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면역? 스웨덴 방역 책임자 “아니다…공공 의료시스템 한계 때문”

남창희
2020년 04월 6일 오후 4:19 업데이트: 2020년 04월 6일 오후 9:27

스웨덴 정부가 ‘집단면역’ 정책에 대해 부인했다. 공공 의료 시스템이 허용하는 한도 내에서의 대응이라는 것이다.

5일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스웨덴의 중공 바이러스(우한폐렴) 방역대책을 다룬 기사에서 앤더스 테그널(Anders Tegnell) 공중보건국 국장의 발언을 전했다.

공중보건국은 보건부 산하 기관으로 테그널 국장은 스웨덴 질병통제예방센터 소장을 지냈으며 현재 스웨덴의 방역대책 이끌고 있다.

테그널 국장은 “인구 일부가 면역력을 얻는 게 중요하다”면서도 스웨덴의 방역대책이 영국과 네덜란드에서 채택한 급속한 ‘집단면역’과는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집단면역은 인구 일부를 전염병에 감염시켜 면역력을 확보하는 실험적 대응법이다.

또한 테그널 국장은 “아프면 집에서 쉬라는 의미”라며 “의료시스템이 무너지지 않도록 하면서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대책을 쓰자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사람들을 집에 가두고 일을 하지 않도록 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곧 외출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현지 유력일간지 스벤스카 다그블라뎃(Svenska Dagbladet) 역시 “감염자를 최대한 억제하면서 동시에 보고되는 감염자를 억제해 의료 시스템이 무너지지 않게 하면서 대응하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스웨덴은 그동안 ‘느슨한 거리 두기’ 등 부드러운 대응을 시행해왔다. 라디오에서는 손 씻기와 “상대방의 얼굴을 만지지 말자”는 감염예방을 위한 생활수칙을 홍보했다.

‘공포에 사로잡힐 필요 없다. 어른스럽게 행동하자’는 사회적 메시지를 전하며 쇼핑센터와 음식점, 이미용시설은 정상영업하고 16세 이하 청소년은 그대로 등교하도록 했다. 일상적인 외출도 모두 허용했다.

이 같은 느슨한 방역이 다른 북유럽 국가와 대조를 이루는 것은 사실이다. 덴마크와 노르웨이는 국경을 폐쇄하고 학교와 비필수 사업장을 닫았다. 핀란드는 헬싱키 주변 주요도시를 격리조치했다.

5일 스웨덴 보건당국이 밝힌 우한폐렴 사망자는 401명으로 북유럽 3국을 모두 합친 것보다 많다. 스웨덴의 1백만명당 감염자는 37명으로 덴마크(28명), 노르웨이(12명), 핀란드(4.5명)보다 높다.

이에 대해서는 무상의료를 중심으로 한 스웨덴 공공 의료시스템의 한계라는 설명이 뒤따른다. 사립병원이 거의 없는 스웨덴에서 병원은 대부분 지방정부가 운영한다.

의사들도 공무원에 가깝다. 환자수가 늘어나거나 약처방을 해도 수익이 늘어나는 구조가 아니다. 그래서 감기 같은 가벼운 병은 대부분 집에서 쉬도록 권한다. 의사 숫자 자체가 적어 대기시간이 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진단검사를 늘리고 의료진을 방역에 집중 투입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워 느슨한 대응을 한다는 게 온라인 공간에서 스웨덴 현지인들의 설명이다.

물론 이러한 방역에 대해 스웨덴 사람들이 모두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지난달 말 스웨덴의 교수 2300명은 정부에 보내는 공동서한에서 “선택의 여지가 없다”며 수도 스톡홀름 봉쇄를 촉구했다.

서한에 참여한 미생물학 전문가 세실리아 쇠데르베리-나우클레르 교수는 “상황에 대한 통제력을 반드시 확립해야 한다”며 “혼돈으로 치닫는 걸 그냥 놔둘 순 없다”고 우려했다.

스텐 린나르손 스웨덴 캐롤린스카 연구소 역시 “과학적 증거가 부족한 정책에 근거해 나아갈 수 없다”며 정책 전환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한편, 스웨덴은 감염이 확산되고 자국내 우려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봉쇄정책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