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도 안 싼데…27세면 ‘내집마련’하는 중국 “대출금의 덫”

한동훈
2020년 10월 7일 오전 11:25 업데이트: 2020년 10월 8일 오전 9:31

중국에서는 평균 27세면 ‘내집마련’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이라고 집값이 한국보다 마냥 싼 것만은 아니다.

올해 상반기 4대 대도시(1선 도시)인 베이징·상하이·광저우·선전의 주택 매매가는 제곱미터(㎡)당 평균 5만 위안(863만 원)이었다.

베이징의 공급면적 30평대(109㎡) 아파트라면 한국 돈으로 10억원을 웃돈다.

중소 도시는 대도시의 5분의 1 수준이었다. 인구 200만 이하인 3, 4급 도시는 ㎡당 1만 위안(172만원)이었다.

그래도 중국의 급여 수준을 고려할 때 만만한 집값은 아니다.

지난 5월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2019년 중국 규모이상 기업 근로자 평균 연봉은 7만5299위안(1297만원)이었다.

규모이상 기업은 연간 영업수입 2천만(34억) 이상 기업을 가리킨다.

그러나 같은 달 리커창 중국 총리가 밝힌 중국 근로자들의 실상은 더 참혹했다.

리커창은 중국에서 “월 소득 17만원인 사람이 6억명”이라는 깜짝 발언으로 빈곤 탈출이 여전히 중국의 국가적 목표임을 시사했다.

그렇다면 중국 청년들은 어떻게 27세에 ‘내집마련’을 이룰까.

답은 “부모의 경제력에 의존한다”이다. 그것도 양가 부모의 자산을 탈탈 털어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

중국에서는 26세가 넘어가면 늦은 결혼(만혼)으로 여긴다. 중국 민정부 2017년 조사에 따르면, 여성의 평균 첫 출산 연령이 26.8세였다.

20대 후반 청년이 자력으로 주택을 살만한 돈을 모으기는 어렵다. 그래서 양가 집안의 자금을 모아 신혼집으로 집을 산다. 여기에 은행 대출금이 더해진다.

그래서 중국 청년들은 매달 갚아나가야 하는 대출금의 압박에 짓눌린 채 사회 초년시절을 보낸다. 주택은 마련했지만 다른 기초적인 생활에서 허덕이는 ‘하우스 푸어’로 전락한다.

부동산 투기도 심하다. 중국 경재매체 증권시보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국 도시 10곳에서는 집값이 10% 이상 올랐다.

중국 정부는 강력한 주택 가격 안정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에서도 집값은 여전히 잡기 어렵다.

주택건설부(주건부)는 최근 “차입자본을 끌어와 자산을 매입하는 부동산 업계의 마구잡이 투자사업을 규제하겠다”며 “무작정 자산을 늘려온 업체들은 견디기 힘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경제 전문가들은 비관적 전망을 내놓고 있다. 중앙재경대 경제학과의 왕푸중(王福重) 교수는 “집값이 내려가면 집을 사야겠다는 생각은 위험하다”며 정부의 집값 안정 대책에 정면으로 어긋나는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왕 교수는 “저소득층일수록 집을 빨리 마련해야 한다”며 “사람들은 집값이 내려가기를 10년째 기다리고 있지만, 집값은 내려가기는커녕 계속 치솟고 있다. 구매자금이 전세금으로 전락하는 걸 보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20대 내집마련…자기계발 못 하고 빚 갚기에만 허덕

중국의 내집마련 연령이 선진국에 비해 지나치게 빨라 오히려 가계 부채 증가 등 사회적 문제의 주원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유명 부동산 개발사인 완퉁그룹(萬通集團)의 창업자 펑룬(馮侖)은 “중국에서는 처음 집을 사는 나이가 27세이지만 다른 선진국은 평균 37~40세”라며 매우 이례적 일로 평가했다.

펑룬은 “사람들은 여유가 있어서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더 늦으면 집을 못 사기 때문에 무리해서 일찍 사는 것”이라며 그로 인해 젊은 층이 자기 계발할 비용과 여력을 갖지 못하는 등 사회적 비용이 많이 든다고 했다.

중국에서는 일반적으로 선호되는 공급면적 100㎡ 규모의 주택은 중소도시에서도 가격이 100만 위안(1억7천만원) 대에 형성돼 있다. 그나마도 매년 가격이 5~10%씩 치솟아 급여를 저축하는 것만으로는 쫓아가기 어렵다.

결국 부모의 자금을 동원한 무리한 주택 구매는 중국 가계부채가 급증으로 이어진다.

지난 4월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발표한 ‘2019년 중국 도시 주민 가계부채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가계 자산 중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70%(미국 34%, 일본 43%)로 나타났다.

또한, 중국 전체 가계부채의 75.9%는 주택담보대출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