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4大 ‘배드뱅크’에 숨겨진 놀라운 비밀

허젠(何堅)
2018년 11월 26일 오후 3:56 업데이트: 2023년 08월 26일 오후 9:10

올해 들어 미·중 무역전쟁이 점차 격화되면서 중국 경제는 본격적으로 쇠퇴하고 있으며 주식·채권·외환 시장에도 잇따라 비상이 걸리고 있다.

중국 중앙은행은 여전히 “금융 시스템은 안정적이며 위험 또한 통제 가능하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공산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이하 ‘중기위’)가 15개의 중앙관리 금융기관에 감찰팀을 보낼 것이라는 최근 중국발 뉴스는 중국 금융 시스템이 이미 매우 큰 위기 상황에 놓여있음을 시사한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금융기관에 대한 강도 높은 반(反)부패 조치 명단에 은행의 부실채권을 전담하는 4대 국유자산관리공사가 빠져있다는 사실이다.

2018년 11월, 중기위 소식통은 “국가감찰위원회가 5대 상업은행(중국공상은행, 중국농업은행, 중국은행, 중국건설은행, 교통은행)과 3대 정책성은행(국가개발은행, 중국수출입은행, 중국농업발전은행) 및 중국생명보험, 중국인민보험, 광대(光大)증권, 중신(中信)증권 등 15개 국유 대형 금융기관에 기율검사 감찰팀을 보낼 예정”이라고 경제관찰보(經濟觀察報)를 통해 전했다.

이번 조치는 중국 당국이 금융 분야에서 반부패운동을 계속해 나가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번 감찰 명단에는 4대 금융자산관리공사(Asset Management Corporation,이하 ‘AMC’)인 화룽(華融), 창청(長城), 둥팡(東方), 신다(信達)가 빠져있다.

중국 공산정권 하에  당의 부패와 비효율 및 부동산시장과 주식시장, 기업·정부·주민 부채와 같은 공산당 체제로 인한 각종 경제위기는 결국 모두 은행 시스템에 집중돼 은행의 부실채권으로 나타났다. 4대 AMC는 바로 중국 당국이 은행의 부실채권을 처리할 때 사용하는 ‘청소부’로, ‘배드뱅크’라고도 불린다.

다시 말해, 중국은행시스템(주로 국유은행)이 좋은 성과를 내고 정부의 부채 경제 위기를 감출 수 있었던 주된 이유는 바로 4대 AMC가 많은 양의 부채를 매입했기 때문이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중국 사회에서 은행의 부실채권 손실의 최종 ‘목적지’는 4대 AMC도, 정부도 아닌 중국 민중이라는 점이다.

11월 7일, 중국 당국은 중국 최대 배드뱅크인 ‘중국화룽’ 회장직에서 낙마한 라이샤오민(賴小民)을 체포했다.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財新)은 “당국은 라이샤오민 소유의 자택 곳곳에서 무려 3톤에 달하는 현금 2억7000만 위안(약 441억 원)을 발견했는데, 이는 라이샤오민이 횡령한 금액 중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고 밝혔다. 라이샤오민은 부패 혐의로 체포됐지만, 외부에서는 그가 체포된 진짜 이유가 장쩌민파의 경제정변과 관계있다고 보고 있다.

언론에서 ‘중국 제1의 금융부패 사건’이라 부르는 라이샤오민 사건은, 설령 그것이 은행 시스템의 부실채권이라 해도, 중국 당국은 그로부터 ‘부당이익’을 챙길 수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그러나 은행 부실채권의 배후는 너무나 부패해 심지어 4대 AMC의 경우 중기위마저도 회피할 정도의 ‘부패 지뢰밭’이 된 상태다.

중국 공산체제에서 4대 AMC가 독보적인 위치에 있는 주요 이유는 그들이 중국 은행 시스템의 부실채권 비율을 감추고 있기 때문이지만, 부실채권 비율의 진실은 줄곧 국제사회의 의심을 받아왔다.

중국 은행 시스템의 부실채권 비율이 어째서 외부의 의심을 사는 걸까? 중국 은행 업계의 부실채권은 결국 어디로 흘러갈까?

