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코로나19 2차 유행, 공산당 또 뒤늦게 시인했나

강우찬
2023년 05월 30일 오후 1:15 업데이트: 2023년 05월 30일 오후 1:15

중국에서 코로나19가 다시 확산하며 2차 유행 추세를 보이고 있다.

2차 유행에 대한 경고는 중국 내부에서 지난달부터 제기되고 있었으나 본격적으로 공론화된 것은 중난산 공정원 원사가 공개적으로 언급하면서부터다.

중난산은 지난 22일 광둥성 광저우에서 열린 한 과학 학술포럼에 발표자로 참석해 올해 코로나19 상황을 전망하며 “오미크론 XBB가 4월 중순부터 시작해 6월 초까지 확산하며, 6월 말 2차 정점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재확산이 4월 중순부터 시작됐다는 중난산의 발언은 지난달 상하이에서 제기된 한 경고를 떠올리게 한다.

중국 국가전염병 의료센터 원장이자 상하이 푸단대 부속 화산병원 감염과 주임(과장)인 장원훙(張文宏)은 지난달 20일 상하이 면역학회가 주최한 ‘감염면역 정상포럼’에서 코로나19 변이로 인해 점차 2차 유행이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중국의 황금연휴인 노동절 연휴(4월 29일~5월 3일)를 앞두고 장 원장의 목소리는 ‘소비 회복’의 물결 속에 파묻혔다. 노동절 연휴는 중국을 빠져나가는 해외 자본을 붙잡아야 하는 공산당 정권으로서는 놓칠 수 없는 기회였다.

노동절 연휴 이후 중국 언론들은 “소비 폭발”, “경제 회복의 긍정적 신호”, “잠재력 확인” 등의 표현으로 경제적 성과를 선전하기 바빴다. 노동절 연휴 기간, 방역 규제 없이 전국을 돌아다닌 관광객으로 인한 감염 확산 여부 등에 관한 뉴스는 한동안 잠잠했다.

그러던 중 시진핑 등 공산당 수뇌부의 지방 시찰 소식이 전해졌다. 연휴가 끝나고 약 일주일 만인 5월 10일, 시진핑 총서기는 중국 공산당 최고 권력그룹인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3명을 대동하고 허베이성 슝안신구를 시찰했다.

마스크 쓴 최고 지도부…“아직 안 끝났나?”

시찰에는 공산당 서열 2위 리창 국무원 총리, 5위 차이치 중앙판공청 주임, 7위 딩쉐샹 국무원 상무(수석) 부총리가 수행했다. 상무위원 7명 중 4명이 동시에 지방 시찰에 나선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그만큼 시진핑이 슝안신구 프로젝트를 중요하게 보고 있다는 방증이다.

그러나 중국 네티즌이 주목한 것은 시진핑 등 4명이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중국 공산당은 이미 두 차례 ‘방역 전쟁에서의 승리’를 선언한 바 있다. 2020년 9월 ‘전국 코로나 퇴치 표창대회’를 열었고, 올해 2월에는 시진핑이 중앙정치국 상무위 회의에서 “방역·통제에서 중대한 결정적 승리를 거뒀다”고 말했다. 작년 말 방역 완화 조치를 스스로 높게 평가한 발언이다.

그럼에도 슝안신구 시찰에서 전원 마스크를 착용한 시진핑 등 수뇌부 4명의 모습은 “아직 다 끝난 것 아니었나”라는 의문 섞인 온라인 여론으로 이어졌다.

코로나19 퇴치 공로로 중국 공산당 최고훈장을 받은 중난산 중국 공정원 원사(왼쪽)와 시진핑 중국 공산당 총서기 | 연합뉴스

그리고 약 열흘 만에 중난산 원사가 경고성 발언을 통해 사실상 2차 확산을 시인하고 나섰다.

중국 문제 전문가 리닝은 “이미 두 차례 방역 선언을 승리한 공산당으로서는 2차 확산을 또 시인하는 것은 체면을 구기는 일”이라며 “하지만, ‘얼양(二陽·두번째 양성)’이란 유행어가 소셜미디어에 유행어가 된 마당에 계속 모른 척하고 있을 수만은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2020년 코로나 퇴치 표창대회에서 코로나19 퇴치 투쟁에 기여한 공로로 최고 훈장인 ‘공화국 훈장’을 받은 중난산이 또 한 번 정권의 구원투수로 등판한 셈이다.

중난산, 과학자로서 명성 이용해 정권 비호

중국 공산당의 감염병 최고 권위자로 불리는 중난산은 정권의 고비 때마다 ‘중요한 발언’으로 국면을 전환하는 역할을 맡아왔다.

