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반대편에 떨어진 손주들 그림 그렸다가 팔로워 40만 찍고 ‘SNS 스타’ 된 할아버지

황효정
2020년 06월 23일 오전 11:26 업데이트: 2022년 12월 14일 오후 2:46

보고 싶은 손주들을 그리며 그림을 그렸다가 40만명의 팬을 보유하는 ‘SNS 스타’가 된 할아버지가 있다.

최근 세계적인 자연 다큐멘터리 채널 ‘내셔널 지오그래픽’은 한국인 할아버지 한 명을 초대해 함께 갈라파고스로 여행을 떠났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갈라파고스 탐사에 동행한 한국인의 정체는 이찬재(78) 할아버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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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셔널 지오그래픽이 선보이는 갈라파고스 군도 여행책에 이찬재 할아버지가 그림을 그리게 됐기 때문이다.

우리네 옆집에 살 것만 같은 푸근한 인상의 할아버지가 세계적인 방송사의 주목을 받게 된 이유는 다름 아닌 할아버지가 40만에 육박하는 팔로워를 둔 SNS 스타여서다.

지난 2015년부터 이찬재 할아버지는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직접 그린 그림들을 게재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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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데에는 사랑하는 손주들을 향한 그리움이 컸다.

이찬재 할아버지는 40여 년 전 한국을 떠나 아내와 함께 브라질로 이민을 갔다. 그곳에서 딸과 아들을 키워냈다.

장성한 딸과 아들은 또 각자의 자식을 낳았다. 할아버지에게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손주들이었다.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손주들의 성장 과정을 함께 하고 싶었지만, 할아버지는 아이들을 마음껏 만날 수조차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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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주 세 명 중 두 명은 한국에, 다른 한 명은 뉴욕에 있었고 할아버지는 지구 반대편 브라질에 떨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이 아이들의 곁에 나중에 나는 없겠구나…

그래, 사랑하는 손주들을 볼 수 없다면, 더 늦기 전에 소통이라도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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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이런 결심을 한 할아버지는 손주들에게 조금이라도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SNS를 시작했다.

그전까지 SNS는커녕 이메일을 보낼 줄도 몰랐던 할아버지는 손주들을 향한 그리움 하나로 SNS를 배웠다.

SNS 계정 주소도 ‘손주들을 위한 그림(Drawings for my grandchildren)’이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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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로 할아버지는 손주들이 보고 싶을 때마다 대신 스케치북을 펼쳤다.

한평생 그림을 배운 적도 없었지만, 손주들이 할아버지를 기억할만한 것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용기를 냈다.

매일 봐도 날마다 더욱 보고 싶은 손주들의 얼굴부터, 가족들이 함께한 소중한 순간의 추억들, 손주들에게 하고 싶은 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그림을 그려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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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가 그림을 그리면 할머니는 한국어로 글을 써서 그림엽서로 만들었다.

부모님의 그림엽서를 아들과 딸은 각각 영어와 포르투갈어로 번역했다.

사랑이 느껴지는 할아버지의 따뜻한 그림을 본 전 세계 누리꾼들 사이에서 팬이 점차 늘었고, 할아버지는 일약 SNS 스타덤에 올랐다.

유명세를 탄 이후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함께 살고 싶다”는 손주들의 간곡한 부탁으로 40여 년 만에 한국으로 돌아와 현재 함께 지내고 있다고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