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친중반미 콘텐츠에 ‘별풍’ 쏘고 조회수 조작” 대만 전문가

강우찬
2022년 08월 29일 오전 7:27 업데이트: 2022년 08월 29일 오전 10:15

타이베이대 범죄학 전문가, 인권단체 강연서 분석
“시청자로 들어가 친중반미 발언에 ‘별풍’ 우수수”
시청자 신원 확인 어려워…돈의 흐름 조사·차단해야

대만해협의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 중국 공산당(중공)이 대만 내 인플루언서와 유튜버를 통일전선공작의 주된 표적으로 삼고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타이베이대학 범죄학연구소의 선바이양(沈伯洋) 부교수는 최근 대만의 인권단체인 ‘경제민주연합’이 주최한 강연회에서 중공의 통일전선공작 수법에 대해 강연하며 이같이 말했다.

통일전선 공작은 더 강한 적을 상대하기 위해 적과 일시적으로 손잡는 전술이다. 이 과정에서 적 내부에 첩자를 심거나 반대파를 만들어 상대방이 강적과 싸우며 힘을 소모하도록 하는 식이다. 단순히 적 내부에 내통세력을 만드는 전술을 가리키기도 한다.

선바이양은 “중공이 대만을 상대로 가짜뉴스를 퍼뜨리는 심리전과 통일전선 공작을 병행하고 있다”며 “중국 시장에 진출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나 중국과 사업적 거래가 있는 사람들이 표적”이라고 했다.

그는 중공의 수법이 과거에 비해 더 교묘해지고 있다면서 최근에는 반중친미 인플루언서와 유튜버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가지 방법은 이들에게 후원금을 주는 방식이다.

대만 인플루언서나 유튜버가 라이브 방송 시 친중 혹은 반미 이슈를 다루면, 시청자로 위장한 계정을 통해 실시간으로 거액 혹은 소액을 여러 차례 후원금으로 지급한다.

한국의 1인 미디어 플랫폼인 ‘아프리카TV’에서 별풍선을 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를 통해 해당 인플루언서나 유튜버가 더 친(親)중공적인 콘텐츠를 생산하도록 유도한다.

선바이양은 “후원금 지급은 시청자가 자유로이 하는 것이기 때문에 법적으로 규제하기 어렵다”며 “또한 후원금을 낸 사용자의 신원은 해당 플랫폼의 협조가 없으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조회수 조작도 중공이 동원하는 여론 조작 수단으로 추측된다.

여러 영상 플랫폼에서는 조회수가 높은 영상은 더 많은 시청자에게 노출하는 알고리즘을 가동하고 있으며, 시청자들도 조회수가 높은 영상에 관심을 보인다.

선바이양은 “많은 인플루언서가 유튜브뿐만 아니라 틱톡 같은 중국산 플랫폼에도 영상을 전송한다. 중공은 유튜브 조회수가 낮더라도 틱톡에서 조회수를 높이는 방법을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공이 인공지능(AI)을 사용한 가짜 계정도 운영한다고 했다.

이러한 가짜계정은 얼핏 보면 대만인이 만든 시사·논평·뉴스 채널로 보인다. 하지만, 음성은 AI 소프트웨어가 생산한 것으로 내용은 중공이 입장에 맞춰 왜곡돼 있다.

얼핏 세심하지 못한 시청자들은 대만 유튜버의 콘텐츠로 오해한다. 뉴스 내용이 사실이 아님을 알아차리더라도 대만 유튜버가 AI로 허위뉴스를 생산한다는 잘못된 인식을 품게 될 수도 있다.

최근에는 대만 현지인 혹은 중국에 거주하는 대만인에게 원고를 작성하게 하는 식으로 더 교묘하게 속이는 채널도 등장해 진위를 식별하기가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선바이양은 전했다.

선바이양은 또한 “적잖은 대만 인플루언서들은 업체와 계약을 맺고 지시에 따라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에 비슷한 정보를 올린다. 사람들은 여러 명이 비슷한 정보를 올린 것을 보고 이를 진실한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중공은 돈만 내면 되므로 매우 수월하다”고 밝혔다.

이러한 여론 선동에 대응하려면 “돈의 흐름을 조사해야 한다”고 선바이양은 강조했다.

그는 “인플루언서들은 결국 돈 때문에 움직이고 있다. 금전적 연결고리를 폭로해 사람들이 중공 수법에 대해 경각심을 품고 그것을 인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선바이양은 “직접 중공과 관련되지는 않지만 금전적 이익에 이끌려 중공의 선전 공작을 돕는 자국 인플루언서들을 어떻게 다룰 것인지가 민주주의 사회가 직면한 과제”라고 밝혔다.

그는 “이들이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방패 삼아 중공의 입김이 닿은 콘텐츠를 생산, 유포해 대만에 끼친 피해는 계산할 수 없을 정도”라며 시급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대만 당국도 젊은이들 사이에서 큰 영향력을 가진 인플루언서를 노리는 중공의 침투 공작을 경계하고 있다.

자유시보는 5월 중공이 틱톡 인플루언서들을 내세워 대만 젊은이들을 상대로 통일전선 공작과 심리전을 펼치고 있다는 점을 대만 정보당국도 인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중공은 인플루언서들에게 공산당의 정치적 입장과 일치하는 발언을 되풀이하고, 공산당의 이미지를 미화해 중공과 대만 관계에 대한 대만인들의 인식을 바꾸려 한다.

천밍퉁(陳明通) 대만 국가안전국장은 국가안전국이 관계기관과 협력해 중공의 통일전선 공작 사례를 수집하고 감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만에서 중국(홍콩·대만 포함) 관련 업무 전반을 담당하는 정부기관인 대륙위원회는 “중공 관계기관과 협력한 네티즌은 ‘반(反)침투법’ 등 국내법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