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샤 전 중앙당교 교수 “美, 갑작스러운 中 정권 붕괴 대비해야”

링윈
2021년 07월 6일 오후 5:35 업데이트: 2021년 07월 6일 오후 6:38

중국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맞아 중국공산당의 100년 적폐를 폭로하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미국에 망명 중인 차이샤(蔡霞) 전 중국공산당 중앙당교 교수는 미국은 중국공산당의 ‘갑작스러운 붕괴’에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녀는 중국공산당은 종이호랑이나 마찬가지로, 보기보다 취약하다고 했다.

지난달 29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차이샤가 중국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맞아 후버 연구소에 ‘체제 내 인사의 관점’(Insider’s Perspective)이라는 제목의 28쪽짜리 기고문을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차이샤는 이 글에서 미국이 40년간 진행한 대(對)중국 접촉 정책은 중국공산당 지도부의 대(對)미국 적개심을 공고히 했을 뿐이고, 시진핑 지도하의 중국공산당은 더 이상 접촉 정책이 유용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또한 접촉 정책에 대한 미국의 바람은 중국공산당의 침략으로부터 미국을 보호하기 위한 ‘이지(理智)적인 방어조치’로 대체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시에 중국공산당은 미국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약하기 때문에 중국공산당에 공격적인 압박을 가해야 한다고 했다.

차이샤는 “중국공산당은 굶주린 용처럼 야심이 있지만, 속은 종이호랑이에 불과하다”며 워싱턴은 중국 공산 정권의 ‘갑작스러운 붕괴’를 대비해야 한다고 했다.

차이샤는 이 글에서 지난 수십 년간 미국 정책 입안자들이 중대한 사안에서 여러 차례 잘못된 판단을 했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1989년 톈안먼 대학살 이후 미·중 관계를 회복하고,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지지했다. 또 미국의 ‘천진함’이 중국공산당을 더욱 대담하게 만들었다고 했다.

차이샤는 미국 정부가 중국을 경쟁자로 보고 있지만 중국 기업들은 줄곧 미국을 적수(敵手)로 간주해 왔다고 주장했다. 중국공산당 내부는 미국의 힘을 두려워한다. 이는 공산당을 위협할 수 있는 ‘대립’을 피하는 정책과 관련된 강연에서 드러났다.

차이샤는 베이징 당국은 ‘굴기’(崛起)라는 표현이 워싱턴에 적대적으로 비칠 수 있다고 우려해 ‘평화 굴기’라는 표현 대신 ‘평화 발전’이라는 표현을 쓴 것을 예로 들었다.

차이샤의 이 기고문에 대해 래리 다이아몬드(Larry Diamond) 후버 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성명을 통해 “우리에겐 처음으로 중국 공산당 체제 내부에서 온 중요한 인물이 미국 내 중국 문제 학자들의 최근 논점을 용기 있게 증명해주었다”고 했다.

호주 시드니 주재 중국 총영사관 천융린(陳用林) 전 정무영사는 “차이샤가 수년간 당의 이데올로기를 발전시키는 데 힘써왔기 때문에 그의 말은 중국 밖의 수많은 중국공산당 비판자의 목소리보다 더욱 신뢰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이어 “중국공산당을 향한 그녀의 공격은 중국공산당의 교리와 체제를 다치게 할 것”이라면서 “당교는 ‘중국공산당의 두뇌’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차이샤 “중국공산당은 ‘정치적 좀비’”

올해로 69세인 차이샤는 중앙당교 교수로 재직하다 퇴직했고, 그녀의 당령(黨齡)은 40년에 가깝다. 중앙당교는 중국공산당 이데올로기의 ‘뒷마당’으로, 중국 공산당이 전국의 고위 간부를 육성하는 ‘최고 학부’다.

지난해 6월, 홍얼다이(紅二代·혁명 원로 2세) 모임에서 발언한 음성 녹음이 인터넷에 퍼졌다. 당시 차이샤는 이미 미국으로 탈출한 후였다.

녹음에서 차이샤는 중국공산당은 ‘정치적 좀비’고, 시진핑은 조폭 우두머리이며, 이 체제는 더 이상 활로가 없어 개혁은 소용없고 반드시 포기해야 한다고 했다.

차이샤는 그해 8월 17일 베이징 당국으로부터 당적을 박탈당하고 퇴직 연금 지급 정지 등의 처분을 받았다.

차이샤는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자신은 중국공산당 ‘조폭’과 한 무리가 될 생각이 없다며 민중의 대열에 돌아올 수 있게 돼 기쁘다고 했다.

그는 재차 중국공산당을 ‘조폭’이라고 비판하며 시진핑은 중국공산당의 ‘당내 민주’를 완전히 사라지게 했고, 베이징 당국이 내놓은 ‘홍콩판 국가안전법’은 인류 문명과 대적하는 것으로 너무 어리석다고 했다.

지난해 8월 19일 당교는 공고를 통해 차이샤 사건을 통보했다. 당교는 전 임직원에게 중국공산당의 ‘이미지’를 희화화하는 여론을 날조하고 유포하는 것을 절대 용납하지 않겠다고 선포했다.

같은 해 9월 7일 차이샤는 트위터를 통해 중국 내 자신의 은행계좌가 폐쇄돼 예금도 찾을 수 없다고 밝혔다. 그녀는 중국공산당이 얼마나 사악한지 상상도 할 수 없다고 혹평했다.

같은 해 9월 9일 차이샤의 두 번째 음성 녹음이 유출됐다. 그녀는 중국공산당이 히틀러와 히틀러 파시즘 못지 않게 폭력적인 공포정치로 독재를 유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중국공산당의 붕괴 방식을 세 가지로 분석했는데, 가장 가능성이 높은 방식은 안팎으로 극심한 압박에 밀려 내부에서 무너지는 것이라고 했다.

차이샤, 중국공산당과 결별 선언

지난해 12월 차이샤는 국제관계 평론지 포린어페어스(Foreign Affairs)에 기고한 ‘실패한 당, 그 체제 내의 한 인사가 베이징과 결별하다’라는 글에서 “20년간의 망설임과 당혹감, 고통 끝에 암흑에서 벗어나 중국공산당과 완전히 결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현재 중국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맞아 베이징은 겁에 질려 1급 전투준비 태세에 돌입했다. 차이샤는 트위터를 통해 중국공산당이 창당 100주년을 마치 재앙을 앞둔 것처럼 기념하고 있다고 전했다. 총과 돈, 첨단 감시 시스템을 손에 쥐고 사람을 잡아 오고 싶으면 잡아 오고, 인터넷 계정을 차단하고 싶으면 차단한다. 그런데 도대체 무엇이 두려운 걸까?

차이샤는 또 트위터를 통해 중국공산당을 조롱했다.

“군대·경찰·헌병·스파이가 전부 출동해 국민을 겁주고 반체제 인사들을 몰래 감시하는 데다 차오양따마(朝陽大媽·베이징 차오양구에 있는 어머니 자율방범대)까지 출동했다. 중공 당국은 국민을 위험천만한 적대분자로 본다면 자신들은 무엇인지 스스로 반문해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