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탈출’ 中 아이폰 공장에 공산당원·퇴역군인 동원

강우찬
2022년 11월 23일 오후 7:10 업데이트: 2022년 11월 23일 오후 7:10

긴급 투입된 퇴역군인들 대부분 고령자
20~30대 일하던 생산라인 적응에 의문
NYT “중앙정부가 민간기업 개입 이례적”

중국 당국이 근로자 집단 탈출로 일손 부족을 겪고 있는 허난성 정저우의 공장에 공산당원과 인민해방군 군인을 투입하고 있다.

이 공장은 대만의 전자기기 수탁제조업체인 폭스콘의 생산시설이며, 미국 애플사의 스마트폰 ‘아이폰’을 위탁생산하는 곳이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중국 중앙정부와 허난성 및 산하 지방정부는 연말연시 공급 차질을 피하기 위해 폭스콘 직원을 모집해 생산에 투입하고 있다.

폭스콘은 아이폰의 70%를 생산하고 있으며 그 대부분은 정저우 공장에서 제조하고 있다.

그러나 이 공장 직원들은 지난달 공산당 당국이 공장 내 코로나19 감염 확산을 이유로 비인도적 봉쇄 조치를 내린 데 반발하며 공장을 탈출해 걸어서 대거 귀향길에 올랐다.

폭스콘은 떠나려는 근로자를 붙잡기 위해 10월부터 3차례 출근 장려금 증액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하루 50위안(약 9400원)이었던 출근수당(일당)을 끌어올려 최근에는 8배인 하루 400위안(약 7만6천원)으로 책정했다.

이에 일부 근로자들은 공장에 남기로 했지만, 여전히 이탈이 이어지면서 일손 부족이 심각해지자 중앙정부와 허난성 당국까지 나서게 된 것이다.

당국은 당 간부와 당원들에게 폭스콘에서 일할 것을 호소하고 있으며 퇴역한 군인들까지 동원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소식통을 인용해 그동안 중국 당국이 국영기업이나 공공사업에 군이나 정부 관계자를 동원한 적은 있지만 민간기업 운영에 개입해 퇴역 군인을 채용하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전했다.

매체는 폭스콘에 근무하던 직원 대부분은 35세 이하로 고령자 위주인 퇴역 군인들이 폭스콘 생산라인의 근무환경에 적응하지 못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폭스콘의 직원 탈출 사태는 연말연시 대목을 앞둔 애플의 매출에도 리스크로 작용할 전망이다.

애플은 지난 6일 성명을 내고 중국의 엄격한 코로나 정책으로 폭스콘 정저우 공장의 생산량이 크게 감소하고 있음을 시인했다.

신규 출시 모델인 아이폰14 프로, 아이폰14 프로맥스의 출하량은 예상을 밑돌 전망이며 제품이 구매자에게 전달될 때까지 대기시간 역시 길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저우 공장은 세계 최대 아이폰 제조 공장으로 직원만 20만 명 이상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10월 하순 코로나19 확진자가 확인되면서 직원들은 강제로 집단 격리됐고, 불만을 품은 직원들은 닫힌 공장 문을 밀치고 밖으로 빠져나갔다. 인터넷과 소셜미디어에는 그 모습을 담은 동영상과 이미지가 다수 올라왔다.

격리 당시 직원들은 상한 음식이 제공되고 생산 차질을 우려한 회사 측에 의해 확진자의 출근도 허용되는 등 열악한 상황에 처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는 엄격한 감염병 대책인 제로코로나 정책이 지난달 중국 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 이후에도 완화되지 않으면서 국민 불만이 커지고 있다.

베이징 일부 지역에서는 최근 감염이 재확산되자 PCR 검사를 통한 음성 증명 확인 제도가 기존 72시간 이내에서 24시간 이내로 강화되고, 초중등학교 원격수업도 재개됐다.

광저우에서는 지난 14일 폐쇄구역 내 주민들이 바리케이드를 부수고 밖으로 나가는 등 폭동이 발생했다. 최근 한 달 이상 폐쇄된 정저우대학에서는 16일 학생들이 광장에서 집회를 열고 학교 측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