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통 건축미의 정수 ‘천단’…”마천루 빌딩보다 심오해” 전문가

가오톈윈
2019년 02월 13일 오후 8:55 업데이트: 2024년 02월 19일 오후 3:21

천단(天壇)은 하늘과 서로 연계돼 있다. 기나긴 통로를 지나 남에서 북으로 가다 보면 푸르른 소나무와 측백나무로 둘러싸인 가운데 높고 아득한 하늘을 느끼며 하늘의 ‘지고무상’함을 느낄 수 있다.

천단은 베이징성 남쪽에 위치한 거대한 정원으로, 명청(明靑) 두 왕조에서 역대 제왕들이 하늘에 제사를 지내고 오곡의 풍요를 기원하던 장소다. 일설에 따르면 프랑스의 한 건축 전문가가 이곳을 둘러본 후, 마천루 빌딩도 천단공원의 기년전(祈年殿)과 같은 높고 크고 심오한 경지에 이르지 못하고, 예술 수준 역시 기년전에 못 미친다며 감탄했다고 한다.

하늘과 제천(祭天)

하늘은 중국 전통 신앙 체계의 핵심 개념 중 하나다. 설문해자에서는 ‘천’(天)은 ‘지고무상’의 의미가 있다고 한다. 천은 ‘지(地)’의 상대개념으로 지칭할 수도 있고 광의의 대자연, 우주를 지칭할 수도 있다. 또 모든 것을 통치하는 최고의 신, 즉 황천(皇天), 호천(昊天), 황천상제(上帝), 호천상제(上帝) 등을 지칭하기도 한다. 창천(苍天), 상창(上苍), 노천야(老天爷) 등의 말이 바로 이런 의미를 지닌다.

고대 중국인들은 ‘천인합일’의 우주관을 지녔고 ‘하늘의 뜻’에 순종했다. 황제도 스스로를 ‘천자’로 칭하며 “하늘을 받들어 운을 이어받는다(奉天承運)”고 했다. “하늘에 눈이 있다”거나 “나쁜 일을 저지르면 천벌을 받는다”는 말도 모두 상천(上天)에 대한 겸손과 순응을 나타낸 것이다.

화하(華夏‧중국을 일컫는 고대 명칭, 즉 ‘중화’) 민족은 상고시대부터 이미 제천(하늘에 올리는 제사)활동을 거행했다. 서주(西周) 시기에 천자가 직접 상제에게 제사를 올리는 제천의식이 확립됐고 백성들은 조상을 통해 하늘에 제사를 지내면 상제가 덕행이 있는 사람에게 복을 내렸다.

역대 제왕들은 모두 천지(天地)에 올리는 제사를 아주 중시했으며, 제사 올리는 건축은 도성 건설에서도 가장 막대한 인력과 재력, 그리고 최고의 기술을 투입했다. 고대 황제는 제사를 지내기 전에 목욕재계를 했고 제사를 지낼 때는 황제가 문무백관을 거느리고 예배하고 제물을 올려 하늘의 은혜에 감사드리고 순조로운 날씨로 풍년이 들길 기원했다.

천단과 하늘

천단의 면적은 273만m²로, 현재 중국에서 최대 규모이자 최고 등급의 고대 제사 건축군(群)이다. 명나라와 청나라 시기를 거치며 총 22분의 황제가 이곳에서 제사를 올렸다.

천단이 처음 건축된 것은 영락 18년(1420년)이고 청나라 건륭제와 광서제 시기에 중건됐다. 천단은 내단과 외단으로 나뉘는데 ‘回’ 자 모양을 띤다. 주요 건축은 모두 내단에 집중돼 있다. 내단은 또 남북 두 부분으로 나뉘는데 북쪽의 기곡단은 봄가을에 풍년을 기원할 때 사용했고, 남쪽의 환구단(圜丘壇)은 동지에 하늘에 제사를 지낼 때 사용했다. 두 단은 모두 남북축선(南北軸線) 위에 있으며 그 사이에 땅을 높여서 가운데 통로(甬道)를 만들었는데 단폐교(丹陛橋)로 연결돼 있다.

