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토요일(8일) 오지랖 넓은 전라도 아저씨 2명이 물난리 속에서 한 일

황효정
2020년 08월 13일 오전 11:46 업데이트: 2022년 12월 14일 오전 9:33

침수된 마을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사람들을 구해낸 숨은 ‘보트 영웅들’이 뒤늦게 밝혀졌다.

지난 주말이었던 8일, 전남 구례읍은 400mm 넘는 강수량을 기록하며 섬진강이 범람하면서 물에 잠겼다.

순식간에 불어난 물에 주민들은 피할 틈도 없이 고립됐다. 1,000여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고, 100가구가 넘게 침수됐다.

땅에 발이 닿기는커녕, 이미 건물 1층 높이를 훌쩍 뛰어넘도록 물이 찬 상황이었다. 거리에 있던 차들이 물에 잠겨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MBC ‘뉴스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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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려주세요!!”

“구해주세요!!”

가까스로 목숨을 부지한 사람들은 소리를 지르며 서로 자신 먼저 구조해달라고 요청했다.

신고를 받고 119 구조대가 출동했지만, 적은 구조대 인력으로 감당하기에는 불가능해 보였던 그때였다.

MBC ‘뉴스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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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 두 명이 낚시 보트를 끌고 나타났다. 구례읍 주민 최봉석, 손성모 씨였다. 이들은 마을 구석구석을 뒤지며 고립돼있던 사람들을 구조했다.

친한 형동생 사이인 최씨와 손씨가 평소 낚시하러 다닐 때 쓰던 보트는 무척이나 작았다.

보트에 태울 수 있는 인원은 최대 두 명에 불과했다. 보트에 태우는 일도 쉽지 않았다.

어린아이부터 거동이 불편한 사람, 어르신들까지. 개중에는 외국인도 있었다.

MBC ‘뉴스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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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씨와 손씨는 물속에 뛰어들어 주민들을 안고 업어 옮겼다.

아찔한 순간도 있었다. 급하게 구조에 뛰어드느라 구명조끼는커녕 평상복에 슬리퍼 차림이었던 이들.

“우리는 전기가 흐르는지 안 흐르는지 모르잖아요. 우리 아무것도 안 입고 물속에서 발 담그고 있는데…”

그럼에도 최씨와 손씨는 위험을 무릅쓰고 구조 작업을 계속했다. 한 명이 물에서 올리면, 다른 한 명이 보트로 끌어당기기를 반복했다. 그렇게 6시간을 보냈다.

MBC ‘뉴스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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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들을 구조하느라 정작 자신들의 집은 침수되도록 내버려 두었다.

“끝났죠, 완전히. 공구 다 날아가고요. 자재 다 없어지고…”

“다 물에 찼어요. 이미 다 잠겨서 포기한 상태고…”

그렇게 최씨와 손씨가 구조한 주민들은 총 40여 명. 사람들은 두 사람에게 연신 감사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MBC ‘뉴스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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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들을 구조하느라 정작 자신들의 집은 돌보지 못했지만, 최씨와 손씨는 어떤 대가도 받지 않았다.

“우리는 오지랖이 넓어서 한 거예요”라는 이유에서다.

특별한 사명감이나 거창한 이유 없이, ‘그냥’ 했다는 구례의 보트 영웅들은 이런 말을 남겼다.

“이제 더 잘할 것 같아요, 한 번 해봐서. 아마 장화 신고 하지 않겠어요? 이번엔 슬리퍼 신고 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