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직 고위 경제관료 과거 발언 재조망 “홍콩의 특별지위, 대체 불가능”

판 위
2020년 05월 30일 오후 2:52 업데이트: 2020년 05월 30일 오후 10:23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홍콩의 특별지위를 박탈하기로 한 가운데, 홍콩은 중국 경제에서 대체할 수 없는 가치를 지닌 도시라는 중국 전직 고위 경제관리의 과거 발언이 화제가 됐다.

황치판 중국국제경제교류센터 부이사장은 지난해 9월 금융전문가들이 모인 상하이의 한 포럼에서 “홍콩은 베이징·상하이·선전이 아무리 발달해도 대체할 수 없는 도시”라고 발표했다.

중국 공산당 의회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재정경제위원회 부위원장, 충칭 시장 등을 지낸 황치판은 1980년대 중국의 경제수도인 상하이 발전계획에 깊게 관여한 인물이다. 이후 충칭으로 자리를 옮겨 최고위직에 올랐다가 지난해 퇴임했다.

황치판은 지난해 9월 상하이에 열린 난카이(南開)금융 수석이코노미스트 포럼에서 ‘신시대 중국 개방의 새로운 구도, 특징과 중미 무역마찰’을 주제로 한 강연에서 다른 모든 중국 도시와 차별화되는 홍콩의 특수성을 “일국양제”라고 단언했다.

한 국가 두 체제를 뜻하는 ‘일국양제’는 지난 1997년 홍콩을 반환받은 중국이 홍콩에는 본토와 달리 자본주의와 시장경제를 보장하겠다며 약속한 제도였다.

황치판은 이 포럼 강연에서 “홍콩은 우리나라(중국)의 금융·무역·해운 중심지이자 중요한 경제중심지이다. 그렇다면 마찬가지로 금융·무역·해운 중심지인 베이징이나 상하이, 선전과는 어떻게 다른가? 바로 일국양제다”라고 말했다.

그는 “20~30년이 흘러 상하이·선전·칭다오 같은 곳을 합한 경제 규모가 홍콩의 2~3배, 5배를 넘게 되더라도 홍콩을 대체할 수는 없다. 단순한 경제 규모의 합계가 많고 적음만으로는 홍콩의 가치를 따질 수 없다”고 말했다.

황치판은 그 이유로 일국양제가 보장하는 홍콩의 자본주의를 꼽았다.

일국양제 하에서 가동되는 홍콩의 자본주의 시스템은 홍콩뿐만 아니라 중국 전체의 발전에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황치판은 “10~20년 뒤면 중국 본토 경제력이 성장해 자연히 홍콩을 추월할 것이다. 홍콩 인구는 겨우 7백만 정도다. 인구 수천만~1억인 본토 도시와는 비교하면 당연한 현상”이라며 “그러나 홍콩은 자본주의 시스템이고 국제적인 인재들이 모여 있다는 점에서 단순히 경제 수치 비교는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홍콩은 중국의 외자 유치 창구로 매년 중국이 유치하는 외국 자본의 50% 이상을 조달했다. 지난 40년간, 중국으로 들어오는 외국 자본의 규모가 수십억에서 천억 달러 이상으로 급상승했지만, 이 비율은 한 번의 예외도 없이 그대로 유지됐다.

황치판은 “지난 2006년부터 상하이의 경제 규모가 홍콩을 추월하기 시작했고, 2016~2017년에는 선전의 경제 규모가 홍콩을 추월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지난해(2018년) 홍콩의 외자 유치 비율은 중국 전체의 54%였다”라며 “우리나라(중국)의 경제 규모가 아주 작았을 때 홍콩의 외자 유치 비율은 50%였는데 지금 중국의 경제 규모가 이미 100조 위안(한화 1경 7천407조 원)에 달했는데도 여전히 홍콩이 외자에서 차지하는 비율에는 큰 변동이 없다”고 분석했다.

이어 “홍콩은 지리적으로는 협소한 지역이지만, 지난해(2018년) 중국과 무역 규모가 7천억 달러였다. 같은해 세계 경제 1위, 2위인 미국과 중국의 무역 규모는 6천5백억 달러였다. 인구 700만인 홍콩과 무역 규모가 더 컸던 것은 전 세계 무역의 중심지 역할을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황치판은 이러한 홍콩의 엄청난 경제적 역할에 대해 “전 세계 대부분이 자본주의 국가이며 자본주의 경제체제이기 때문”이라며 홍콩의 대체 불가함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한편, 황치판의 상하이 포럼 강연은 일주일 뒤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를 통해 영상으로 공개됐다.

해당 영상에는 날카로운 분석이라는 평가와 함께 다양한 반응들이 이어졌다.

한 네티즌은 “홍콩이 대체 불가능한 것은 글로벌 자본주의자들에게 통일전선전술을 구사하는 창구였기 때문이었군”이라고 꼬집었고, 또 다른 네티즌은 “자본주의가 그렇게 좋은데 왜 자본주의를 도입하지 않느냐”며 “소수의 집권층이 이익을 독식하기 위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홍콩의 가치는 결국 자유 때문이었다”라는 반응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