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상상이 잘 안되는 ‘코믹 연기의 달인’ 조정석의 반전 인생캐릭터

이서현
2021년 01월 15일 오전 10:22 업데이트: 2022년 12월 13일 오후 12:03

배우 조정석은 생활밀착형 코믹 연기의 달인으로 꼽힌다.

그는 특유의 스타일로 코믹한 장면을 진지하고 짠내나게, 때로는 슬프게 소화해 웃음을 유발한다.

키스란 무엇인지 무아지경으로 설명하던 납득이와 코믹춤 명장면을 탄생시킨 팽헌.

[좌] 영화 ‘건축학개론’ [우] 영화 ‘관상’
유방암 치료 목적으로 교정 브래지어를 착용한 채 엄마에게 두들겨 맞던 화신.

얄밉게 친구들을 놀리다가도 누구보다 의사의 직분에 충실했던 익준.

[좌] SBS ‘질투의 화신’ [우]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
모두 조정석이 찰떡같이 소화했던 캐릭터다.

그런데, 많은 이들이 조정석의 인생캐릭터로 꼽는 인물은 따로 있다.

바로 영화 ‘건축학개론’ 개봉과 동시에 시작했던 MBC 드라마 ‘더킹 투하츠’의 은시경이다.

드라마는 대한민국이 입헌군주제라는 가상 설정 아래, 북한 특수부대 교관과 남한 왕제의 사랑을 그렸다.

MBC ‘더킹 투하츠’

조정석이 맡은 은시경은 왕실 경호를 맡은 육사 출신 군인이다.

원칙주의자라 답답하고 재미도 없지만, 누구보다 듬직하고 올곧은 모습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는 천방지축인 왕 이재하(이승기 분)를 우직하게 지키고, 자유분방한 공주 이재신(이윤지 분)에게 연모의 감정을 느낀다.

은시경은 첫 등장부터 강렬했다.

각종 핑계로 군사 훈련에 빠지려는 이재하의 엄포에도 눈썹하나 까딱하지 않으며 권력에 굴하지 않는 원칙주의자 면모를 드러냈다.

MBC ‘더킹 투하츠’

이재신의 곁을 지키면서는 설레는 장면을 많이 연출했다.

자로 잰 듯 완벽했던 은시경은 이재신 앞에만 서면 어리바리하게 변했다. 각이 잡힌 말투부터 우물쭈물해졌고 행동은 소심해졌다.

MBC ‘더킹 투하츠’

하반신이 마비된 이재신을 안아 옮길 때는 눈도 못 마주치고 침대에 냅다 던지기도 했다.

이재신이 다가오자 “재미없는 사람입니다. 좀 더 아시면 싫증 나실 거에요”라며 철벽을 쳤다.

하지만, 항상 이재신을 신경 쓰고 누구보다 위하는 은시경이었다.

MBC ‘더킹 투하츠’

두 사람은 초반 함께 성곽에 앉아 별똥별을 보며 기도를 했던 추억이 있었다.

이후 이재신이 두려움을 극복하고 한 달 동안 섭정을 하게 되자 은시경은 용기를 주기 위해 무릎을 꿇고 이렇게 말했다.

“옛날에 저랑 별똥별 봤던 거 기억하세요? 전 그때 별똥별 안 봤습니다. 공주님이 더 반짝반짝 빛났어요. 그리고 지금도 멋지십니다.”

두 사람의 마음은 점점 다가갈 때쯤, 은시경은 임무 수행을 하다 세상을 떠난다.

결국, 이재신은 은시경은 죽기 전 남긴 영상을 통해 그의 마음을 듣게 된다.

MBC ‘더킹 투하츠’

무뚝뚝하지만 누구보다 따뜻한 마음을 가진 은시경은 팬들의 기억 속에 깊은 잔상을 남겼다.

조정석의 인생 캐릭터로 은시경을 꼽는 글에 누리꾼들은 “조정석을 처음 만난 게 은시경이었음 ㅠㅠ” “드라마 볼 때 납득이와 은시경이 동일인물인지 몰랐다” “조정석은 은시경 전과 후로 나뉨” “은시경처럼 오래 여운이 남은 배역은 없었음” “썩은 과자는 안 먹겠다는 은시경” 등의 댓글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