천단 기곡단(祈谷壇)의 조감  | 에포크타임스내단의 4대 건축은 기곡단, 환구단, 재궁(齋宫‧황제가 제사를 지내기 전에 재계하는 장소) 및 신악서(神樂署‧제사에 사용하는 춤과 음악을 관장하는 곳)다. 모두 92개의 고건축이 있는데 여기에는 기년전, 황간전, 환구, 황궁우, 무량전, 장랑, 쌍환만수정, 회음벽, 삼음석, 칠성석 등의 여러 가지 명승고적이 포함돼 있다.

1998년 11월, 천단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세계유산위원회의 평가에 따르면 천단은 전체적인 배치뿐 아니라 단일 건축물에서도 모두 천지간의 관계를 반영하며 이 관계는 중국 고대의 우주관 중에서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한다고 언급했다. 동시에 이 건축물들은 또 제왕과 장상(將相)이 이 관계 중에서 차지하는 독특한 역할을 체현하고 있다.

웅장한 건축, 뛰어난 성취

천단은 배치가 엄밀하고 설계가 독특해서 광활하고 아득히 높은 하늘을 두드러지게 한다. 원내에서 웅장한 기세의 건축물과 빽빽한 거목이 어우러져 장엄하고 엄숙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천단의 건축 특색은 고대의 철학, 역사, 수학, 역학, 미학, 화성학, 생태학을 한데 모았으며 중국 전통문화의 사상과 내포를 충분히 체현하고 있다. 음양, 오행, 천상, 존비(尊卑) 질서 등이 모두 그 속에 있다.

우선 담벽의 형상에 깊은 뜻이 담겨 있다. 남쪽 담장의 모서리는 모두 직각인 반면 북쪽 담장은 원형을 이뤄 천원지방을 상징하는데 흔히 천지장(天地墻‧천지의 벽)이라 불린다. 단(壇) 내부의 주요 건축물은 대부분 푸른색 유리 기와를 사용해 하늘의 색을 상징한다.

기년전과 황궁우(皇穹宇) 두 건물은 모두 원뿔형이며 외부의 기단과 처마가 위로 올라갈수록 수축되게 만들어 생동감과 함께 점점 하늘에 다가가는 느낌이 들게 했다. 이 외에도 기년전은 천상열주(天象列柱)를 따랐고 환구단은 양수를 중시하는데 이는 전통문화와 긴밀히 관련돼 있다.

천단 기곡단(祈谷壇) | 에포크타임스

천상과 합치하는 기년전(祈年殿)기년전은 기곡단의 중앙에 위치하며 천단에서 가장 웅장하고 화려한 건축이다. 원형의 거대한 이 전각은 3층 6m 높이의 석대(기곡단) 위에 직경 32.72m, 높이 38m의 황금 장식이 달린 3층 청기와로, 기세가 대단하다.

원래 명칭은 대기전(大祈殿) 또는 대향전(大享殿)인데 건륭 16년(1751년) 수리하면서 지금의 이름으로 바뀌었다. 광서 15년(1889년)에 벼락이 떨어졌으나, 수년 후 원래 모습대로 중창했다. 모든 공사는 청나라 건축 규정 중에서 최고 등급으로 진행됐다.

기년전의 내부 구조는 정교하고 화려하면서도 웅장하다. 대전에는 큰 대들보나 긴 도리를 사용하지 않고 단지 녹나무 기둥에 서까래만으로 맞물려 지붕을 지탱하게 했다. 중앙에 있는 4개의 용기둥은 4계절을 상징하고 12개의 금기둥은 1년 12달을 상징하며 밖의 12기둥은 하늘의 12시진을 상징한다. 또 중층과 외측을 더하면 24절기를 상징하고 3층의 거대한 기둥은 총 28개로 28수를 상징한다.

