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원저우시, 학부모에게 ‘불신앙 서약’ 요구

최창근
2023년 04월 4일 오전 10:00 업데이트: 2023년 04월 4일 오후 1:24

중국 당국이 이른바 ‘불신앙 서약’을 학부모에게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인권 단체 ‘차이나 에이드(China Aid)’는 저장(浙江)성 남부 원저우(溫州)시 인민정부가 관내 유치원생 학부모들에게 신앙 생활을 하지 않을 것을 서약하도록 강요했다고 밝혔다.

‘차이나 에이드’에 따르면 원저우시 당국은 학생 보호자들에게 ‘가족들이 신앙을 갖지 않겠다는 서약서’에 서명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해당 서약서는 학부모들에게 “신앙을 갖지 않고 어떠한 종교 활동에도 참여하지 않으며 어디서도 특정 종교를 선전하거나 유포하지 않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아울러 “중국 공산당 규약, 지방 인민정부 법령, 파룬궁을 포함한 종교 기구에 가입하지 않는다는 규정을 엄격하게 준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해당 서약을 강요하는 곳은 룽완(龍灣)구 공산당 위원회이다. 룽완구 인구 75만 명(2023년 기준) 중 10% 정도가 기독교 신자로 알려졌다. 특히 최근 10년간 신자 수가 급증세이다.

2000년대 들어 원저우에서 기독교를 중심으로 종교 탄압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2014년에는 정부가 교회 십자가와 건물을 잇달아 철거했고, 2017년 8월에는 미성년자의 교회 출입을 엄격히 금지한다는 통지를 내린 바 있다. 이듬해에는 교사, 의료시설 종사자, 시 공무원 등의 종교 활동을 금지했다.

‘차이나 에이드’는 원저우시 룽완구 현지 유치원 교사의 발언을 인용하여 과거에도 유치원생들이 종교 활동에 참여하지 않도록 했지만 어린이 가족까지 모든 종교 활동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한 적은 없었다며 중국 공산당의 종교 자유 억압의 강도가 거세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화인민공화국 헌법은 명목상으로 종교 자유를 보장한다. 다만 종교 활동 참여는 ‘정상적인 종교활동’에 국한된다. 중국 정부는 불교, 도교, 이슬람교, 개신교, 천주교 등 5개 종교 활동만 인정하고 있다. 해당 종교는 삼자애국교회, 천주교애국회 등 중국 공산당의 통제하에 있어야 한다.

국제기독연대(ICC)가 지난해 발간한 중국 내 기독교인 박해 추적 보고서는 “중국 정부는 종교 단체가 공산당 이념에 복종하도록 함으로써 종교를 중국화하려 한다.”고 분석했다. 또 “중국 국가종교사무국과 중국 공산당은 종교에 관한 단 한 가지의 목표를 지니고 있다. 그것은 종교적 영향력이 공산주의 통제를 위협하지 못하도록 막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ICC는 보고서에서 “국가의 승인을 받은 이른바 삼자교회는 중국 공산당이 기독교를 체계적으로 억제하기 위해 사용하는 법적 틀의 일부다. 교회가 국가 승인 교회로 등록되지 않으면 교회는 법을 위반하는 것이며, 중국 공산당은 언제든지 개입하여 교회를 폐쇄할 수 있다. 교회와 개인을 기소하고 참석자들에게 엄청난 사회적 압력을 가한다.”고도 적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