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 세계 96개 항구에 투자…선박에 공산당 지부도

강우찬
2022년 10월 24일 오후 2:06 업데이트: 2022년 10월 24일 오후 2:06

글로벌 물류 데이터 수집…군사 활용 우려도

중국이 세계 96개 항만시설 지분을 확보해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글로벌 물류 네트워크 장악과 동시에 군사적 이용 가능성도 제기된다.

최근 뉴스위크는 해상화물운송(해운) 분야 세계적 대기업인 중국 국유기업 중국원양운수집단(COSCO·코스코) 자료를 인용, 이 회사 소속 선박에 공산당 서기(당 서기)가 승선해 승무원들을 상대로 ‘정치학습’을 진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의 해운 정책은 코스코를 중심으로 수립·시행되고 있다. 코스코는 2016년 1월 중국의 양대 국유 해운사인 중국원양운수그룹과 중국해운그룹의 합병으로 출범한 초거대 해운사다.

이 회사는 자사 선박을 ‘중국의 움직이는 영토’로 간주, 공해나 해외 항만시설에서도 중국 공산당의 규정에 준거한 활동을 펼친다. 각 선박에도 공산당 지부를 설치하고 당국자를 탑승시켜 승무원들에게 이념 교육을 시행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모든 승무원은 해외 항구에 체류하는 동안 외국 적대세력이 허위 증거를 수집하는 것을 경계하고 당의 이익과 권리를 수호할 의무가 있다. 회사 정관에는 당의 지도와 요구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코스코는 선박 외에 프랑스와 미국, 아프리카 등에 위치한 해외 사업소에도 총 12개의 당 지부를 두고 직원들에게 중국 공산당의 규정에 따르도록 하고 있다.

중국 광밍르바오(光明日報·광명일보)는 2020년 1월 기사에서 코스코 내부에 205개의 공산당 위원회와 144개의 당 지부가 설치됐으며, 회사 소유의 모든 선박에 당 조직과 당서기를 두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오성홍기(중화인민공화국 국기)를 게양한 원양 선박은 움직이는 국토이며, 승무원들의 정치사상은 선박의 생명선”이라고 전했다. 해운업과 무관한 정치사상을 선박의 ‘생명’이라는 주장은 코스코라는 기업의 성격을 잘 보여준다.

중국은 호주 북부의 다윈항, 채무 함정에 빠진 스리랑카의 함반토타항을 포함한 세계 96개 항만시설 운영권 혹은 지분을 취득해 왔다.

독일에서는 중국 물류그룹이 빌헬름스하펜 항구에 새로운 물류센터를 건설하기 위해 20만m² 부지를 99년간 임대했다. 이 항구에서 약 5㎞ 떨어진 헤펜저그로덴에는 독일 최대 해군물류기지가 있으며, 독일 해군 함선 건조·수리, 잠수함 기항,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연합훈련이 진행된다.

중국의 해외 항만시설 확보에는 코스코도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코스코 산하 자회사는 현재 독일 함부르크에 있는 컨테이너 터미널의 운영권 지분 35% 취득을 추진해 독일 안팎에서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유럽연합(EU)집행위원회는 독일 정부에 코스코의 투자를 승인하지 말도록 경고했다.

미국 정부는 전 세계 공급망 디지털화에 따라 항만·물류 업계에서 대량의 기인·기업·물류 데이터를 취급하고 있다는 점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중국은 이러한 데이터를 접근·축적할 뿐만 아니라 중국산 네트워크 시스템을 도입해 외국 기업은 물론 외국의 지방정부 데이터에도 접근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중국은 ‘국가교통운수물류공공정보플랫폼(LOGINK·로징크)’이라는 해운정보 네트워크를 관리하고 있으며, 제휴기업·기관을 통해 국제 물류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다.

미국 의회 자문기구 ‘미중 경제안보검토위원회(USCC)’는 지난달 발표한 보고서에서 중국 공산당이 로징크를 통해 외국 기업이나 정부의 기밀 데이터에 접근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회는 중국이 로징크를 평시에는 감시용으로 사용하다가 위기· 분쟁 시 항만 운영자를 통제하거나 방해하는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이 시스템을 통해 글로벌 물류를 한눈에 파악해 우크라이나와 대만해협으로 수송되는 무기나 탄약, 미군의 이동 등을 감시하고 이를 교란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미국 해군참모대학의 해군작전 전문가 아이작 카튼은 중국이 운영권 혹은 지분을 취득한 전 세계 96개 항구 중 최소 32곳은 중국 해군함선의 ‘테크니컬 스톱(technical stop·급유 등을 위한 단기 정박)’을 허용하고 있다며 군사적 이용 가능성을 우려했다.

중국이 투자한 항구 대부분은 중국의 거대 경제권 구상인 ‘일대일로’ 사업에 통합돼 있다. 중국이 운영권을 취득한 그리스 최대 항구인 피레우스항은 유럽·아프리카·아시아가 교차하는 해운 요충지에 위치하고 있다.

리암 폭스 전 영국 국제통상장관과 로버트 맥팔레인 전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이 2021년 영국 데일리메일에 기고한 글에 따르면, 중국 공산당이 출자한 96개 항구 중 일부는 해상무역의 요충지에 있으며, 이를 통해 중국은 무기 하나 배치 없이 전략적 우위를 점할 수 있다.

이들 항구는 대서양, 인도양, 태평양, 지중해에 퍼져 있으며 상당수는 말라카해협과 수에즈운하, 도버해협(영불 해협) 등 중요한 해상 교통로에 인접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