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샤 전 중공 중앙당교 교수 “시진핑 3기 체제 순탄치 않을 것” 경고

최창근
2022년 09월 13일 오전 10:34 업데이트: 2022년 09월 13일 오후 12:46

중국 공산당 이론가가 10월 출범을 앞둔 시진핑 3기 체제는 “순탄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 망명 중인 차이샤(蔡霞) 전(前) 중국공산당 중앙당교 교수는 국제정치 저널 ‘포린어페이스(Foreign Affairs)’ 기고문 ‘시진핑의 약점: 중국의 미래’에서 이같이 전망했다. 25장에 달하는 시론을 통해 차이샤 전 교수는 “중국을 위한 가장 바람직한 시나리오가 제20차 전국 대표대회에서 시진핑 대신 새로운 인물이 등장해서 경제적 자유화와 정치적 민주화를 추진하는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시진핑 정권은 과학을 부정하고 상식을 거부하며 국제질서를 무시하고 민간 경제의 자율성을 파괴하며 최첨단 디지털 기술을 악용해서 전 인민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전체주의 정권이다.”라고 비판했다. 차이샤는 “이러한 체제의 최하부에는 시진핑이라는, 권력에 중독된 일개인의 허영과 편집증이 깔려 있다.”고 지적한다.

차이샤는 중국 국무원에서 일하는 지인을 통해 확보한 자료를 근거로 내세웠다. 자료에 따르면, 2022년 2월, 코로나19 바이러스 ‘오미크론 변종’이 상하이에서 확산될 때 중국 내 60여 명의 방역 전문가들이 온라인 회담을 통해서 민생을 살리고 바이러스를 통제하는 유연한 방역 기준에 이구동성으로 합의했었다. 상하이시의 중국 공산당 간부들과 의료전문가들도 유연한 접근법에 흔쾌히 동의했는데, 문제는 역시나 최고 영도자 시진핑의 아집이었다.

차이샤 전 교수가 공개한 자료에 의하면 전문가 집단이 결정한 유연하고 실용적인 방역 대책을 전해 들은 시진핑은 격노하여 “‘청령(淸零·제로 코로나 정책)’을 실시하라!” 소리쳤다. 이는 중국 내 확진자 수가 영(零)에 달할 때까지 전 도시를 봉쇄하고 바이러스를 청소하라는 전제군주의 칙령과도 같았다.

차이샤는 시진핑 체제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글에서 “시진핑 주석이 장기 집권에 성공하겠지만 이와 동시에 전쟁과 사회 불안 위험도 커질 것이다. 그의 오만이 불러오는 무모한 정책들이 중국공산당 미래를 위태롭게 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중국공산당 고위 인사들은 시진핑에게 반감을 드러낼 경우 첨단 감시 시스템에 의해 곧바로 적발되고 즉시 부패 혐의로 기소돼 정치 생명을 마감하게 되는 것이 두려워 침묵을 지키고 있다. 하지만 마오쩌둥을 연상케 하는 강압 통치와 개인 숭배 조장 행위로 불만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차이샤는 “장기 집권을 유지하려는 시진핑은 더욱 극단적 정책을 내세울 것이며 이로 인해 촉발된 불만은 더 거세질 것이다. 남중국해 분쟁 지역이나 대만에 대해 군사력을 동원할 가능성이 매우 높으며 결국 다른 세계와의 고립을 더욱 심화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그는 “시진핑 주석을 멈출 수 있는 방법은 결국 가장 무섭고 치명적인 것이 될 것이다. 예를 들어 미국과 전쟁에서의 굴욕적 패배나 경제정책 실패로 인한 일반 대중의 거센 반발 등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시진핑을 ‘황제’에 비유하며 “황제가 항상 영원한 것은 아니다.”라고 글을 마무리했다.

차이샤는 1952년생으로 부모가 모두 국공내전 시기에 난징 인민정부 간부를 지낸 이른바 ‘혁명 원로’의 자녀이다. 외조부는 마오쩌둥과 함께 농민혁명에 참가하였고, 부모도 인민해방군에 투신해 항일전쟁을 벌인 후 난징 정부 간부를 지냈다. 차이샤는 시진핑과 같은 ‘훙얼다이(紅二代·공산혁명 원로의 2세)’이다.

또한 차이샤는 문화대혁명기인 1969년 중국 공산당에 입당한 이른바 ‘문혁 세대’로서 1992년부터 중국 공산당 중앙당교 교수로 일했다. 당교 교수 시절, 차이샤는 40년간 마르크스-레닌주의와 중국공산당의 정치 이념을 연구하고 가르치다 2012년 퇴직했다.

차이샤 전 교수는 2013년 시진핑 주석 집권 이후 권력 집중 현상과 공산당 사유화 등을 지속적으로 비판했다. 2020년 미국 망명 후 시진핑과 중국 공산당을 각각 ‘마피아 보스’와 ‘정치 좀비’라고 비판한 것이 뒤늦게 알려져 그해 8월 중국 공산당에서 제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