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중계] 히로시마 G7 정상회의 ‘경제안보’ 성과와 전망

차이나뉴스팀
2023년 05월 21일 오후 10:22 업데이트: 2024년 02월 19일 오후 3:08

일본은 한국과 애증의 관계다. 양국 관계는 번번이 과거사 문제에 발목 잡힌다. 다수 한국 언론에서는 일본의 과거사 부정이 주요 원인으로 언급되기도 한다.

한일 관계의 당사자가 아닌 에포크타임스의 중화권 평론가들은 공산주의 중국에 가장 잘 대처하는 국가로 일본을 꼽는다. 대중(對中) 포위망을 주도하는 것은 미국이지만, ‘가성비 높은’ 전략은 일본이 한 수 위라고 평가한다.

한국 독자로서는 읽는 동안 마음이 편치 않을 수도 있겠지만, 에포크타임스 한국어판 편집부는 냉정한 국제관계의 현실을 직시할 수 있는 또 다른 관점을 제공하는 취지로 중화권 평론가들이 살펴본 히로시마 주요7개국 정상회의 성과를 한국 독자들에게 소개한다. – 편집부

에포크타임스 중국어판 주필 스산

“올해 주요7개국(G7) 정상회의는 처음으로 경제안보를 의제로 채택했다. 우선 의장국인 일본이 현재 가장 엄중한 경제안보적 상황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국제 원유 시장의 파동과 글로벌 정치 지형의 변화도 주된 이유다. 물론 일본이 경제안보를 의제로 추진한 가장 중요한 원인은 중국 공산당의 압박이다. 중국 공산당은 경제를 무기로 전 세계를 향해 강압을 확대하고 있다.”

“일본은 세계에서 중국을 가장 잘 이해하는 나라다. 일본은 정보 수집을 위해 중국에 많은 인력을 파견하고 있다. 이들은 생김새도 중국인 같다. 필자는 홍콩에서 이런 사람들을 만나서 밥 먹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눠봤는데, 스스로 일본인이라고 밝히지 않으면 전혀 알아차릴 수 없는 수준이다. 중국어 실력만 그런 것이 아니라 중국의 역사, 사회 등 각 방면에 조예가 깊다.”

에포크타임스 중문판 주필 스산(石山). | 영상캡처

“이러한 정보 수집 능력을 기반으로 일본은 핵심적인 대중 전략을 수립했다. 오늘날 우리가 말하는 인도-태평양 전략은 실은 아베 신조 전 총리의 구상에 기반을 두고 있다. 그는 ‘전략’이란 표현을 쓰진 않았지만, 중국의 ‘일대일로’에 대응하려 이러한 구상을 수립했다. 일본은 또한 중국을 배제한 공급망 개편도 가장 먼저 제안했고 인도 태평양과 동남아시아 인프라 투자 방안도 제시했다.”

“일본의 인프라 투자 방안은 중국 공산당의 일대일로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일본 기업이 주도하긴 하지만, 현지 노동력을 고용하고 현지 원자재를 구매한다. 반면 중국의 일대일로는 중국 기업이 주도할 뿐만 아니라 기술자와 인력, 원자재까지 몽땅 중국에서 조달한다. 이상을 살펴보면, 실제로 중국과의 경쟁에서 최전방에 서 있는 국가는 일본이다. 미국이 가장 큰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기초를 가장 많이 다진 것은 일본이다.”

톈안먼 학생운동 출신 경제학자 리헝칭

“경제적 강압은 경제의 일부 특수 요소를 지렛대 삼아 부적절한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다. 중국이 현재 국제사회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국가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지난 40여 년의 개혁개방 기간, 특히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후 중국 경제는 고속성장을 해왔고 지금은 세계 제2위의 경제대국이 됐다.”

“중국은 경제적으로 다른 국가나 경제 통합체에는 없는 요소, 독특한 요소가 많다. 그중 하나가 거대한 인구를 바탕으로 한 큰 시장이다. 중국 공산당은 이 시장을 지렛대로 삼아 여러 가지 활동을 벌인다. 하이테크 기업에 자금을 지원해 부당한 경쟁을 펼치거나, 중국 시장 접근을 대가로 외국 기업의 기술을 빼가거나 영업상의 기밀을 얻어내려 한다.”