4대 ‘배드뱅크’의 발전 역사를 되돌아보면,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중국 은행업계 ‘돈세탁’하는 4대 AMC

중국 정부와 국유기업의 현금 인출기인 국유은행이 대량의 부실채권을 만들어 내는 것은 당연하다. 20년 전, 공상·농업·중국·건설 4대 은행의 부실채권 비율은 50% 정도였는데, 이는 국유은행이 발행한 대출금 중 절반 가까이가 허공으로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배경 아래 1999년 4월, 중국 최초의 자산관리공사(AMC)인 ‘중국신다’가 베이징에 설립돼 중국건설은행의 3730억 위안(약 60조8475억 원)의 부실채권을 가져갔다. 같은 해, 화룽·창청·둥팡 3개 자산관리공사가 잇따라 설립됐으며, 그들은 3대 국유상업은행인 공상은행, 농업은행, 중국은행으로부터 각각 4077억 위안(약 66조4429억 원), 3458억 위안(약 55조3550억 원), 2674억 위안(약 43조5782억 원)의 부실채권을 가져갔다.

신랑차이징(新浪財經)의 보도에 따르면, 4대 AMC는 당초 1:1 액면가로 은행의 부실자산 1조 4000억 위안(약 228조1580억 원)을 매입했다.

4대 AMC는 돈이 어디에서 났을까?

먼저 재정부는 4대 AMC에 각각 등록자본금 100억 위안(약 1조 6297억 원)을 지급하고, 주주권 100%를 가져갔다. 중앙은행은 또한 5700억 위안(약 92조 8929억 원)을 다시 대출해줬고, 다른 4개 은행은 자신들의 해당 AMC에 8200억 위안(약 133조 6354억 원)의 채권을 발행해 4대 AMC는 부실채권 인수대금 1조 4000억 위안을 모을 수 있었다.

이 부실채권 매입 작업은 2000년 6월 끝났으며, 이는 제1 부실자산이라 불리고 정책성 부실자산에 속한다. 부실채권 매각 후, 공상은행, 건설은행, 중국은행, 농업은행의 부실채권 비율은 전체적으로 20% 정도 떨어진 25.4%, 15.2%, 23.4%, 36.6%가 됐다. 그러나 국제 은행업계의 한 자릿수 부실채권 비율과 비교하면 국유은행의 부실채권 비율은 여전히 매우 높았다.

2004년과 2005년, 중국은행, 중국건설은행, 교통은행 및 중국공상은행은 주식제 개혁을 시행해 또다시 부실채권을 매각했고, 4대 AMC가 이를 매입했다. 이번에는 액면가의 50%로 매입했는데 이를 제2 부실자산이라 부른다.

두 차례의 부실채권 매각을 통해 공상, 건설, 중국은행, 교통은행의 부실채권 비율은 원래의 25%에서 보편적으로 5% 정도까지 떨어졌다. 부실채권 부담이 가장 큰 중국농업은행의 경우는 아예 AMC를 거치지도 않고 부실채권을 재정부의 ‘공동관리 계좌’로 직접 보내 중국 인민이 이를 부담하게 했다.

거액의 부실채권을 짊어진 4대 AMC로 인해 은행은 다시 홀가분해졌다.

결국 중국 국민이 부담져야 하는 ‘배드뱅크’의 부실채권

4대 ‘배드뱅크’가 국유은행의 부실채권을 가져갔지만, 그 속사정은 좋지 않다.

예를 들면, 봉황망재경(鳳凰網財經)은 “한 AMC의 동북 사무소는 자산가치 18억 6800만 위안(약 3045억 원)의 국유 부실채권을 1%도 안 되는 가격인 1800만 위안(약 30억 원)에 매각했다”고 보도했다. 이 자산에는 매입하는 쪽의 부채 2600만 위안(약 43억 원)도 포함돼 있었는데, 이는 매입하는 쪽이 빚을 갚는 것은 물론이고, 심지어 800만(약 13억 원)~ 18억 5000만 위안(약 3020억 원)을 버는 셈이다.

2007년 말까지 신다(信達, 건설은행 전담)의 부실자산 회수율은 30%로 가장 높았고, 화룽(華融, 공상은행 전담)은 18%, 둥팡(東方, 중국은행 전담)은 20%, 창청(長城, 농업은행 전담)은 10% 미만이었다.

