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원자재 가격 상승에 거시경제 관리로 억제 시도

2021년 06월 4일 오후 6:43 업데이트: 2021년 06월 4일 오후 8:55

중국의 원자재 가격 상승이 이어지며 제조업체의 경영난이 심화되자 중국 당국이 거시경제 관리를 통한 억제를 시도했지만, 별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제일재경 21일 보도에 따르면, 올해 들어 국제 및 중국 시장에서 대종상품(벌크스톡)의 가격이 폭등하고 주요 공업 원재료인 나사, 핫코일, 구리 등의 가격은 연초 이후 약 30% 상승했다. 지난 1년간, 대종상품의 가격 상승폭은 100%를 넘어섰고, 구리 가격은 한때 130%까지 치솟았다.

리커창 중국 국무원 총리는 지난 3월 난징 일부 지방정부의 주요 책임자 화상회의를 주재하면서 “복잡한 국제환경이 초래한 여러 방면에서의 영향 중, 특히 대종상품 가격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리 총리는 4월 금융 안정 실무회의에서는 “물가의 기본적인 안정 유지, 특히 대종상품의 가격 추세에 주의해야 한다”고 했고, 이어 경제인 좌담회에서는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원가 상승 압박이 크다’는 기업인들의 하소연에 “시장관리를 강화해 원가 상승 압박을 완화해야 한다”고 했다.

리 총리는 5월 중 국무원 상무회의를 세 차례 주재하고 각 부처에 원자재 가격 안정 및 공급 보장을 통한 경제의 안정적 운영을 요구했다.

또한 24일에는 저장성(浙江省) 닝보시 시찰 일정을 수행하며 10여개 제조업체 관계자들로부터 원자재 가격 상승의 영향을 직접 듣고 해결 방안을 모색했다.

동시에, 중공 국가발전개혁위원회, 공업정보화부, 국무원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 시장감독관리 총국, 증권감독위원회 등 5개 부처 역시 대응 조치를 취했다.

5월 23일, 철광석, 철광재, 구리, 알루미늄 등 중점 기업의 고위층 및 업계 협회와 면담을 진행하며 “기업들이 담합해 시장가격을 조작하거나, 가격 상승 정보의 날조 및 유포하는 행위, 매점매석, 가격 부풀리기 등의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요구했다.

이 같은 개입으로 중국 대종상품 선물가격은 다소 하락세를 나타냈다. 지난달 24일 선물시장에서 ‘철광석은 7% 가까이 하락했으며, 핫코일, 철강은 4%, 코크스는 3% 하락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대종상품의 가격은 여전히 높고, 물가 역시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어 경제 부문의 인플레이션 압력은 여전하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 상하이 본부 조사연구부 뤼진중(吕进中) 주임은 ‘대종상품 가격 상승의 원인’이라는 글에서 “글로벌 경기 회복, 통화 완화의 배경이 대종상품 가격 상승의 주요 원동력”이라고 밝혔다.

이 글에서는 “중국 대종상품 가격 상승은 기업의 생산 비용을 높여 정가·수주·재고관리 부분의 조정을 유발한다. 은행 신용 리스크 및 규제 리스크의 상승 역시 유발한다. 장기적인 추세로 봤을 때, 대종상품 가격의 중·장기적 상승세는 이미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뤼진중의 글은 공개 이후 원본 사이트와 공유한 사이트 모두에서 삭제됐다. 대종상업 가격 상승을 잡겠다는 정부의 발표와 상충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나 인민은행은 지난달 11일 발표한 ‘1분기 통화 정책 집행 보고서’에서 글로벌 원자재 가격 상승의 원인을 △주요 국가들의 대규모 부양책 △해외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의 재확산 및 공급 제약 요소 잔존 △주요 국가들의 완화된 통화정책 실행 등으로 제시해 뤼진중과 같은 분석을 나타냈다.

중국 경제 평론가 콩셩리(巩胜利)는 “현재 위안화는 대폭 절상됐고 물가는 급등했다”며 “미국은 달러화를 대거 풀고 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최근 발표한 2021~2022년 예산안은 6조 달러 규모로 중국 2020년 GDP 101조 위안(16조 3000억 달러)의 약 36%”라고 말했다.

콩셩리는 “중국 공산당 당국의 거시경제 관리 조치는 무용지물이다. 중국이 철광석, 석유, 구리 등 원자재 가격을 결정할 발언권이 없기 때문이다. 현재 중국 공산당 당국은 위안화 절상을 통해 조정을 시도하고 있지만 이는 어쩔 수 없이 선택한 수단일 뿐이다”라고 밝혔다.

그는 “중국 공산당은 유동성을 더 공급해야 하지만, 그럴 수 없는 상태다. 2008년 금융 쓰나미 이후 시중에 풀린 돈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라며 “지난 7~8년 동안 증가한 통화량이 전 세계 통화량 증가분의 3분의 1일”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따라서 중국 공산당은 신중할 수밖에 없다. 현재 위안화 가격은 3년 만에 최고점까지 상승했다. 심지어 3년 전 최고점도 넘어섰다”고 말했다.

중국은 당국은 위안화 가격이 치솟자 억제에 나섰다. 3일 펑파이 신문에 따르면 전날 국가외환관리국은 적격국내기관투자자(QDII)의 투자 한도를 100억 달러(약 11조 1350억원) 이상 확대했다.

중국은 자국 금융회사의 해외 투자를 제한하고 있으며, QDII 자격이 있어야 해외 주식과 채권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QDII 투자 한도 확대는 해외 시장에 더 많이 투자할 수 있도록 해 위안화 상승 압박을 완화하는 효과를 낸다.

콩셩리는 “지금 중국 경제의 최대 문제는 위안화 강세가 지속하면 어떻게 하겠느냐다”라며 “중국 인민은행은 위안화 국제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위안화가 세계 지불통화로서 차지하는 비율이 1.95%에 그친다. 미국 달러화 39.77%, 유로화 36.32%, 엔화가 3.45%”라고 했다.

/장민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