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투자전문지 “‘中 세계 공장’ 시대 저문다”

정향매
2023년 03월 29일 오후 8:04 업데이트: 2023년 03월 29일 오후 8:04

교세라 사장 “‘중국산 해외 수출’ 모델 이제는 안 통해”
닛케이·FT “델·HP·애플·지멘스, 중국 밖 생산라인 준비”
배런스“美 수출 규제, 中 대만 위협·시장 간섭 등 때문” 

첨단 기술 기업들이 ‘중국 외 지역에 아시아 생산 거점을 하나 추가’하는 이른바 ‘중국+1(China+1)’ 전략을 적극 검토하는 가운데 “중국이 ‘세계의 공장’으로 활약하는 시대가 저물어 가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세계 최대 반도체 제조업체 중 하나인 일본 교세라(Kyocera)는 지난해 일본 공장 신설 계획을 발표했다. 20년 만에 처음이다. 

타니모토 히데오 교세라 사장은 지난 2월 21일(이하 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중국에서 생산한 제품을 해외로 수출하는 비즈니스 모델이 이제는 통하지 않는다.”며 “인건비가 올랐을 뿐만 아니라 미·중 경쟁 때문에 일부 지역에 중국산 제품을 수출하기 매우 어려워졌다.”고 공장 신설 배경을 설명했다.   

미국은 지난해 10월 중국을 겨냥해 지금까지 가장 엄격한 수출 규제 조치를 발표했고 일본과 네덜란드도 지난달 미국의 수출 규제에 동참했다. 타니모토 사장은 FT에 “수출 규제 범위에 해당하는 반도체 기술이 없으면 당장 중국에서 하드웨어를 거의 생산할 수 없을 지경”이라고 말했다.  

미국 투자전문지 배런스는 지난 3월 25일 “교세라의 사례는 전 세계 첨단 기술 기업들이 중국을 떠나는 추세 가운데 대표적인 사례”라고 전했다. 

글로벌 독점 무역 회사 SIG(Susquehanna International Group)의 수석 애널리스트 메흐디 호세이니(Mehdi Hosseini)는 배런스에 “아시아 기업들이 ‘중국산 부품 구매량을 줄이거나 생산 라인을 중국 밖으로 이전할 생각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고 말했다.  

지난 1월 5일 일본 ‘닛케이 아시아’는 “미국의 컴퓨터 제조업체 델(Dell)이 오는 2024년까지 중국산 반도체 사용을 중단한다는 목표를 세웠으며 자사 제품에 사용되는 다른 중국산 부품의 양을 대폭 줄이라고 공급업체들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델의 경쟁사 HP도 완제품과 조립품 생산 라인을 중국에서 이전할 가능성을 검토하기 위해 공급업체 조사에 나섰다. 애플은 올 중반부터 베트남에서 맥북을 생산하기 시작할 계획인데, 애플은 이로써 제품 생산 라인을 모두 대체할 중국 밖 생산 기지를 갖게 된다”고 전했다.    

FT도 지난 3월 24일 “독일 지멘스가 중국에서 벗어나기 위해 동남아시아에 대한 투자를 위한 인력을 모집하고 있다. 일본 소니, 한국 삼성, 미국 아디다스 등 기업도 이미 생산 라인을 중국에서 동남아로 이전했다”고 보도했다. 

배런스는 “미국의 반도체 수출 규제는 외국 기업들이 중국 밖 생산 라인을 준비하는 이유 중 하나일 뿐”이라며 “이 밖에도 인건비 상승,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중국 당국의 고강도 방역 정책 등이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배런스에 의하면 칼슨 이사장은 중국 당국의 고강도 방역 정책도 기업들이 중국을 떠나려고 하는 이유 중 하나로 꼽았다. 중국 당국은 한동안 중국 전역을 봉쇄했고 이로 인해 기업들은 공급망을 중국에 두면 위험하다는 점을 깨달았다.  

칼슨 이사장은 “시진핑은 코로나19 방역 정책을 완화한 후 서방, 특히 유럽과의 관계 개선을 시도했다. 하지만 그의 세 번째 임기가 시작되면서 좋은 분위기는 다 권위주의 경향 때문에 묻힐 가능성이 커졌다.”고도 했다.   

세계 최고 독립적 조사업체 ‘BCA 리서치(BCA Research)’의 아서 붓다히안 수석 신흥시장 개척 부문 전략가도 배런스에 “우리는 지난 몇 달 사이 일어난 일들에서 ‘중국 공산당은 모든 경제 재편에 참견할 것’이라는 결론을 얻었다.”고 말했다. 배런스는 지난 2016년 한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중국 당국의 보복으로 삼성전자, 현대 자동차가 입은 막대한 피해를 예로 들었다. 

배런스는 “중국이 ‘세계 공장’이라 간주하던 시대가 저물어 가고 있다. 우리는 이러한 과정에서 모두 어느 정도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