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실탄훈련 때 왜 ‘극초음속’ 둥펑-17 미사일 안 쐈나

중국 공산당(중공) 인민해방군이 지난 4일 탄도미사일 11발을 발사했다.

이날 중공 관영 환구시보는 미군의 대륙간 탄도미사일 원거리 감시 정찰기인 코브라볼(RC-135S)이 이날 오전 일본 오카나와 미군 기지를 출발해 대만 해협의 해방군 군사훈련을 정찰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미군은 중공이 자랑하는 둥펑(東風·DF)-17이나 둥펑-21, 둥펑-26 등 중거리 탄도미사일에 관한 데이터를 수집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중공 해방군 동부전구 사령부는 이날 발사 종료 후 “미사일 여러 발을 대만 동부 앞바다로 발사했다”며 “전체 실사격 훈련이 성공적으로 끝났다”고 밝혔다.

해방군은 이날 발사한 미사일의 숫자와 기종은 밝히지 않았으나, 대만 국방부는 둥펑 계열 탄도미사일 11발이 발사됐다고 밝혔다.

대만 국방부는 해방군이 이날 오후 1시56분(한국시간 오후 2시56분)부터 오후 4시까지 수차례에 걸쳐 대만 북부, 남부, 동부 주변 해역에 총 11발의 둥펑 계열 탄도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발표했다.

캐나다의 중국 군사 관련 전문지 ‘칸와 디펜스 리뷰’의 안드레이 창 편집장은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해방군이 발사한 미사일 중 하나가 단거리 탄도미사일 DF-15B라고 밝혔다.

DF-15B는 전자전 대응능력이 있어 교란 전파의 영향을 줄이고 목표물 타격 확률을 높일 수 있지만, 미국의 미사일 요격시스템인 패트리어트 회피 기능은 없다.

중공, 미군 아닌 대만에만 무력 시위

중공은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을 구실로 군사훈련을 개시했다.

군사전문가 선저우는 “해방군이 미국에 군사력을 과시하려 했다면, 미군 항공모함과 주일 미군기지, 괌 기지 등에 위협이 될 수 있는 극초음속 중거리 미사일 둥펑-17 등을 발사하는 편이 적절하다”고 주장했다.

선저우는 “그러나 해방군은 11발의 미사일을 모두 단거리 미사일인 둥펑-15로 발사했을 것”이라며 “중공은 일본이나 미국을 겨냥할 의도가 없었던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공이 일본의 항의에 대응한 방식을 그 근거로 들었다.

일본은 지난 4일 해방군이 쏜 미사일 중 5발이 자국의 배타적 경제수역(EEZ)에 떨어졌다며 중공에 항의했다.

이틀간 침묵하던 중공은 6일 일본 주재 중국대사관 홈페이지 성명을 통해 “중국과 일본은 관련 해역에서 아직 경계를 확정하지 않았다”며 미사일이 일본 EEZ에 떨어진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선저우는 “중공은 미국을 겨냥하지도 않았고 일본에 대해서도 위협할 생각이 없으며 오로지 대만에만 총구를 겨누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는 매우 뜻밖의 행동”이라며 “왕이 중공 외교부장(장관)은 ‘결코 좋은 결말이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고, 관영매체들은 ‘반제국주의’ 기치를 내걸었지만 말뿐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공은 펠로시 의장이 탄 전용기를 요격하려 하지 않았고, 전투기를 접근시켜 위협하지도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펠로시는 중공 수뇌부 비밀회동인 베이다이허(北戴河) 회의 기간에 맞춰 대만을 방문했다”며 “중공 지도부는 20차 당대회를 앞두고 내부 투쟁에 집중하느라 미국과 대결할 생각도 여유도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선저우는 “중공 지도부는 너무 약해 보여서도 안 되고, 막 고조된 대중의 반미감정이 식지 않도록 하기 위해 실탄 사격할 미사일로 둥펑-15를 고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는 미국은 중공이 미군을 공격할 의도가 전혀 없음을 간파했다고 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지난 4일 해방군의 미사일 발사를 “도발 행위”라고 비판하고 이날 “로이드 오스틴 국방부 장관이 로널드 레이건호와 항모 강습단은 필리핀해에 머무르면서 상황을 모니터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선저우는 이와 같은 대응을 언급하며 주변국을 위해 억지력을 유지하는 수준으로만 반응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미 국방부가 지난주 예정했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미니트맨-3’의 발사를 중공과의 추가적인 갈등을 피하기 위해 연기한 점을 거론하며 “중공은 경솔하고 무모하게 대들었지만, 미국은 노련한 리스크 관리 능력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앞뒤 맞지 않는 해방군 대변인 발언”