그는 지난 2020년 초, 당시 ‘우한 폐렴’으로 불리던 코로나19의 사람 간 감염 사실을 뒤늦게 시인했다. 공산당 국가보건위원회 전문가 팀장이었던 중난산은 2020년 1월 20일 “현재 상황으로 볼 때 사람 간에 전염되는 것이 확실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중국은 이미 2019년 12월 중순부터 코로나19의 사람 간 전염 발생을 알고도 1월 중순까지 한 달가량 사람 간 전염을 부인하며 거짓말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의약 분야 세계 최고 학술지로 꼽히는 ‘뉴 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NEJM)’에 2020년 1월 29일 실린 중국 연구진 논문에서 확인됐고, 이후 언론 보도를 통해 전 세계에 알려졌다.

즉, 중난산은 거짓말로 상황을 감추는 일에 동조하다가 더는 감출 수 없게 되자 사람 간 전염을 알리는 일을 떠맡았을 뿐이지만 관영 언론에 의해 “할말은 하는” 영웅으로 떠받들여졌다.

신화통신은 그를 “인민이 먼저, 생명이 먼저”를 실천하는 의료인으로 추켜세웠다. 소셜미디어에는 전염병 진원지인 후베이성 우한으로 향하는 고속철 열차 내부에서 휴식하는 중난산의 사진이 퍼졌다.

2020년 1월 후베이성 우한으로 향하는 고속철에서 휴식하는 중난산의 모습을 알려지며 중국 소셜미디어에 확산된 사진. | 웨이보

전염병 실상을 감추다가 전 세계의 ‘골든타임’을 놓치게 만든 공산당 당국의 결정적인 실책은 의료인의 활약상 선전에 뒤덮여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그 사이 정의로운 몇몇 진짜 의료인이 진실을 말했지만, 당국의 탄압 앞에 침묵당해야 했다.

중난산은 2002~2003년 중국을 휩쓴 사스(SARS) 사태 때 전국적 인지도를 얻었다. 당시 광저우 의대 제1부속병원 호흡기질환연구소장이었던 그는 공산당이 숨기던 사스의 실상을 밝혀 유명세를 탔다.

이후 중난산은 사실대로 밝히지 않는 공산당 및 정치 지도자들과 달리 ‘사실과 과학에 입각해 용감하게 말하는 인물’로 대중적 이미지를 각인해왔다.

중국, ‘제로 코로나’ 아닌 중증예방 중심

이번 재확산은 한번 감염됐다가 회복된 사람들이 재감염되는 사례가 많다는 점이 특징이다. 중국 수도 베이징의 감염자 증가폭이 가장 크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베이징시 보건위원회는 지난 25일 발표한 2023년 제20주 차(5월 15~21일) 전염병 주간 보고서에 따르면 베이징의 주간 코로나19 감염자 수는 전국 1위를 차지했다. 제17주 차(4월 24~30일)부터 4주 연속이다.

다만, 시 보건위는 정확한 감염자 수는 공개하지 않은 채 베이징 시민들에게 마스크 착용을 다시 권고하고, 시내 주요 대학들을 방역 태세로 전환하도록 했다.

베이징을 제외한 다른 지역에서도 각급 학교와 학생들을 대상으로 외출 자제와 마스크 착용을 권고하는 등 방역 조치가 내려졌다.

산시성은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했으며, 허난성의 한 대학은 수업 장소와 기숙사, 교내 식당에서 소독 작업을 벌였다고 RFA는 전했다.

중난산에 따르면 현재 중국 2차 확산의 주된 바이러스는 오미크론 XBB 계열이다. 그는 “4월 중순부터 시작해 6월 초까지 확산하며, 6월 말 2차 정점에 들어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한 중난산은 “오미크론 XBB는 감염력이 강해 감염자 1명이 3명을 감염시킬 수 있다”며 “감염 예방 자체가 어려워진 만큼, 현재 방역정책은 과거의 감염예방에서 중증예방으로 조정됐다”고 말했다.

이는 ‘제로 코로나’ 대신 어느 정도 확산을 용인하면서 중증 대응에 집중하는 형태의 방역정책을 시행하고 있다는 의미다.

신화통신 역시 질병예방통제센터의 왕리핑(王麗萍) 연구원의 발언을 인용해 “전문가들은 XBB 계열 오미크론 유행이 한동안은 지속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지만, 전국의 전반적인 감염병 상황은 안정적이고 통제 가능한 상황이며, 의료 시스템과 사회의 정상적 운영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중국의) 코로나19 확산 상황이 산발적이며 최근 감염자가 급증하긴 했지만, 1차 유행 때보다는 훨씬 적고 대부분 경증”이라는 왕 연구원 발언을 덧붙였다. 걱정하지 말고 일상생활과 경제활동에 전념하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중국 문제 전문가 리닝은 “중국은 현재 경제회복의 고비에 서 있다. 코로나19 봉쇄 기간 경제 체질이 약해져 더는 과거와 같은 고강도 봉쇄를 견디기 어려워 보인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