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외교부, 코로나19 취재한 美 월스트리트저널 기자 3명 추방

한동훈
2020년 02월 20일 오후 5:16 업데이트: 2020년 02월 20일 오후 5:17

중국이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신문의 베이징 특파원 3명에 대해 기자증을 취소했다. 이번 조치는 중국이 단행한 수십 년 만의 최대규모 외신추방으로 기록됐다.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9일 WSJ이 지난 3일 게재한 ‘중국은 아시아의 진정한 병자’라는 제목의 칼럼이 인종차별적이라며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날 겅솽 대변인은 “중국 정부를 불신하는 해당 기사에 대해 거듭 WSJ에 강력한 의사표시를 했다”며 “신문사는 중국이 요구한 공식 사과를 하지 않았다”고 추가 조치 가능성을 내비쳤다.

WSJ에 따르면, 중국 외교부는 미국국적 조쉬 진(Josh Chin) 부국장과 차오덩 기자, 호주국적 필립 원 기자에게 5일 안에 출국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그러면서 “3인의 기자 중 누구도 해당 칼럼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번 추방 조치는 미 국무부가 미국에서 활동하는 중국 관영언론 5개사를 ‘해외 외교기관(foreign missions)’으로 지정한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이뤄졌다.

5개사는 중국 관영언론인 신화통신과 CGTN(CCTV의 자회사), 중국국제방송 라디오, 차이나데일리, 하이톈디벨롭먼트(인민일보 배급사) 등이다.

이들 언론사는 미국 내 사업부의 인사이동 및 자산보유 현황에 대해 미 국무부에 등록해야 한다.

또한. 새 사무공간을 구입하거나 임대하려면 다른 외국 공관과 마찬가지로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한다. 사실상 미국 정부가 이들 5개사를 중국 공산당과 정부의 선전기관으로 분류한 셈이다.

겅솽은 이번 추방이 미 국무부 방침과 무관하다면서도 “중국은 잘못된 결정을 유감으로 생각하며 거부한다”고 논평했다.

WSJ 발행인 윌리엄 루이스는 성명을 통해 중국 외교부의 조치에 “매우 실망했다”면서도 “(해당 칼럼이) 중국인들 사이에 분노와 우려를 일으킨 점에 대해서는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루이스 발행인은 “우리 오피니언 코너는 사람들이 동의하거나 동의하지 않는 의견이 담긴 기사를 정기적으로 게재하고 있다. 기사 제목으로 불쾌감을 불러일으킬 의도는 없었다”고 말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은 중국 외교부 결정을 비난하며 “기사에 대한 올바른 대응은 발언을 제한하는 게 아니라 반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19일 성명을 통해 “성숙하고 책임 있는 국가는 사실을 보도하고 의견을 표현하는 자유언론을 이해한다”며 “(중국은) 미국인이 누리는 정확한 정보와 언론 자유를 똑같이 허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 베이징이 폐쇄돼 텅 빈 상업 지구에서 한 중국 경찰관이 보호마스크 쓰고 폭설 속에 자금성 정문 밖 경비를 서고 있다. 2020.2.5 | Kevin Frayer/Getty Images

중국 외신기자클럽(FCCC)에 따르면, 중국은 1998년 한 일본계 독일 언론인을 국가기밀 소지혐의로 추방한 이후 외국 특파원 추방을 자제했지만, 2013년 이후부터는 최소 9명의 기자를 추방했다.

FCCC는 성명에서 “중국 내 외국기자에 대한 전례 없는 보복행위”라며 비자 및 기자증 취소 결정을 비난했다.

또한 성명에서는 “중국 당국의 조치는 주중 특파원에 대한 보복을 통해 외국 뉴스기관을 위협하려는 극단적 시도가 명백하다”고 했다.

지난해 8월에는 WSJ 베이징 지국 소속의 싱가포르 국적 춘한웡(33) 기자가 기자증 갱신이 거부돼 사실상 중국에서 추방됐다.

춘 기자는 그해 7월 호주 사법당국이 시진핑 중국 공산당 총서기의 사촌인 호주 국적 차이밍(蔡明)에 관해 돈세탁 연루 등의 혐의로 조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