지난 2일 오후 10시 45분(한국시간 11시 45분)쯤 펠로시 의장이 대만 수도 타이베이 쑹산 공항에 도착했다.

해방군 동부전구는 그 15분 후인 2일 오후 11시 “대만 주변 해역에서 실탄사격을 포함한 해방군 육해공 합동훈련을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훈련 일정은 4일 12시부터 7일 12시까지 72시간이었다. 펠로시 의장이 3일 대만을 떠날 것이 확실한 상황에서 하루 지난 4일부터 훈련을 하겠다고 예고했다.

동부전구는 4일 예고했던 실탄사격을 실시했다. 대만 국방부에 따르면 미사일 발사는 이날 오후 1시 56분 시작돼 16시 완료됐다.

동부전구 스이 대변인은 “동부전구 로켓군이 여러 해상 구역과 목표물에 대한 사격훈련을 실시했다”며 “모든 목표물에 정확히 명중했다”고 발표했다.

스이 대변인은 또한 “정밀 타격과 지역 거부 능력을 검증했다”며 “실탄 발사 훈련 임무 전체가 성공적으로 완료돼 해·공역 통제가 해제됐다”고 보도했다.

흥미로운 점은 해방군 공식매체인 중국군망(中國軍網)에 실탄사격 종료를 알리는 기사가 미사일 발사 훈련이 모두 끝나기도 전인 이날 오후 15시20분 게재됐다는 사실이다.

일본 방위성 발표에 따르면 대만 상공을 비행한 마지막 미사일은 16시 8분경 푸젠(福建)성 연안에서 발사돼 약 550km를 비행했다.

그러나 이날 15시20분에 발행된 중국군망 기사에는 “모든 목표물에 정확히 모두 명중했다”는 스이 대변인 발언 내용이 글자 하나 틀리지 않고 그대로 실렸다. 미사일이 발사되기도 전에 명중했다는 주장이 된다.

동부전구가 밝힌 “지역 거부 능력을 검증했다”는 부분도 문제로 지적됐다. 지역 거부 능력은 적의 접근이나 지역 점령을 차단한다는 뜻이다.

선저우는 “둥펑-15는 지대지 미사일이다. 해상 목표물을 타격하는 능력이 없는데 ‘지역 거부 능력’을 검증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지대지 미사일이 바다에 떨어졌는데 정확도를 어떻게 평가한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게다가 ‘목표물에 정확히 명중했다’고 했는데 무엇을 기준으로 검증했는지 모를 일이다”라고 비판했다.

선저우는 “해방군 홈페이지에 공개된 미사일 발사 동영상이 사실이라면 발사한 미사일은 둥펑-15가 맞을 것”이라며 “일본 방위성이 발표한 미사일 비행 데이터도 가장 짦은 것이 350km, 가장 긴 것이 700km로 둥펑-15 미사일 제원과 일치한다”고 말했다.

둥펑-15 시리즈의 최대 사거리는 둥펑-15가 600km, 둥펑-15A는 900km, 둥펑-15B는 800km, 둥펑-15C는 700km다.

선저우는 중공이 둥펑-15 계열만 발사한 이유에 대해 둥펑-21과 둥펑-26에 관한 데이터를 미군이 입수할 것을 우려했을 수 있다고 봤다.

미군은 이번 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아무런 데이터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일본 방위성은 해방군의 미사일 낙하지점과 발사지점의 위치를 표시한 자료를 공개하며 정찰능력을 보여줬다.

반면 해방군은 미사일 발사 전 로켓군을 대규모로 이동시키며 기습공격에 능하지 않다는 점을 드러냈다.