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 월급도 못 주다 선견지명으로 코로나 터지고 매출 100배 오른 한국 중소기업

황효정
2020년 08월 25일 오전 10:47 업데이트: 2022년 12월 13일 오후 6:05

지난 2015년, 에스컬레이터 손잡이 레일에 부착하는 살균 장치를 만든 회사가 있었다.

레일이 돌아가는 동력으로 자가발전을 해서 배터리나 전원 장치가 필요 없는 데다 살균력까지 엄청난 장치였다.

코로나에 감염된 세포를 이 장치에 한 번 통과시켰더니 90%, 세 번 통과시켰더니 99%가 사멸될 정도였다.

“2015년 7월, 처음 제품을 출시하자마자 아무도 기술을 베끼지 못하도록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 유럽, 중국, 일본 등에 총 19개의 특허를 출원했습니다.

어떤 에스컬레이터에도 문제없이 구동되도록 2~3년간 제품을 꾸준히 업그레이드 시켜 한국승강기안전공단 인증을 받았고, 미국과 유럽 인증을 모두 획득했습니다”

클리어윈코리아

그러나 회사는 지난 5년 내내 빚더미에 시달렸다. 월급도 주지 못해 직원들도 전부 퇴사했다.

특허를 팔고, 빚 청산이라도 해야겠다 싶었지만 그동안 쌓은 기술력이 아까워 딱 1년만 더 버텨보기로 결심했다.

그런데 코로나 사태가 터졌다.

이런 제품이 있다는 소문에 곳곳에서 구매 문의가 쏟아졌다. 제작이 주문 수요를 따라가지 못할 정도였다.

해외 공항들과 지하철역들에서도 팔아달라는 문의가 빗발치기 시작했다.

2019년 8월 연 매출 8,000만원이었던 회사는 2020년 8월 기준, 올해 예상 매출이 80억원으로 100배 성장했다. 국내 기업 얘기다.

클리어윈코리아

지난 19일 한국경제는 세계 최초로 에스컬레이터 손잡이 레일 살균 장치를 개발한 국내 중소기업 ‘클리어윈코리아’의 사연을 소개했다.

한국소비자보호원 조사 결과에 따르면, 에스컬레이터 손잡이에서 검출된 세균은 화장실 세균보다 많다.

이 때문에 찝찝하다는 이유로 에스컬레이터 손잡이를 잡지 않는 사람도 많다. 에스컬레이터 손잡이는 안전을 위해 꼭 잡아야 하는데도 말이다.

선견지명이었을까.

2015년, 일찌감치 이 사실에 주목했던 국내 중소기업 ‘클리어윈코리아’는 화학약품을 사용하지 않아 인체에 무해하면서도 살균 기능이 월등한 장치 개발을 시작했다.

그렇게 세계 최초로 자가발전 에스컬레이터 자외선 살균기를 개발해냈다.

클리어윈코리아

분명히 필요한 제품인데, 아무도 사려고 하지를 않았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해당 기업은 제품 출시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암흑기를 보냈다.

제품 개발 비용에 인건비까지 빚을 지느라 고금리 사채까지 동원해야 했다. 직원들에게 월급도 제대로 주지 못해 한 명만 남고 직원 모두가 퇴사하기도 했다.

클리어윈코리아의 김유철 사장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너무 어려워 특허를 팔 계획도 세웠다”며 “그동안 쌓은 기술력이 아까워 1년만 버텨보자고 다짐했다”고 회상했다.

2020년이 밝았고, 코로나19 사태가 터졌다.

클리어윈코리아의 살균장치에 코로나에 감염된 세포를 한 번 통과시켰더니 90%, 세 번 통과시켰더니 99% 사멸됐다.

코로나19 사멸 능력을 임상시험으로 입증한 에스컬레이터 살균 장치는 세계 최초였다.

클리어윈코리아

소문이 나면서 전 세계에서 주문 물량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8월 기준 국내에는 살균 장치 2,000대, 해외에는 4,000대를 판매했다.

우리나라는 물론, 영국과 미국, 중국,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말레이시아, 태국, 대만 등 총 45개국의 공항, 지하철, 병원, 쇼핑몰 에스컬레이터 손잡이에 앞다투어 설치됐다.

전 세계 에스컬레이터 손잡이 레일 살균기 시장은 연간 4조원대다. 클리어윈코리아는 95%의 시장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중국 등에 유사한 업체들이 생겨났지만 클리어윈코리아는 발 빠르게 특허 소송을 진행했다. 전 세계에서 자가발전형 살균기 기술을 보유한 기업은 클리어윈코리아가 유일하다.

현 매출 추세라면 클리어윈코리아의 매출은 작년(8,000만원)의 100배 수준인 80억원일 것으로 전망된다. 과거 빚은 이미 다 청산했다.

클리어윈코리아 측은 “엘리베이터, 개인용 제품 등도 곧 출시해 사업 다각화에도 힘쓸 것”이라며 “현재는 대기업 등에서 서로 협력하자는 사업 제안이 쏟아지고 있다. 독자적인 기술과 경쟁력으로 승부할 것”이라고 매체에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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