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중국계 학자 1400명 미국 떠나… 안보 당국 감시 강화 원인

최창근
2022년 09월 27일 오전 10:55 업데이트: 2022년 09월 27일 오전 11:30

중국계 학자들의 탈(脫)미국 러시가 지속되고 있다. 주요 원인은 미국 정부의 중국계 학자 감시 강화이다. 미국 법무부 연방수사국(FBI) 등은 지난 트럼프 행정부 시절부터 안보 위협을 이유로 중국계 학자 감시를 강화해 왔다.

미국 하버드대, 프린스턴대학,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등 미국 내 주요 대학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2021년 한 해 동안 1400여 명의 중국계 학자들이 대학을 떠났다.

9월 23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보도에 따르면 탈미국 학자들의 전공은 이공계에 집중돼 있다. 수학·물리학 639명이 가장 많았고 생명과학 478명, 기계·컴퓨터 공학 298명 순으로 집계됐다.

해당 통계는 수학, 자연과학, 공학, 컴퓨터과학 분야의 전문 인력 중 재직하던 미국 대학 또는 기업에 사표를 제출한 경우를 기준으로 집계했다. 이 중에는 수학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필즈상을 받은 야우싱퉁 교수가 포함돼 있다. 그는 지난 4월 하버드대를 떠나 중국 칭화대(淸華大)로 갔다.

2021년 미국 애리조나대가 실시한 여론 조사에 따르면 중국계 과학자 10명 중 4명이 미국 정부의 감시 대상에 오를 것을 우려해 미국을 떠날 것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학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필즈상 2018년 수상자인 야우싱퉁(丘成桐)은 지난 4월 하버드를 떠나 중국 칭화대로 옮겼다. 그는 지난해 하버드대 신입생을 대상으로 한 강연에서 “미국 정부는 구소련의 교육 환경을 비판하곤 했는데 그것이 여기서 부활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20년 이상 미국 명문대에서 재직한 중국인 기계공학과 교수는 “미국 내 정치적 분위기가 너무 긴장돼 다른 과학자들과의 협업을 중단했다”며 “FBI 등 미국 연방 정부의 정밀 조사에 노출되기를 원치 않고 노부모와 가까운 홍콩에 있는 대학으로 옮기기로 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에 이야기했다.

중국인 과학자들이 ‘애국심’ 때문에 미국을 떠나 중국으로 돌아간다는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은 과학 인재를 귀국을 위해 다방면에 걸쳐 노력을 기울였다. 그럼에도 중국인 과학자 대다수는 조국의 부름에 응하지 않고 미국에 계속 머물렀다. 중국에서 학자로서 자유를 누리기 어렵다는 우려 때문이다. 미국에서 교육받은 뒤 영주권 등을 취득했고, 미국 명문대에서 종신(정년 보장) 교수가 되거나 유수의 기업에 재직하는 등 탄탄한 사회적 지위를 확보한 점도 이유였다.

중국계 학자들의 미국 이탈은 트럼프 정부 시절인 2018년 미국 법무부가 시행한 ‘차이나 이니셔티브(China Initiative)’ 이후 본격화됐다. 차이나 이니셔티브는 연구·산업 분야에서 중국의 첩보 행위를 적발하기 위한 국가 안보 정책의 일환이다. 차이나 이니셔티브에 포함된 중국인 범죄 활동은 인터넷 해킹, 스파이 활동 등 60가지에 육박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코로나 19 팬데믹 기간 미국 내 아시아계 인종을 대상으로 한 폭력이 증가한 것도 이탈을 부추긴 요인이라고 전했다. 미·중관계 악화 속 중국 우한에서 첫 코로나가 발생했다는 사실에 중국계에 대한 이른바 ‘묻지마 폭력’ 사건이 급증세이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서 맷 올슨 법무부 국가안보담당 차관은 “연구 기관의 무결성과 투명성을 보호하는 것은 국가 안보의 문제이다. 미국이 전 세계의 가장 우수한 학자들이 올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중국계 학자에 대한 감시 완화를 시사하기도 했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인종 프로파일링이란 비판에 따라 지난 2월, 차이나 이니셔티브에 기반한 추적을 중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