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올해 대졸자 1000만명, 취업난發 정권위기 온다

왕허(王赫)
2022년 02월 17일 오전 11:25 업데이트: 2024년 02월 19일 오후 3:11

공산당 주요 회의 때마다 ‘안정’ 강조하는 배경

청년들의 꿈은 ‘철밥통 공무원’…경제 활력 옛말

당국은 ‘유연취업’ 강조하며 남탓 “말장난 수준”

경기 침체로 고비 넘기 어려워, 中 대격변 올 수도

최근 중국 경제가 냉각됨에 따라 발생한 대규모 실업사태가 정권 안정을 위협하는 악재로 떠오르고 있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지난해 중국 부동산 기업 디폴트(채무불이행) 사태, 중국 당국의 강력한 사교육 단속과 빅테크 규제 등으로 천만 명 이상이 직업을 잃었다고 전했다.

게다가 2022년 대학 졸업 예정자는 1076만 명으로, 전년보다 167만 명이나 늘어나 규모와 증가폭 모두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위기를 감지한 당국은 ‘유연 취업(靈活就業)’이라는 ‘처방’을 내놓았다. 한마디로 취업에만 매달리지 말고 자영업에 적극 뛰어들라는 것이다. 이는 실업사태의 심각성을 알려주는 동시에 이 사태를 해결할 묘방이 없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시진핑은 지난해 12월 6일 개최한 정치국회의에서 경제 업무에 대해 “안정을 최우선으로 하고, 안정 속에서 발전을 추구해야 한다”며 ‘6대 안정(六穩)’과 ‘6대 보장(六保)’을 재차 강조했다.

‘6대 안정’은 2018년 7월에 경기부양의 방향으로 제시한 취업, 금융, 무역, 외자유치, 투자, 경기 예측 등의 안정을 가리키고, ‘6대 보장’은 2020년 4월에 경기부양 정책의 기조로 제시한 국민의 취업, 기본 민생, 시장주체, 식량·에너지, 산업망·공급망, 기층 조직의 운영(하위 정부의 정상적인 기능) 등을 보장함을 가리킨다.

중공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규제로 폐쇄된 상하이 중심가 황푸구의 상점들. 2021.1.21 | STR/AFP via Getty Images/연합

취업 문제가 6대 안정과 6대 보장의 1순위에 놓였다는 것은 중공 경제의 거시적인 통제에서 최우선 목표가 됐음을 증명한다.

역사적으로 볼 때 중공은 치국에 무능했고, 일자리 문제는 줄곧 중공의 골칫거리였다. 중국은 공산당이 정권을 잡은 이후 이번 실업사태 이전에 이미 4차례나 대규모 실업사태를 겪었다.

1차는 마오쩌둥 시기에 일어났다. 1950년대부터 70년대까지 대대적인 정치운동이 벌어져 수많은 도시 거주민이 취업을 할 수 없었다. 중공은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상산하향(上山下鄉) 운동을 전개해 도시 인구 10분의 1을 농촌으로 보냈다. 이 가운데 지식청년이 1600만 명에 달했다. 이는 인류 현대사에서 보기 드문 인구 대이동이었다.

2차는 1978년 ‘개혁 개방’이 시작되면서 발생했다. 상산하향운동으로 농촌에 보내졌던 지식청년들이 도시로 돌아가면서 수천만 명이 실업 상태에 놓였다.

3차는 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국유기업 개혁(사유화)과 동남아시아의 금융 위기가 겹치면서 발생했다. 1995년부터 2002년 사이에 국유기업과 집체(集體·농촌 마을 주민들이 공동 출자해서 운영하는)기업이 해고한 인원만 해도 6000만 명에 이른다.

4차는 2008년 미국 금융위기 때 발생했다. 이 사태의 여파로 중국 경제가 큰 타격을 입고 2천만 명의 농민공(농촌 출신 대도시 노동자)이 일자리를 잃고 귀향했다.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국가공무원 시험에 응시한 수험생들이 시험장으로 들어가기 위해 길게 줄을 서 있다. 2021.11.28 | AFP/연합

고용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중공은 2002년 11월 16차 당대회에서 거시경제 관리 목표를 발표하면서 처음으로 ‘신규 고용’을 이 목표에 포함하고 ‘고용은 민생의 근본’이라며 중시했다. 이는 고용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급선무이자 장기적인 과제임을 인식했다는 방증이다.

후진타오도 2006년 10월, 중공은 16기 6중전회에서 “비교적 충분한 고용”을 주요 임무 중 하나로 명시했지만, 그의 집권 시기(2002~2012년)에는 높은 경제성장률을 유지했기 때문에 고용 문제는 가려졌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2003~2011년 중국의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10.7%에 달했다.

