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 성향 중국 공산당 기관지 언론인 간첩죄로 기소

최창근
2023년 04월 25일 오전 9:44 업데이트: 2023년 04월 25일 오전 11:22

중국 공산당 매체 고위 편집자가 간첩죄로 중형을 선고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인사는 관영 ‘광명일보(光明日報)’ 논설실 부주임 둥위위(董郁玉)이다.

‘뉴욕타임스(NYT)’ ‘워싱턴포스트(WP)’ 등 미국 신문들은 4월 24일, “2022년 2월 21일, 베이징 한 호텔에서 일본 외교관과 점심 식사 중 체포된 둥위위가 간첩죄로 재판에 회부될 전망이다.”라고 보도했다.

베이징 당국에 구금된 둥위위는 진보적 성향의 논설, 칼럼으로 명성을 얻은 칼럼니스트이다. 미국 매체들의 보도에 따르면 둥위위는 수십 년 동안 정기적으로 외국인들과 접촉해 왔으며, 대상자에는 외교관과 언론인이 다수 포함됐다. 공식적으로 접촉한 목적은 칼럼 작성에 필요한 정보를 얻거나 통상적인 교제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는 둥위위 가족들의 발언을 인용하여 “중국 당국이 해당 교류를 둥위위가 미국이나 일본을 위해 일하는 공작원(스파이)이라는 증거로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둥위위가 만난 일본 외교관도 동시에 구금돼 몇 시간 동안 억류됐다가 풀려났다. 다음 날인 2022년 2월 22일, 일본 외무성은 해당 사실을 공개하고 외교 경로를 통해 중국 측에 강력 항의했다고 밝혔다.

모리 타케오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은 “양위 주일본 중국대사관 공사대리를 초치해 외교관계에 관한 빈 협약을 명백히 위반했다.”며 중국 측의 사과와 재발 방지를 요구했다.

주일본 중국대사관은 “해당 일본 외교관이 부적절한 행동을 취해 관련 법에 따라 조사와 심문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본은 중국의 법을 존중하고 자국 외교관의 행동을 엄격히 관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는 베이징 특파원의 해석을 인용하여 “시진핑 주석이 집권 후 외국, 특히 서방에 대한 노골적인 의심을 부추겼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의하면 시진핑은 서방을 중국에 해를 끼치려는 집단으로 상정하고 정책을 추진해 왔다. 더하여 신문은 “시진핑이 덩위위 같은 진보 성향 언론인이 견해를 펼칠 수 있는 공간을 없애왔다.”고 지적했다.

덩위위가 속한 ‘광명일보’는 ‘인민일보’ 등 다른 관영 매체에 비하여 진보적 목소리를 내왔다. 이는 신문의 역사적 배경과 관련 있다. 그러다 1982년 중국 공산당 관할 매체로 바뀌었다. ‘인민일보’에 비해 경제, 사회, 문화 등 비(非)정치 분야 의제를 보도해 왔다.

미국 언론들은 이러한 둥위위의 글이 중국 당국의 심기를 거슬렀을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아울러 중국 법원의 높은 유죄 판결률을 고려할 때, 둥위위는 10년 이상의 징역형을 선고받을 것이 유력하다고 보도했다.

판결을 앞두고 밥 우드워드 ‘워싱턴포스트’ 선임기자, 매슈 포팅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 전현직 언론인, 정계, 학계 인사 60여 명이 둥위위의 석방을 촉구하는 청원에 연대 서명했다.

덩위위는 30년 경력의 베테랑 언론인으로 1987년 베이징대학 법학과 졸업 후 언론계에 투신했다.

해외 경험도 풍부하여 저명 중견 언론인 연수 프로그램인 하버드대 니만 펠로우십(Nieman Fellowship) 과정을 수료했고, 일본 게이오대 방문학자, 일본 홋카이도대 공공정책대학원 연구교수 등을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