전각 안 중앙에 가지런히 놓인 원형의 대리석에는 천연의 용봉무늬가 있어 천정과 주변에 그려진 용봉 및 구름 문양과 조화를 이룬다.

기년전 내부 모습 | Dennis Jarvis/Flickr

환구단(圜丘壇)의 수학적 묘용(妙用)환구단에 만들어진 3층의 노천 원형대(臺)는 하늘을 상징한다. 모두 3층인데 각 층의 4면에 모두 9등급의 계단이 있다. 고대에 1, 3, 5, 7, 9 등 홀수는 양수 또는 천수(天数)로 불렸다. 3층단을 이루는 돌과 주변 난간의 수는 모두 9 또는 9의 배수로 돼 있다.

환구단의 가장 높은 층의 대(臺)는 직경이 9장(丈)이라 ‘일구(一九)’로 불리며 중간단은 15장이라 ‘삼오(三五)’라 불리며 맨 아래층은 21장이라 ‘삼칠(三七)’이라 불린다. 3층의 직경을 다 더하면 모두 45장이 되는데 이 역시 9의 배수가 된다. 제1층의 난간은 72개, 2층은 108개, 3층은 180개로 모두 합하면 360개가 되는데 이는 하늘의 주천(周天) 도수(度數)에 해당한다.

천단 환구의 천심석(天心石) | 에포크타임스

최상층의 단 중앙에는 원형의 석판이 있는데 이를 ‘천심석(天心石)’이라 한다. 사람이 천심석 위에 서서 큰 소리를 지르거나 두드리면 즉각 거대한 반향음이 들리는데 마치 한 번 부르면 100명이 응답하는 것 같다. 천심석 주위에는 9층의 부채꼴 모양 석판이 있다. 첫 번째 영역에는 9개, 두 번째는 18개로, 9의 배수로 증가해 마지막 아홉 번째는 81개가 된다.중단은 10번째 원부터 시작하는데 90개의 부채꼴 석판이 두르고 있다. 이 역시 9의 배수다. 또 하단에는 19번째 원부터 시작하는데 27번째 원까지 모두 3402개의 석판을 사용했다.

천단환구(天壇圜丘) | Ian and Wendy Sewell/Wikimedia Commons

단폐교(丹陛橋)단폐교는 내단의 남북주축선 위에 있으며 전체 길이는 360m, 폭은 30m인데 북으로 기곡단, 남으로 환구단과 연결된다. 다리 중심선의 석판을 ‘신도(神道)’라 하며 좌우측의 돌길을 각각 ‘어도(御道)’ ‘왕도(王道)’라 한다. 천제와 신령은 신도로, 황제는 어도로, 왕공 등의 대신은 왕도로 다닌다.

다리는 전체적으로 남쪽에서 북쪽으로 가면서 높아지다 기년전에 이르는데 이는 황제가 승천함을 상징한다. 이 외에도 인간 세상에서 천상에 이르는 아득한 노정을 은유하기도 한다. 관람객들이 이 길을 따라 걷다가 양옆을 돌아보면 울창한 소나무 숲과 측백나무 숲을 볼 수 있다. 저 멀리 파란 하늘이 보이면 마음속으로 표현하기 힘든 광활하고 웅장한 느낌이 든다.

북송의 사학자 사마광은 《책문왕도(册问王道)》에서, “왕은 천명을 받아 사해에 임하는데 위로는 하늘의 질서를 받들고 아래로는 사람의 질서를 바로잡는다”고 했다. 이처럼 신성한 군주의 위엄이 천단에서 교묘하게 사물로 표현된다.

천단의 장관, 예스러움과 전아함은 수백 년의 풍상을 거치면서도 여전히 사람들의 이목을 끈다. 천단에는 비범하고 독특한 아름다움, 전통의 내포에서 우러나오는 박대정심(博大精深)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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