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압박 속 홍콩 제2야당 공민당 해산 발표

최창근
2023년 05월 28일 오후 11:33 업데이트: 2024년 01월 6일 오후 7:40

홍콩 제2야당이 해산을 결의했다. 적색등이 들어온 홍콩 민주주의 위기가 심화됐다.

홍콩 제2야당 공민당(公民黨·Civic Party)이 차기 지도부를 구성하지 못해 자진 해산을 결의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홍콩 매체 보도에 따르면 ‘집행위원회’를 구성하지 못한 공민당은 이날 특별 총회를 열어 참석자 31명 중 30명의 동의로 해산을 결정했다. 2006년 창당한 지 17년 만이다.

앨런 렁(Alan Leong Kah-kit·梁家傑) 공민당 주석은 특별 총회장에서 “최종 절차를 마친 뒤 공민당은 세상에서 사라질 것이다.”라고 발표하여 당 해산을 공식화했다.

그는 당 해산은 이미 예정된 일이라고 밝혔다. 앨런 렁 주석은 “지난해 당 집행위원회 선거에 아무도 출마하지 않았다. 당 해산은 예견된 일이었다. 정치자금 모금을 담당할 승계 지도부도 남아있지 않은 상태이다.”라며 당의 현실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앨런 렁 주석은 “우리의 재정 상황 제약을 고려할 때 자발적으로 ‘폐당(廢黨)’을 선택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라며 당 해산 절차가 마무리된 후 잔여 당산(黨産)은 자선단체에 기부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당을 지원해 준 홍콩 주민에게 사의를 표했다. 이어 “공민당은 시작한 일을 이루지 못했다. 모든 것은 때가 있다. 오늘 공민당은 홍콩에 작별을 고한다. 홍콩인이 희망적인 마음, 너무 무겁지 않은 마음으로 살아가기를 바란다. 진실 속에서 살고 내일을 믿길 바란다.”고 밝혔다.

공민당은 2006년 3월 19일 창당했다. 범민주파 정당으로 홍콩중문대 교수 관신지(關信基)를 초대 당 주석(의장)으로, 오드리 유(Audrey Eu Yuet-mee·佘若薇) 변호사를 당수로 선출했다.

창당 이듬해인 2007년 구의회(區議會) 선거에서 4.28%를 득표하며 총 8명의 구의원을 당선시켰다. 2008년 입법회 선거에서 지역구 4석, 직능대표 1석 등 총 5석을 차지하며 원내 진출했다.

사회자유주의, 사회민주주의, 입헌주의, 따뜻한 자본주의 등을 이념으로 내건 중도파 정당으로 보편적 참정권의 법치주의를 옹호해 왔다. 창당 후 총 7번의 선거에서 입법회 의원 70석 이상을 배출했다. 홍콩민주화 시위 과정에서 열린 2019년 구의회 선거에서 32석을 차지해 민주파 제2당에 올라섰다.

중국 정부가 ‘홍콩의 중국화’를 가속화하면서 공민당의 입지도 좁아졌다. 2019년 범죄인 인도법(송환법) 반대로 촉발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 당시 제1야당인 민주당과 함께 시위에도 적극 참여했으나 이듬해 국가보안법 제정 이후 생존 기반이 흔들렸다.

이른바 ‘애국자가 다스리는 홍콩’을 내세운 당국의 범민주 진영에 대한 대대적인 압박 속에 입법의원과 구의원들의 탈당과 의원직 박탈, 사임이 잇따라 모든 의석을 잃었다.

앨빈 융(Alvin Yeung Ngok-kiu·楊岳橋), 제레미 탐(Jeremy Jansen Tam Man-ho·譚文豪), 궉카키(Kwok Ka-ki·郭家麒) 등 3명의 전 공민당 입법회 의원은 국가 전복 혐의로 구속 기소됐고, 앤런 렁 주석과 공민당 창당 멤버 탄야 찬(Tanya Chan (Chinese·陳淑莊)은 박해를 피해 대만으로 이주해야 했다. 이후 입법의원과 구의원들의 탈당 및 의원직 사임이 이어졌다. 결과적으로 공민당은 모든 의석을 잃은 채 2021년 12월 입법회 선거에는 후보조차 내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