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장진호 전투는 기적” 尹 대통령 발언에도 반발…항미원조 주장

최창근
2023년 04월 28일 오후 9:24 업데이트: 2023년 05월 25일 오후 3:38

중국 정부의 윤석열 대통령 방미(訪美) 중 일거수일투족에 대한 딴지 걸기가 지속되고 있다. 이번에는 6·25전쟁 중 ‘장진호 전투’이다.

윤석열 대통령을 4월 27일, 미국 의회 상·하원 합동연설에서 6·25전쟁 중 미군이 중국 인민지원군에 맞서 싸운 장진호 전투를 언급하며 “기적 같은 성과”라고 표현했다.

연설 중 “미국 해병대 제1사단은 장진호 전투에서 중공군(인민지원군) 12만 명의 인해전술을 돌파하는 기적 같은 성과를 거뒀다. 장진호 전투에서만 미군 4,500명이 전사했고, 6·25 전쟁에서 미군 약 3만 7000명이 전사했다.”고 구체적으로 언급하며 혈맹(血盟)으로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중국 외교 당국은 해당 표현에 강력 반발했다. 4월 28일,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의회 연설 관련 질문에 다음과 같이 답했다. “나는 항미원조(抗美援朝·6·26전쟁에 대한 중국식 표현)전쟁의 위대한 승리가 중국과 세계에 중대하고 심원한 의의를 갖고 있음을 강조하고 싶다.”고 답했다. 6·25전쟁은 미제(美帝·미 제국주의)의 침략에 맞서 조선(북한)을 도운 전쟁이라는 역사관을 그대로 투영한 것이다. 이는 북한의 남침으로 시작된 6·25전쟁을 두고서 ‘미국이 시작한 전쟁’이라는 정반대 관점도 함유하고 있다.

장진호 전투와 관련해서 마오닝 대변인은 과격한 언사도 사용했다. 그는 “어떤 나라든, 어떤 군대든 역사 발전 흐름과 반대편에 서서 힘을 믿고 약자를 괴롭히고 시대 흐름에 역행하면서 침략을 확장하면 반드시 머리가 깨지고 피를 흘릴 것이라는 강철 같은 사실을 세상에 알린다.”고 강조했다.

장진호전투는 현대전에서 미군과 중국 인민해방군이 전면 대결한 첫 전투이다. 미국 해병대 제1사단이 주축이 된 유엔군에 맞서 펑더화이(彭德懷)가 지휘하는 인민해방군이 인해전술을 펼쳤다. 1950년 11월 27일부터 12월 11일까지 펼쳐진 전투에서 미국 해병대 제1사단은 전사상자 3,637명, 비전투전사상자 3,657명을 기록했다. 중국 인민해방군 제9병단은 장진호 전투로 무력화되었는데 10월 15일부터 12월 15일까지 전사 25,000명, 부상 12,500명에 가까운 사상자가 발생했다.

2004년 당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해병대 제1사단을 방문하여 “6·25전쟁 당시 미국 제1해병사단은 북한의 장진호 부근에서 인민해방군 10개 사단에 포위됐지만 적의 7개 사단을 격파하는 대승을 거둬 해병대의 위대한 전통을 세웠다.”고 상찬하기도 했다.

중국은 이른바 항미원조 전쟁 중 발생한 장진호 전투를 ‘위대한 승리’라고 평가하고 있다. 그 연장선상에서 ‘장진호’ 영화를 제작하기도 했다. 2021년 개봉된 영화는 미·중 전략 경쟁이 심화되는 와중에 애국심을 고취하고 미국에 대한 적대감을 키우기 위해 제작된 일종의 프로파간다 영화이다. 제작과 배급에는 중국 공산당 중앙선전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다. 미군을 비하하고 인민해방군을 영웅화하는 것이 주 내용이다. 엑스트라로 인민해방군 7만 명 이상을 동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화 ‘장진호’는 한(韓)민족의 운명을 바꾼 중국의 6·25전쟁 참전에 대해 ‘항미원조는 정당하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한미 정상회담 중 ‘대만’ 문제를 언급한 것에 대한 문제 제기도 지속됐다. 4월 27일 밤, 류진쑹 중국 외교부 아주사(司) 사장(국장)이 강상중 주중국 한국대사관 정무공사를 ‘약견(約見)’했다. ‘약속하고 회동한다’는 뜻을 지닌 약견은 중국 외교부가 자국 주재 타국 외교관을 외교부 청사나 기타 장소에서 만나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을 의미하는 중국식 외교 용어이다.

중국 공산당 베이징시위원회 기관지 ‘베이징일보’는 4월 28일 보도에서 류진쑹 사장이 강상욱 공사와의 약견에서 ‘엄정 교섭’을 제기했다고 보도했다. 엄정 교섭은 외교 경로를 통한 항의를 의미한다.

해당 만남에서 류진쑹 사장은 “대만 문제에 대한 중국의 엄정한 입장을 강조하며 한국 측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확실히 지킬 것을 촉구했다.”고 중국 외교부는 밝혔다. 외교부 청사에서 이뤄진 만남은 40여 분간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대사가 아닌 공사를 불러 항의한 것에 대해선 “공동성명이 기존 발표보다 수위가 높지 않았기 때문일 수 있다”며 “대만 문제가 포함돼 있어 그냥 넘어갈 수는 없었을 것이다.”라고 베이징일보는 보도했다.

지난 4월 26일 미국 워싱턴에서 발표된 ‘한미동맹 70주년 기념 한미 정상 공동성명’에는 “양 정상은 역내(域內) 안보와 번영의 필수적인 요소로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재확인했다.”고 명시됐다. 성명은 “양 정상은 불법적인 해상 영유권 주장, 매립 지역의 군사화 및 강압적 행위를 포함하여 인도·태평양에서의 그 어떤 일방적 현상 변경 시도에도 강력히 반대한다.”고도 명시하여 중국의 대만해협, 남·동중국해에서 영유권 주장 등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미국 방문을 앞두고 4월 19일, 보도된 영국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대만해협의 군사적 긴장 상황과 관련, “이런 긴장은 힘으로 현상을 바꾸려는 시도 때문에 벌어진 일이며, 우리는 현상 변경에 절대 반대한다는 입장이다.”라고 밝혔다.

이후 중국은 이른바 핵심이익이자 민감한 문제인 대만해협 문제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이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고 항의하며 “불에 타 죽는다.” 등의 격한 표현을 사용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