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정권, 션윈 공연 취소 시도…코로나19 관련 허위정보 유포

니콜 하오
2020년 03월 2일 오후 11:11 업데이트: 2020년 03월 9일 오후 10:35

중국 정통 고전무용을 선보여온 션윈(Shenyun) 예술단의 공연 관람을 저지하려는 의도로 코로나바이러스 관련 허위 정보가 SNS를 통해 확산되자, 공연 해당 지역의 보건 당국이 오보를 해명하고 나섰다.

최근 SNS에 ‘일부 션윈 공연자들이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됐다’며 미국 내 공연을 보러 가지 말라는 글이 게시돼 퍼져 나갔다.

이런 소문 때문에 2월 25~26일, 3월 21~26일 공연이 예정돼 있던 유타주에서는 보건당국이 직접 나서 공개적으로 진상을 규명했다.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 보건당국은 공연 하루 전인 24일 트위터를 통해 “본 기관은 그들(션윈단원)을 조사했으며, 션윈 예술단 단원 중 누구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감염됐다고 믿을 만한 근거가 없었다. 이 공연은 유타 주민에게 아무런 위험이 없다”고 밝혔다.

“션윈은 중국이 아닌 뉴욕에 근거지를 두고 있다…소셜 미디어에 부정확한 신종 코로나 소문이 많이 나돌고 있다…거짓되고 부정확한 소셜 미디어 게시물은 (사회에) 해악을 끼칠 수 있다”는 설명도 페이스북에 게재했다.

션윈 웹사이트에 따르면, 2006년 뉴욕에서 설립된 션윈은 중국 전통문화를 되살리기위해 매년 새로운 작품으로 ‘천상의 존재가 추는 춤의 아름다움(神韻)’을 선보이고 있다. 2020년 순회공연은 7개 예술단이 전 세계 160개 도시를 여행할 예정이다.

션윈 공연의 소재는 고대 역사를 다룰 뿐만 아니라 현재 중국 정권이 행하고 있는 파룬궁(法輪功) 박해에 대한 내용도 시현되고 있다. 이로 인해 매년 세계 각국에서 중국 정권이 공연하지 못하도록 방해 공작을 벌여온 사실이 공개되기도 했다.

2006년부터 션윈 MC를 맡아온 리사이 레미쉬는 27일 본지와 인터뷰에서 이번 유타주 사건에 대해 설명했다.

2월 초 솔트레이크시티에 있는 션윈 공연 발권 사무실에 중국인 억양을 한 사람들의 전화가 걸려왔다. 이들은 션윈단이 중국에서 또는 한국에서 막 돌아왔다고 주장하며, 공연을 취소해 달라고 요구했다. 전화를 걸어온 사람들이 욕설하기도 하고 매우 공격적이었다고 레미쉬는 말했다.

미국 유타주 보건부도 본지와 인터뷰에서 이와 유사한 전화를 받았다고 했다.

유타주 보건부의 찰라 헤일리 통신국장은 27일 이메일을 통해 “솔트레이크 카운티 보건부에서 온 전화와 이메일을 통해 우리는 곧 있을 션윈 공연과 관련해 지역사회에서 사실과 다른 소문이 떠돌고 있음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공연 티켓을 소지한 사람들을 안심시킬 가장 좋은 방법은 SNS를 이용해 단원의 결백을 설명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유타주 당국의 도움으로 션윈단은 2월 26일 솔트레이크시티에서 두 차례 공연을 마쳤으며 3월 네 차례 공연을 위해 돌아온다.

중국식 억양의 영어를 쓰며 방해 공작

27일 솔트레이크시티의 션윈 공연 발권 사무실에 걸려온 전화 녹음을 확인한 결과, 중국식 억양의 영어를 구사한 여성 A는 어느 공연단이 구체적으로 어디로 가는지를 알아내려고 했다.

다른 여성 B가 같은 매표소에 전화를 걸어 같은 질문을 했다. 전화를 받은 직원은 담당자에게 문의해 답해주려고 그 여성의 전화번호를 받았다.

레미쉬는 B가 준 전화번호는 A와 같은 번호였다면서 “그러니까 그 두 사람은 서로 관련이 있다. 친구일 수도 친척일 수도 있다”고 전했다.

2월 26일부터 3월 1일까지 6회 공연이 예정됐던 라스베이거스 션윈 발권 사무실에서도 같은 날 중국식 억양의 여성이 같은 질문을 했다.

이 밖에도 레미쉬는 같은 날 중국어 이메일을 받았는데 친한 척하며 레미쉬에게 어디 있는지, 공연을 어디서 하는지, 어느 도시로 갈 예정인지 물어왔다고 말했다. 그는  여러 곳의 미국 공연을 취소시키려는 움직임으로 추측했다.

주한 중국 영사관, 유언비어 유포 의혹

한국에서도 중국 정권은 공연을 막으려는 정황이 드러났다.

2월 11일부터 2월 12일까지 두 차례 션윈 공연이 있었던 울산문화예술회관 매니저가 한 TV 기자의 전화를 받았다. 기자는 “중국 영사관 측에서 션윈 공연단이 우한에서 왔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매니저는 “션윈은 미국에서 왔으며 단원들 대부분이 미국 여권 소지자”라고 설명해 줬다.

션윈 공연단은 한국에서 2월 7일부터 2월 22일까지 5개 도시를 순회 공연할 예정이었으나, 20일 하루 만에 신종 코로나 감염증 발병률이 두 배로 증가해 감염자가 104명이 발생하면서 마지막 두 곳의 공연이 취소됐다.

한국은 2일 오전 기준 총 확진자 4212명, 사망자 22명으로 알려졌다.

레미쉬는 모든 션윈 공연단원이 건강하며, 미국에서는 예정대로 공연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월부터 페이스북과 위챗 등 소셜미디어에 션윈단이 코로나바이러스가 발병한 중국 출신이라는 허위사실을 공유한 중국인이 많았다.

이러한 소문을 불식시키기 위해, 션윈은 2월 1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다음과 같은 성명을 발표했다.

“션윈은 중국이 아닌 뉴욕에 근거지를 두고 있다. 공연단원들은 몇 년 동안 중국에 가본 적도 없고, 최근 중국 사람들과 직접 접촉한 적도 없다. 사실 션윈은 중국에서 공연승인이 나지 않는다.”

그러나 성명을 발표한 후에도 조작된 버전의 성명서가 SNS에 공유되고 중국의 방해 공작이 이어지고 있음을 레미쉬는 발견했다.

중국에서 해당 페이지를 넘겨받아 보도 자료의 본문을 삭제하고, ‘션윈 단원들이 이미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됐다’는 내용을 중국어로 써서 영어로 번역했다고 레미쉬는 설명했다.

지난 14년 동안 중국 공산당 정권은 대사관, 영사관, 친중(親中) 중국단체, 학생 등을 이용해 다양한 전술로 전 세계 션윈 공연을 비방하고 공연을 방해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