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미 온두라스 대만과 단교…중국의 금전 외교에 넘어간듯

최창근
2023년 03월 27일 오전 11:10 업데이트: 2023년 05월 25일 오후 3:49

중미 온두라스가 대만과 단교하고 중국과 공식 수교했다. 이로써 대만의 수교국은 13개국으로 줄어들었다.

3월 26일, 중국 CCTV에 따르면, 친강(秦剛) 중국 외교부장과 에두아르도 엔리케 레이나 온두라스 외무부 장관은 이날 중국 베이징에서 ‘중국과 온두라스의 외교관계 수립에 관한 공동성명(코뮈니케)’을 발표했다.

중국과 외교관계를 수립한 온두라스는 다른 국가들의 관례에 충실했다. 온두라스 외무부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인정한다. 중화인민공화국 정부는 전 중국을 대표하는 유일 합법 정부이다.”라고 밝혀 베이징의 중화인민공화국 정부만이 중국 유일의 합법 정부임을 확인했다. 중국 외교부는 성명을 통해 “온두라스의 결정은 올바른 선택이다.”라고 환영했다.

대만도 단교 선언을 했다. 3월 26일, 우자오셰 행정원 외교부장은 “온두라스와 단교하며 현지 대사관을 폐쇄한다.”고 선언하여 공식 국교관계 단절을 발표했다. 앞서 온두라스 현지 주재 대만 대사는 본국으로 소환된 상태이다.

우자오셰 외교부장은 단교 배경도 설명했다. 그는 “온두라스가 대규모 자금을 지원을 요구했다. 그들이 원한 것은 ‘돈’이었다.”고 밝혀 온두라스가 대만에서 중국으로 외교관계를 ‘스위치’하게 된 배경에 금전문제가 자리했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외교 소식통을 종합하면, 단교 발표 전 온두라스는 병원, 댐 등 인프라스트럭처 건설, 부채 상환 등을 위해 대만에 최소 25억 달러(약 3조2020억 원) 상당의 경제 원조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이 온두라스에 25억 달러 이상 경제 지원을 약속했을 확률이 높다.

2021년 세계은행 기준 온두라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2533달러. 중남미 국가 중 아이티(754달러), 니카라과(1912달러)에 이어 세 번째로 적다. 전 인구의 74%가 빈곤에 시달린다. 지난해 1월 집권한 시오마라 카스트로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중국과의 협력을 강조했다. 앞서 2021년 12월 대만과 단교한 이웃 니카라과 또한 비슷한 과정을 겪었다. 당시에도 중국이 대규모 지원을 약속했다는 보도가 잇따랐다.

우자오셰 외교부장은 “온두라스의 단교 발표 시점과 차이잉원 총통의 다음 주 해외 순방 사이에 관련성이 있다는 의심이 든다. 대만은 중국의 압력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차이잉원 총통도 3월 26일 녹화 영상을 통해 “온두라스의 단교 선언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 역내 평화와 안정을 방해하려는 중국의 시도에도 자유와 민주주의를 향한 대만 국민의 확고한 의지는 약화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중국의 압력과 강요에도 중국과 대만이 서로에게 종속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차이잉원 총통은 3월 29일 부터 10일 일정으로 중미 공식 수교국 과테말라, 벨리즈를 방문한다. 중간에 미국 뉴욕, LA를 방문하여 ‘경유외교’를 펼칠 예정이다. 미국 방문 일정 중에는 미국 연방 하원의장 등 고위층 면담이 예정되어 있다.

이를 종합할 때, 중국은 미국과 대만에 동시 충격을 주기 위하여 차이잉원 총통의 중미 수교국 순방 일정에 맞춰 온두라스와 수교 발표를 한 것으로 해석된다.

2016년 대만 독립 성향의 차이잉원 정부 출범 이후 중국은 대만에 전방위 압박을 가하고 있다. 이 속에서 대만의 외교 입지는 좁아지고 있다. 온두라스를 포함해 9개국이 단교를 택해 파라과이, 과테말라, 벨리즈, 아이티, 나우루, 팔라우, 투발루, 마셜제도, 세인트키츠네비스, 세인트루시아, 세인트빈센트그레나딘, 에스와티니, 교황청(바티칸) 등 13개국만 남았다. 대부분 중남미 남태평양 등의 저개발국이다. 중국의 차이나머니 공세에 대만과 단교하고 중국을 택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온두라스는 중화민국과 1941년(중화민국의 중국 본토 시절)에 수교한 후 82년간 외교관계를 유지해 오고 있는 전통의 우방이었다. 이러한 온두라스의 단교는 2024년 1월, 대만 총통 선거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제1야당 국민당은 집권민진당의 반중 정책을 폐기하고 중국과의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