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옌볜 조선족자치주에서 “중국어 먼저 써라”

소수민족 '한족화' 가속

최창근
2022년 08월 30일 오후 4:28 업데이트: 2022년 08월 30일 오후 4:28

중국 정부가 8월부터 지린(吉林)성 옌볜(延邊) 조선족자치주에서 ‘중국어’ 우선 표기 규정을 시행하고 있다. 7월 25일, 옌볜 조선족자치주 정부가 공포한 ‘조선 언어문자 공작 조례 실시세칙’에 따른 조치이다.

세칙의 핵심은 각급 정부기관, 기업, 사회단체, 자영업자 등이 문자를 표기할 때 중국어와 한글을 함께 표기하되 중국어를 우선 표기하는 것이다. 이에 부합하지 않는 기존 현판, 표지판, 광고 등은 모두 교체해야 한다. 앞으로 옌볜에서는 한글로만 표기된 간판이나 광고를 볼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구체적으로 표기는 가로의 경우 중국어를 앞에, 한글을 뒤에 표기하고 세로일 경우 중국어를 오른쪽, 한국어는 왼쪽에 하게 된다.

옌볜자치주 정부는 “새로운 시대 민족어 사업에 ​​대한 중국 공산당과 국가의 새로운 요구를 확고히 파악해야 한다. 국어 사업 방향을 명확히 하며 표준화해야 한다. 문자 작업을 한층 더 규범화하면 민족의 폭넓은 교류, 융화를 촉진하고, 각 민족이 공동체의식을 굳건히 다질 수 있을 것이다.”라고 전했다. 옌볜자치주는 중국 내 유일한 조선족 자치주로서 약 170만 명의 조선족이 거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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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중국은 2017년, 2018년 각각 신장위구르자치구와 티베트자치구에서 위구르어와 티베트어 교육을 축소한 바 있다. 이후 2020년 ‘민족 통합 교육’을 내세워 자신들이 ‘한어(漢語)’라고 부르는 베이징 표준 중국어를 한족(漢族) 외 55개 소수민족에게도 ‘국어’로 사용하도록 규정했다. 그 결과 현재 소수민족 집단 거주지 내의 학교 수업도 모두 중국어로 진행되고 있다.

정부 방침에 의하여 각종 소수 민족 언어로 된 교과서도 속속 중국어 국정 교과서로 바꾸고 있다. 조선족 학교들도 2020년 9월부터 한글로 된 교과서 대신 중국어 교과서를 사용하고 있다. 이에 반발하여 네이멍구자치구에서는 멍구(몽골)족 수천 명이 반대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2017년부터 이른바 ‘중화민족 공동체론’을 주창하여 중국 내 55개 소수민족 언어·역사를 한족 문화에 통합하려 하고 있다. 2021년 8월 “중화민족 공동체 의식을 확고히 하는 ‘사상의 만리장성’을 구축해 민족 분열의 독소를 숙청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올해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회식에서 한복을 입은 조선족을 비롯한 소수민족 대표들이 함께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를 전달하는 장면을 연출한 것도 정책의 연장선상에 있다.

중국 정부 통계에 의하면 현재 약 14억 명의 중국 인구는 한족92%와 55개 소수민족 8%로 구성된다.

중국 전역에는 2022년 현재 소수민족 자치지역이 총 155개 있다. 성(省)에 해당하는 시짱(西藏·티베트), 신장(新疆)위구르, 광시(廣西)좡족, 닝샤(寧夏)후이족, 네이멍구(內蒙古) 등 자치구 5개, 옌볜조선족자치주 등 자치주 30개, 자치현 120개 등이다. 그중 광시의 좡족(壯族)과 닝샤 후이족(回族)은 한족 문화에 대부분 동화된 편이다. 반면 조선족을 포함해 신장의 위구르족, 시짱의 티베트족, 네이멍구의 몽골족은 국경 지역에 거주하고 있어 중국 안보에 직결된다는 판단에 따라 한족화를 가속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