낮은 회수율로 인해 4대 AMC는 각종 비용을 공제한 나머지 대부분을 중앙은행의 재대출과 금융 부채 이자를 내는 데 썼고, 원금은 전혀 상환하지 못했다. 즉, 국유은행의 부실채권을 받은 4대 AMC는 부실채권이 늘어나는 것을 좌시하다가 결국 무거운 빚더미에 앉게 됐다.

4대 AMC의 부실채권은 누가 떠안게 될까?

4대 AMC는 은행에서 떨어져 나온 부실채권 손실을 다시 재정부의 ‘공동관리계좌’로 보내는데, 이는 이른바 ‘정부 부채’가 되고, 결국에는 중국인 전체의 부담으로 돌아온다.

중국 은행업계의 ‘돈세탁’ 과정

중국공산당 → (대출 행정명령, 국유기업 지원, 부패 등의 요인으로 대량의 부실채권 만들어짐) → 은행 시스템 → (AMC이 돈을 빌려 은행의 부실채권을 사들임, 부실자산 분리라고도 함) → 4대 AMC → (AMC 부채는 다시 재정부의 ‘공동관리계좌’로 넘어감) → 재정부(중국공산당은 과세, 화폐 발행 같은 방식을 통해 손실을 민중에게 분담시킴)

4대 AMC가 ‘돈 버는 방법’

사실, 4대 AMC는 중국의 부실자산관리업계에서 독점적 지위에 있다. 그뿐만 아니라 중국공산당을 대신해 은행업계의 ‘더러운 일’을 도맡아 하고 있기 때문에 각종 금융 특권을 받고 있다. 중국공산당의 부실채권을 전문으로 처리하는 ‘배드뱅크’인 4대 AMC는 빠르게 성장해 많은 금융업무 라이센스를 보유하고 있지만, 규제는 받지 않는 거대 규모의  ‘섀도우뱅크(그림자은행)’가 됐다.

2004년 이후, 4대 AMC는 4대 은행뿐 아니라 국유은행, 주식제은행, 비금융기관 같은 더 많은 금융기관을 상대로 부실자산 매입을 상업화하기 시작했다.

시장화와 상업화에 이어 재정부까지 등에 업자 4대 AMC의 자금 조달 통로는 더 많아졌다. 은행 간 대출과 차관, 보험 융자, 국내외 사채 발행, 은행 간의 자금 관리 등, 쓸 수 있는 수단을 전부 다 쓴 4대 AMC의 자산 규모는 10여 년 만에 조 단위를 넘어섰다.

화룽을 예로 들면, 화룽은 부실자산경영, 자산관리, 은행, 증권, 신탁, 금융리스, 투자, 선물, 소비자금융, 부동산 등 모든 라이센스를 다 가지고 있다. 지난 5년간 화룽의 총 자산은 2013년 4084억 위안(약 66조 6264억 원)에서 2017년 1조 8700억 위안(약 305조 718억 원)으로, 4배 가까이 불어났다.

4대 AMC는 은행의 부실채권을 처리할 능력은 없지만, 그들이 돈을 버는 방법은 매우 다양하다.

예를 들면, 고리대부업이다. 4대 AMC는 특수한 지위를 이용해 돈을 융자하고 저금리로 돈을 빌려 부실자산을 가져갔다. 그리고 다시 채무조정 같은 방식으로 고금리로 기업이나 지방정부에 돈을 빌려주고 차익을 챙겼다.

또 다른 예를 들자면, 부동산 투자이다. 부동산 부실 항목을 처리해주는 것을 포함해 부동산 기업에 대출을 해주거나 심지어는 직접 집을 짓기도 한다.

차이신(財新) 보도에 따르면, 화룽은 부실자산 처리 규모를 확대하기 위해 부실자산 패키지를 자주 고가에 매입했다. 또한, 갈수록 부동산 분야에 투자를 집중했는데, 제한된 동업 방식으로 감시를 우회해 부동산에 자금을 주입했다. 화룽의 주식 모집 설명서를 보면, 2015년 6월 30일 중국 화룽이 매입한 부실자산 중 부동산이 64%나 차지한다.

중국 경제매체인 봉황재경(鳳凰財經)의 보도에 따르면, 중국 신다는 4대 AMC 중 부동산에 투자한 규모가 가장 큰데, 산하의 신다부동산은 2015년, 72억 9900만 위안(약 1조 1904억 원) 상당의 상하이 신쟝완청(新江灣城) 디왕(地王, 중국 내 경매 최고가를 기록한 최고의 땅), 30억 3000만 위안(약 4941억 원) 상당의 선전 핑산(深圳坪山) 디왕, 33억 6000만 위안(약 5479억 원) 상당의 허페이빈후(合肥濱湖) 디왕, 그리고 33억 9000억 위안(약 5528억 원) 상당의 항저우 난싱(杭州南星) 디왕 등을 매입했다.

