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의법치국’ 최대 걸림돌은 정법위원회

2017년 10월 26일 오전 10:53 업데이트: 2019년 11월 8일 오후 6:00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중국 공산당 제19차 전국대표대회(이하 19차 당대회) 첫날 업무보고에서 “전면적인 의법치국은 국가 통치의 ‘혁명’으로서, 법치를 엄격히 실행하기 위해 ‘당 중앙 전면적 의법치국 영도소조’를 설립해 법치중국 건설을 진두지휘할 것”이라며 “어떤 조직과 개인도 헌법과 법률을 초월해 특권을 누릴 수 없다”라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18차 당대회 때도 ‘의법치국’을 언급했지만 이번 발언은 한층 더 강화된 것이다. 베이징(北京) 학자인 궈쉬쥐(郭旭舉)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18차 당대회에서도 의법치국을 높이 외쳤지만 움직임이 전혀 없었다. 이번에는 ‘의법치국 영도소조’ 설립으로 정법 계통 정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본다”라고 밝혔다.

현재 여러 전문가는 정법위원회(이하 정법위)가 의법치국의 최대 걸림돌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중국의 저명한 변호사인 장짠닝(張讚寧) 둥난(東南)대학 법학원 교수는 “18차 당대회 때는 정법 계통의 방해 공작으로 의법치국 추진력이 약했다”라면서 “정법위는 중국 공산당(이하 중공) 당장(黨章)이나 법률, 헌법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악성 종양 같은 불법조직”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법률 밖 조직인 정법위가 헌법에 의해 설립된 법원, 검찰원 등 권력기구들을 관리했는데 말이 되느냐”라며 “이 때문에 정법위는 중국 최대의 위헌 요소”라고 주장했다.

장 교수에 따르면 정법위는 장쩌민(江澤民) 전 국가주석 이전부터 존재했다. 자오쯔양(趙紫陽)이 정법위를 해체하려 했으나 ‘6.4 천안문 사태’가 발생하면서 무산됐고 장쩌민 집권 시기를 맞아 오히려 제2의 권력 핵심으로 부상했다. 그는 정법위가 중국 법제를 크게 후퇴시켰다고 봤다.

장톈융(江天勇) 인권변호사는 “오랫동안 중요하거나 민감한 사건은 모두 정법위가 결정했다. 어떤 사건은 판사가 심사만 하고 판결을 하지 않았고 심지어 법원장과 재판위원회조차 판결을 내리지 못했다. 그들은 단지 허수아비일 뿐 실제 판결은 정법위에서 했다”라고 밝혔다. 최근 중앙 정법위 서기는 중국 지방의 안정 유지를 이유로 권력을 확대했고 그에 따라 지역 정법위 계통도 그야말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다.

정법위 ‘정변 혐의, 시진핑 암살 시도

19차 당대회 둘째 날, 정법 계통의 수장이었던 저우융캉 등 장쩌민파 관료 6명에게 처음으로 ‘정변’ 혐의가 붙었다. 류스위(劉士余) 증권감독관리위원회 주석은 중앙 금융계통 대표단 회의에서 “중앙 금융은 지난 5년간 보시라이(薄熙來), 저우융캉, 링지화(令計劃), 쉬차이허우(徐才厚), 궈보슝(郭伯雄), 쑨정차이(孫政才) 등을 특별조사했다”라면서 “이들은 당내 높은 지위와 엄청난 권력을 누리면서 완전히 부패했고 국가 권력마저 찬탈하려 했다”라고 비난했다.

장짠닝 교수는 앞서 이들 6인의 배후에는 중국 공산당 전(前) 당수인 장쩌민과 정치국 상무위원 쩡칭훙(曾慶紅)이 있다고 밝히면서 “아주 명백한 것은 시진핑 집권의 최대 위협이 당 내부에서 시작되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법위는 시진핑의 집권과 그의 신변 안전을 직접적으로 위협하고 있다. 시진핑은 이미 여러 차례 암살 위기를 넘겼는데 모두 정법위와 관련이 있다”라고 덧붙였다.

장 교수는 중공의 파룬궁(法輪功) 박해도 꾸준히 비판해왔다. 그는 법정에서 파룬궁 수련자를 변호할 때 “파룬궁 수련자들의 주요 혐의로 지목돼 왔던 소위 ‘형법 300조 법률 실시 파괴’는 근본적으로 날조한 것”이라면서 “장쩌민이야말로 범죄를 저지르고 법률 실시를 방해 및 파괴하고 있다”라고 지적한 바 있다.

정법 계통의 지난 5년

18차 당대회에서 정치국 상무위원이 9명에서 7명으로 줄면서 정법위 서기였던 저우융캉이 퇴출당했다. 며칠 후 중국정부는 멍젠주(孟建柱) 공안부장을 후임으로 발표했다. 이런 일련의 조치는 정법위의 지위 격하로 풀이됐다.

2013년 1월 7일, 멍 부장은 전국 정법업무 화상회의에서 반백년간 병폐였던 노동교양제도 폐지를 선언했다. 중국 정부는 연말이 돼서야 이 사실을 외부에 알렸다.

2014년 1월 7일, 시진핑은 중앙 정법 업무회의에서 “잘못된 집행자 명단이 모두 기록돼 있다. 문제가 생기면, 전부 당신에게 책임이 넘어갈 테니 지금 멋대로 하다가 훗날 청산을 조심해라. 나중에 다 밝혀질 것”이라면서 “이런 일을 하지 마라. 머리 석 자 위에 신명이 있으니 반드시 경외심을 가져야 한다”라고 경고했다.

언론은 해당 발언을 줄곧 보도하지 않다가 19차 당대회를 앞두고 당국이 내놓은 10부작 정치 특집프로그램 ‘끝까지 개혁(將改革進行到底)’의 제4편 ‘사회의 공평과 정의 수호’에서 공개했다.

2014년 7월 29일, 정부는 70자 발표문을 통해 중앙기율위가 저우융캉을 입건해 조사하는 중이라고 전했다. 외부에서는 ‘형벌은 대부까지 미치지 않는다(刑不上大夫)’는 관례를 깨고 전(前) 정치국 상무위급의 고위 관료를 처벌하는 최초 사례가 될 것으로 내다보았다. 같은 해 10월 28일, 베이징 당국은 ‘의법치국 전면 추진에 관한 중대 문제에 대한 결정’을 발표했다.

저우융캉이 체포된 후, 중공 정법계통의 일부 관료들이 차례로 낙마했다. 19차 당대회 4일 전, 우아이잉(吳愛英) 전 사법부장(법무장관)이 심각한 문제로 조사 중이라는 사실이 알려졌다. 결국 우 전 부장은 7중전회 심의를 거쳐 당적이 박탈돼 18차 당대회 이후 18번째로 낙마한 중앙위원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