경제학자 리헝칭(李恆青). | 자료사진

“3천만 명이 넘는 슈퍼 리치들도 중국 경제의 무기다. 중국 공산당은 여행, 사치품 쇼핑 등의 분야에서 이들을 지렛대로 활용해 상대국 시장 진출에서 더 많은 편의를 요구하고, 외교적 이익까지 추구한다.”

“중국은 세계의 공장으로 불릴 만큼 세계 최대의 산업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이러한 지위를 이용해 이번 코로나19 팬데믹 같은 글로벌 위기가 발생하면 특정 의료물자와 방역 물품, 재료를 선택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 경제적으로 경쟁 관계이거나 무역 마찰을 빚거나 심지어 외교적, 정치적 갈등 관계에 있다면 공급을 늦추거나 공급하지 않는 식으로 보복한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인공호흡기 수요가 폭증하자 중국은 미국에 인공호흡기를 공급하지 않으며 압박했다. 희토류 같은 광물자원도 미국, 일본 등 몇몇 선진국을 협박하는 수단으로 여러 차례 사용됐다. 이는 경제적 강압의 대표적 사례다. G7이 이번 히로시마 정상회의에서 경제적 강압에 대항하는 새로운 플랫폼을 창설하기로 한 이유이기도 하다.”

“중국 공산당은 2000년대 들어 경제적 강압 사용 빈도를 높여오고 있다. 특히 시진핑 집권 이후 경제적 강압은 G7 국가를 비롯해 세계 여러 국가를 상대로 더 자주, 더 강하게 사용되면서 중국몽 실현의 주요 무기로 떠올랐다. 이로 인해 G7이 중국을 배제한 공급망 구축에 박차를 가하게 됐다.”

에포크타임스 총편집장 궈쥔 

“이번 G7 정상회의에서는 공급망 재편이 또 하나의 주요 의제로 논의됐다. 글로벌 공급망의 안정성과 안보를 높이자는 취지다. 공급망의 불안정성을 초래하는 요인은 석유 공급망의 변동과 중국이다. 중국 요인에 대한 대책은 앞서 언급된 공급망의 탈중국(중국 배제)이다.”

“중국은 많은 원자재와 기초 제품의 생산을 장악하고 있다. 중국은 전 세계 희귀금속의 90%를 공급하는 생산지이자 정밀화학 제품, 비료 및 살충제 원료의 주요 공급처다. 이런 분야는 환경오염을 일으키기 때문에 서방 각국은 생산시설을 중국으로 이전했다.”

“미국의 대형 제약회사들도 중국으로 공장을 옮겼다. 미국인들은 이번 팬데믹 때 그 위험성을 발견했다. 중국이 생산하거나 공급해주지 않으면 미국에서는 기본적인 의약품을 조달할 수 없다는 것이다. 물론 미국도 자국에서 생산할 수는 있다. 기술과 장비를 갖추고 있다. 그러나 단기간에 대량으로 생산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대규모 투자와 일정 시간이 필요하다. 따라서 전염병 사태 때는 대처 시기를 놓치게 된다.”

에포크타임스 총편집장 궈쥔(郭君). | 화면캡처

“중국 공산당 역시 이 점을 잘 알고 있다. 또한 그들은 다른 국가와의 갈등이나 분쟁이 발생하면 산업 밸류체인에서 그들이 차지하고 있는 지위를 이용해 상대국을 압박하고 유리한 위치에 서는 행위를 주저하지 않는다.”

“2013년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에서 일본과 분쟁이 발생하자, 중국 공산당은 일본에 대한 희토류 수출을 돌연 중단했다. 일본은 이 사건을 계기로 글로벌 공급망 개편의 필요성에 대해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눈뜨게 됐다. 일본이 추진하는 공급망 탈중국은 모든 산업 밸류체인에서 중국이 아닌 공급자를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중국이 무역전쟁을 하게 된 미국이 가세하면서 전반적인 전략과 추진력이 강화됐고 그 목표도 뚜렷해졌다.”

