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불공정한 플레이…한국 게임시장 공략하면서 자국 시장에는 ‘빗장’

이가섭
2019년 12월 20일 오후 11:24 업데이트: 2020년 01월 2일 오전 11:46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게임 시장인 중국. 하지만 한국 게임 업체의 중국 진출은 수년째 완전히 막혀 있다. 지난해 3월부터 일본 및 미국 게임 등 185여 개 외국 게임은 다시 중국 시장에 진입한 반면, 한국 게임의 경우 여전히 불투명하다.

이유는 ‘판호’가 없기 때문이다. 게임 유통허가권인 판호가 있어야 중국 시장 진출이 가능하다. 판호 발급 기관인 중국 공산당 중앙선전부는 신문, 출판물, 영화 등 문화 미디어 전반을 검열하는데 3년 가까이 한국 게임에는 판호 발급을 안 해주고 있다.

반대로 중국 게임의 한국 진출은 활발하다. 한국 게임의 중국 진출이 막힌 사이 중국 게임은 한국 시장을 호령하고 있다. 10월 기준,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 인기 순위 1, 2위를 중국 게임이 차지했고, 10위권 안에 든 중국 게임은 3개나 된다.

게임 업계에서 ‘시간은 금’이다. 인기 순위가 빠르게 변하기 때문에 일분일초가 경쟁력이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 회장은 “미국이나 일본 기업과 달리 한국 게임에 판호가 나오지 않은 지 3년 정도 됐는데, 게임은 살아있는 생선과 똑같아서 시간이 갈수록 썩어버린다”라고 사태의 심각성을 꼬집었다.

중국이 유독 한국 게임에 판호를 내주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사드 배치에 대한 보복성 조치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판호 발급 중단 시점은 2017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로 한한령(한류 제한령)이 내려진 때와 맞물려 있다.

서울 중구 명동 주한 중국대사관 앞에서 판호 발급 촉구 1인 시위에 참여한 박용호 자유한국당 국가정상화 특별위원은 “한국에 사드배치가 된 것을 중국 정부가 굉장히 껄끄러워하는 것 같다”며 “(판호 발급 중단이) 사드배치를 한 것에 대한 보복성 조치인 것 같다”라고 말한다.

중국 게임 업체들을 위한 고의적 시간 끌기라는 분석도 나온다. 박 위원은 “중국이 한국 기업들의 월등한 (게임 개발) 실력을 견제하고, 성장할 시간을 벌기 위해 한국 게임 진출을 강제로 막는 것 같다”면서, 세계적 수준의 한국 게임과 경쟁력 격차를 줄이기 위한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게임 산업은 매년 평균 9.8% 성장세에 64억 달러 수출을 기록해왔다. 무역흑자에서 8.8%를 차지하는 고성장 산업이다. 중국 진출이 막힌 게임업계의 손실도 천문학적이다. 전문가들은 게임 산업이 로열티 수입과 고용 창출 효과가 큰 산업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직간접적으로 피해액이 수조 원에 달한다고 말한다.

한중 두 나라 간 게임 시장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자, 문화체육관광부 박양우 장관은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중국의 불공정한 무역행태에 WTO 제소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3년 넘게 지속된 한국 게임 업체들의 속앓이가 언제쯤 끝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