기 기술자인 토마스 왓슨을 고용한 뒤 함께 실험을 거듭했다.

그의 노력이 빛을 발한 것은 1876년 3월 10일이었다. 마침내 벨은 자신이 발명한 전화기로 양방향 통신을 하는 데 성공했다.

벨과 왓슨은 각기 다른 방에서 전화기를 들고 대화를 나눴다. 당시 벨은 기쁨에 겨워 소리치면서 그 유명한 말을 꺼냈다.

“왓슨, 이리 오게. 자네를 만나고 싶네.”

다른 방에 있던 왓슨의 전화기에서 벨의 목소리가 또렷하게 들렸다.

캐나다 온타리오주 브랜트퍼드에 있는 벨의 동상 | Wikipedia

1876년 6월, 벨은 필라델피아 100주년 박람회에서 자신의 발명품을 최초로 선보였다. 전 세계가 신기술에 감탄하는 순간이었다.

이듬해 그는 ‘벨 전화사(Bell Telephone Company)’를 설립했고, 1885년 회사명을 ‘AT&T(American Telephone & Telegraph Company)’로 변경했다.

멈추지 않는 사회공헌

벨은 전화기 발명 이후에도 언어치료 등 청각장애인을 돕는 활동을 멈추지 않았다.

게다가 청각장애인이 입술 모양을 읽어 상대방의 말을 알아듣는 ‘독순술(讀脣術)’ 교육법을 개척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발명이냐, 교육이냐를 떠나서 궁극적으로 벨은 사람들을 돕고 세상을 이롭게 하고 싶었다.

1922년 8월 2일, 벨이 사망하고 장례식이 진행되는 동안 그의 죽음을 애도하고 업적을 기리는 의미에서 북미 대륙의 모든 전화 통화가 일시 중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