“미국과 일본을 포함한 서방 동맹국의 공급망 개편은 크게 3가지 수준에서 이뤄진다. 첫째는 선도적 기술혁신과 첨단 반도체 분야다. 이 수준에서는 중국의 참여를 명백하고도 전면적으로 차단한다. ”

“둘째는 정밀 가공 및 주요 원자재, 원료의약품 생산 분야다. 등급에 따라 제한적으로 중국을 배제한다. 상당수 제품이 국방산업과 관련돼 정밀한 등급 설정이 필요하다. 희토류, 희귀금속 등은 대체 공급자를 찾아야 한다.”

“셋째는 일반 소비재다. 중국을 배제하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시장은 자유롭게 작동할 수 있다. 다만, 현재 중국의 토지 및 노동 가격이 상승하고 있기 때문에 소비재 분야에서는 베트남과 인도로 생산기지 이전이 활발하다.”

“글로벌 산업 밸류체인의 개편은 중국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중국의 경제발전이 현재 중진국 단계에 들어섰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어떤 국가도 단독으로 기술 진보를 이룰 순 없다. 중국 역시 글로벌 협력에 의존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신기술 개발과 확보, 그를 통한 산업 업그레이드에서 정체될 것이다.”

“지난 40년간, 특히 최근 10년간 중국의 급속한 발전은 주로 두 가지 핵심 요소에 힘입어 가능했다. 하나는 미국에서 시작된 정보혁명이다. 인터넷 역시 이에 포함된다. 다른 하나는 미국 월스트리트로 대표되는 대규모 금융자본이다. 만약 미국이 현재 추진 중인 산업 밸류체인 개편에 성공하고 그동안 중국에 제공하던 두 가지 핵심 요소를 차단한다면 중국은 밸류체인의 중층과 하층에만 머물게 된다. 중국은 공산품과 소비재 생산기지로만 기능하고 고속성장과는 매우 거리가 먼 국가가 될 것이다.”

결론

스산은 “중국이 가장 긴장하는 것은 글로벌 공급망 개편이다. 중국은 경제발전에서 매우 중요한 주요 핵심기술, 첨단 분야에서 아직 충분한 장악력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에는 고품질 철광석 광산도 없고, 고품질 구리광산도 금광도 은 광산도 없다. 원유도 나지 않고 식량은 상당 부분 수입에 의존한다. 중국 공산당은 글로벌 공급망 변동에 매우 예민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히로시마 G7 정상회의에는 G7 외에 한국, 호주, 인도, 브라질, 베트남, 인도네시아, 아프리카연합(AU) 대표도 초청됐다. 이들이 강력한 연대를 구축한다면 중국 공산당의 활동 여지는 매우 좁아진다. 중국 공산당 입장에서 매우 중대한 순간이다”라고 분석했다.

리헝칭은 “중국은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가입을 공식 신청했지만, 호주와 일본의 반대로 가입하지 못하고 있다. CPTPP는 미국이 중국을 고립시키기 위해 출범시킨 협정인데, 중국은 여기에 가입하려 적극적으로 나섰다. 그만큼 고립을 두려워하고 동맹의 결속을 우려한다. 하지만, 호주와 일본은 매우 단호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거 중국의 고속성장 발판이 됐던 WTO의 역할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중국의 자업자득이다. 중국은 WTO 가입 이후 규칙을 어기고 약속을 지키지 않은 최초의 국가였다. 이제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등 룰을 지키지 않는 중국을 제외한 경제 블록이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미국이 중국 배제를 주도하고 있지만, 중국 없는 게임을 원하는 국가들이 늘고 있다. 중국은 외부적으로는 세계로부터 고립되고 있으며, 내부에서는 기업 도산과 실직이 늘어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 중국 경제는 갈수록 어려워질 것이다”라고 평했다.

*이 기사는 저자의 견해를 나타내며 에포크타임스의 편집 방향성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