하지만 오랜 기간 병폐를 안고 버텨온 중국 경제는 시진핑이 집권한 2012년 말 이후 결국 곪아 터졌다.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012년 8% 선 아래로 떨어진 뒤 계속 내리막길을 걸었다. 고용 문제를 더 이상 감출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아울러 2017년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중공의 국제 환경은 급변했다. 2018년 미·중 무역전쟁, 2019년 홍콩 송환법 반대운동, 2020년부터 세계를 휩쓴 전염병 대유행 등 중국 경제에 악재가 겹치면서 고용 문제는 전례 없이 악화됐다. 2020년부터 중공 정권 수립 이후 다섯 번째 대규모 실업사태가 표면화됐다.

이는 중공 당국이 ‘6대 안정’과 ‘6대 보장’을 추진하게 된 직접적인 배경이기도 하다.

이번 5차 실업사태는 지난 4차례의 그것과는 달리 좀처럼 해결될 가망이 없어 보인다.

1차 실업사태 당시는 마오쩌둥의 권위가 하늘을 찌를 듯 높아 실업사태를 강제로 억누를 수 있었다.

오늘날 중공 당국은 마오쩌둥 방식을 따라 하려 하지만 마오쩌둥만큼 통제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국내외 환경도 확연히 바뀌었다.

2차 실업사태는 당시 중공 당국이 ‘개혁 개방’을 실시함으로써 자영업자와 농촌 기업들이 활기를 얻고 경제가 빠르게 발전하면서 점차 사라졌다.

하지만 지금은 개혁이 이미 죽었고, 정치·사회·문화 등 전 영역에서 극좌적인 변혁을 추진하고 있어 민영 경제가 급속히 위축되고 있다.

3차 실업사태가 발생했을 때 중국은 WTO에 가입하고, 대외무역이 대폭 늘고, 막대한 외자가 유입되고, 민간기업이 빠르게 발전하고, 경제가 고속 성장해 실업 문제는 일시적으로나마 해결됐다.

지금은 당국의 엄격한 규제로 민간기업이 타격을 받고, 외국 자본이 철수하고, 전 세계 산업망이 재편되고 있다. 또한 전 세계가 중공의 패권 확장 야심을 간파함으로써 중공은 갈수록 고립되고 있다.

4차 실업사태 때 중공은 항구·철도·고속도로·공항 등 대규모 인프라 건설에 ‘4조 위안’을 투자해 GDP 성장률을 6%에서 12%로 끌어올렸다. 그러나 지금은 그때처럼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펼치기에는 역부족이다.

이를 뒷받침할 근거는 여럿 있지만 부채 리스크 하나만 짚어 보겠다. 장샤오징(張曉晶) 중국사회과학원 금융연구소장에 따르면 현재 중국의 GDP 대비 부채 비율은 270%를 넘어섰다. 이는 신흥경제국들보다 현저히 높은 수준이다.

중국이 안고 있는 부채 리스크는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아래 인용한 데이터는 모두 ‘장샤오징: 중국의 채무축적과 지속가능성’이라는 글에서 나온 것이다.

하나는 중국은 정부의 부채가 많은 데다 금리가 높아 이자 비용까지 높다는 것이다. 특히 지방정부는 음성부채 규모가 방대해 이자 부담이 크다.

2012년 이자비용은 GDP 증가분을 초과했고, 2015년 이자비용은 GDP 증가분 대비 150%를 넘었다. 2015년 이후 정부의 부채 감축(디레버리지) 노력으로 이 비율이 다소 줄었으나 2019년에는 다시 200%로 뛰었고, 2020년에는 전염병 대유행의 충격으로 400%에 육박했다. 선진국들도 정부 빚이 늘었지만 금리가 낮아 GDP 대비 이자 비중은 오히려 줄었다.

다른 하나는 중국의 부채 리스크가 공공부문에 많이 몰려 있다는 점이다.

실물경제 부채 가운데 기업 부채는 약 60%다. 이 가운데 60~70%는 국유기업의 부채이고, 국유기업 부채 가운데 약 50%는 플랫폼 기업의 부채다. 부채비율을 보면, GDP 대비 민간부문(가계+민간기업) 부채비율은 약 110%인 반면, 공공부문(정부부처+국유기업)은 160%다. 공공부문 레버리지 비율이 민간부문보다 훨씬 높다는 얘기다.

이에 반해 세계 주요국들은 민간부문 부채 규모가 공공부문 부채보다 훨씬 크다(일본 제외). 주요 20개국(G20)의 GDP 대비 총부채 비율은 239%인데, 이 중 민간부문 부채비율은 149%이고, 공공부문 부채비율은 80~90%에 불과하다.

부채 리스크가 이처럼 큰 상황에서는 과거처럼 대규모 인프라 시설 투자를 통해 경제를 부양하기가 쉽지 않다.

중국이 처한 정치적, 경제적 상황으로 볼 때 중공 당국은 5차 실업사태에 대한 해법을 찾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2022년은 중국 정치지형에 대격변이 일어나는 원년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 기사는 저자의 견해를 나타내며 에포크타임스의 편집 방향성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