중국 최대 경제 일간지 ‘21세기 경제보도(21世紀經濟報導)’는 “4대 AMC는 모두 ‘채권양도’ 방식을 통해 2선, 3선 부동산기업에 융자를 해주고 있다. 또한, 4대 AMC의 편법 대출은 부동산 융자에 대한 관리부서의 규제를 받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돈이 넘쳐나고 규제도 받지 않는 4대 AMC는 중국의 열광적인 부동산시장 배후에 있는 중요한 추진력이다.

4대 AMC의 본업 회귀에 숨은 의미

4대 AMC가 현재 이미 대규모의 금융지주그룹으로 성장했다 해도 부실자산을 처리하는 그들의 본업은 여전히 그들이 안정을 누릴 수 있는 토대이다. 이는 4대 AMC 금융 특권의 보호막일 뿐만 아니라 거기에서 나오는 부당 수익도 꽤 많다.

텐센트재경(騰訊財經)의 <일선(一線)> 보도에 따르면, 라이샤오민은 낙마 전 보아오포럼에서 “현재 은행의 연간 부실채권은 13조(약 2121조 2100억 원)~15조 위안(약 2447조 5500억 원)인데, 그중 1조 7400억 위안(약 283조 9158억 원)은 물거품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현재 중국 은행업계의 부실채권 회수율이 85% 이상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제일재경(第一財經)의 또 다른 보도에 따르면, 화룽은 부실자산 패키지를 평균 가격의 약 50%에 매입했고, 신다는 약 35% 거래에 성공했다. 그렇다면 부실자산 30~50%의 중간 차익은 어디로 흘러갔을까?

부실자산, 특히 국유 부실자산으로 4대 AMC는 많은 부당 이익을 챙길 수 있으며, 부실자산 처리는 현재 다시 4대 AMC의 최신 정치 임무가 됐다.

지난해 말 이후, 특히 라이샤오민 사건 이후, 중국공산당은 4대 AMC의 목줄을 꽉 조이며 4대 AMC가 본업으로 돌아가 부실자산을 경영하고 처리하는 데 더 힘쓸 것을 요구했다.

이는 무역전쟁 격화와 경제 쇠퇴라는 내외적 동시 압박으로 중국 부채 위기가 곧 터질 상황에서 중국공산당으로서는 대규모로 나타날 은행 부실채권과 비금융 부실자산을 처리할 ‘청소부’가 급히 필요함을 의미한다. 그 예로 올 8월, 4대 AMC는 중국 은행감독기관인 은보감회(銀保監會)로부터 P2P금융 대란의 위험을 없애는 데 참여할 것을 요구받았다.

4대 AMC의 숨겨진 놀라운 비밀

라이샤오민 화룽 전 회장의 낙마로 중국 4대 AMC의 짙은 베일이 벗겨졌다. 1인 미디어 ‘재경진상(財經真相)’은 4대 AMC의 주주권 구조 분석을 통해 채무자산담보와 분회사 합병 취소 등의 단서를 추적한 결과, 4대 AMC 뒤에 숨겨진 놀라운 비밀을 알아냈다.

‘재경진상’은 “4대 AMC는 중국공산당이 중국 경제의 전체 명맥을 통제하는 핵심이며 그들은 유일무이한 복잡한 주주권 구조를 가지고 있다. 신다는 사실상 회사 520개를 통제하고 있고, 화룽은 353개, 둥팡과 창청은 1000개 이상의 회사를 통제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재경진상’은 또한 현지 유력 데이터 플랫폼 ‘톈옌차(天眼查)’ 등을 통해 “주주권 구조, 채무자산담보 및 분회사의 합병 취소 등의 맥락을 따라 쭉 정리해보면, 중국 대부분의 고속도로 톨게이트, 교량 요금소 모두 4대 AMC의 담보가 되고, 국내 상업 부동산 절반 이상의 임대료도 결국 4대 AMC로 흘러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4대 AMC야말로 궁극적인 중국 최고의 집주인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